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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녹아든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창간 36주년…'Boom Up 코리아타운'

■전통은 시대를 초월한다
끼워넣기 식 '전통' 아닌 '전통'만의 축제 선뵐 때


10월 초 한국의 날 축제가 끝났다. 100여 년을 훌쩍 넘긴 한인 이민 역사를 통틀어 규모면에서 가장 큰 한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이 축제는 올해로 서른 일곱 번을 치렀으니 내용면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역사를 자랑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축제만 끝나면 '코리안 페스티벌'로 자리잡을 그 어떤 전통문화도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통 춤사위 몇으로 부침개 몇 점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겠다는 건 '언 발에 오줌누기'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전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익숙하다고 평가절하하기를 주저않는 우리에겐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있다.

가곡 '비목'의 작사가이자 한국 예술원 회원인 한명희씨가 1990년대 말 국립국악원 원장 시절 경험했던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아비뇽 축제의 총감독이 그를 찾아 축제 기간 다룰 한국의 전통예술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당시 그는 몇몇 영상물을 보여주면서 현대문명의 주류이자 첨병임을 자처하는 저들의 눈에 한국의 전통예술은 한참 후진 변방의 예술로 비쳐 질 게 뻔하다는 통상적 예측 때문에 몹시 겸연쩍어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인 총감독은 이매방의 승무를 보며 전위 무용가 마스 커닝햄을 능가하는 현대성이 있다고 놀라워 했다고 한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전통예술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전통예술의 진가를 느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졌다고 한다.

남가주에서 LA코리아타운은 크기로나 경제 성장으로나 내로라 하는 커뮤니티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타운의 상징물로 다울정을 세우고 공립학교 프리웨이 인터체인지 등에 한인을 명명하게 한 것은 LA에서의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을 보여주는 척도다.

이제는 전통의 것만으로 이뤄진 축제를 선보일 때다. 사물놀이 부채춤이 노래자랑이나 재즈댄스 사이에 끼어있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두루뭉수리한 '한국의 날 축제'가 아닌 '전통 춤 축제' 나 '전통 음식 축제'는 어떤가. 차이나타운의 '드래곤 페스티벌' 리틀 도쿄의 '두부 축제'를 능가하는 힘이 우리 속에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녹아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명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와 재외 정부기관의 힘이 결집돼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했다.

중국·일본 커뮤니티 축제에서 배워야
'전통문화·음식' 다양한 이벤트…지역상권과 함께할 행사 개최


지난 8월 14일 LA다운타운 인근에 위치한 리틀도쿄의 아웃도어 쇼핑몰 '재패니즈 빌리지 플라자'. 불경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수백여명의 인파가 쇼핑몰을 가득 채웠다.

이날은 올해로 70년째를 맞는 '니세이 위크 페스티벌'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이 쇼핑몰에 입점한 식당의 한인 업주는 "축제 기간에는 방문객이 적어도 평소 주말의 50% 이상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며 "니세이 축제는 건물주가 하는 것이긴 하지만 리틀도쿄에는 일본 커뮤니티에서 벌이는 크고 작은 행사가 많아 비즈니스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들은 자국의 전통 문화 음식 등을 앞세운 축제 형식의 다양한 이벤트로 주류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끌어 들이고 있다.

중국계 커뮤니티는 LA중국상공회의소(CCCLA)를 중심으로 곳곳에 퍼져있는 지역 상권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주요 행사만 해도 '골든 드래곤 퍼레이드' '미스 LA차이나타운 선발대회 및 패션쇼' '리틀 킹&퀸 선발대회' '문 페스티벌' 등 다양하다.

매년 음력설을 전후해 열리는 골든 드래곤 퍼레이드에는 지난해 3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렸다. 추석 즈음에 열리는 문 페스티벌도 수천명의 방문객이 찾는 LA 지역의 대표적인 중국 문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계 커뮤니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계나 한인 커뮤니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일본 문화에 대한 주류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다양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벌이고 있다.

신년 행사인 '오쇼가츠 인 리틀도쿄' 토런스 지역에서 매년 여름 열리는 '나츠 마츠리 축제' 연 1~2회 열리는 '사케 페스티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니세이 위크 페스티벌'과 같은 소규모 축제는 건물주가 주최하는 것으로 축제 홍보 비용을 테넌트들로부터 각출하지 않는다.

남가주 일본 상공회의소의 토시오 한다 회장은 "각종 축제는 일본 문화 홍보와 함께 지역 상권이 보다 안전해지고 활성화 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정부 기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공공기관 주차장 사용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전문가 제안 - 김종문 LA한국문화원 부원장
"상시 전시·공연할 한국 문화거리 있어야"


"언제나 누구나 찾아와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LA코리아타운의 경쟁력 될 것입니다."
김종문 부원장은 "한류는 문화 상품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수한 한국의 전통과 현재 크로스 오버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항시 전시와 공연이 열릴 수 있는 문화 거리가 형성된다면 타인종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샌타모니카 지역의 프로미네이드나 한국의 대학로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규모는 작아도 타운의 일부 거리를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그 곳에 가면 누구나 문화 공연과 각종 전시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타운 내 보행자 도로 확보나 공원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김 부원장의 생각이다.
김 부원장은 "문화 거리가 조성되면 문화원에서도 지속적인 공연 계획을 세워 공연 문화 보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한류스타 사진전이나 한국 관광 유적지 사진전 비보이 팀의 댄스 공연과 더불어 제기차기 널뛰기 팽이치기 등이 어우러진다면 LA 최고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문화 거리를 중심으로 식당과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되면서 문화적.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며 "문화 공간 확보를 위해 한인 커뮤니티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논의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원장은 또 "타운 내 특정 거리의 간판을 통일된 한국적 색상과 디자인으로 꾸미는 것도 코리아타운 문화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화도 기획이다…'현대' 컨셉 버무려 히트 문화상품으로 가꿔라
'탈-태권십이지신'·'난타' 등 일회성 아닌 대작발굴 기획해야

온고지신(溫故知新) 공자가 '논어'에서 설파한 내용이다. "옛 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 것을 안다"는 뜻이다. 전통은 전통 그대로 통하는 힘이 있고 거기에 현대라는 옷을 입힌 문화상품도 공존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의 문화 현실이다.
한국의 날 축제에서 선보인 '탈-태권십이지신'은 다양한 문화적 컨셉이 융합된 새로운 기획상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 소리연구소가 대한태권도협회와 함께 기획한 태권도 공연에는 1000여 명의 관객이 넋을 놓고 빠져 들었다. 최고 수준의 태권도 기예에다 전통 국악이 어우러졌다. 무용이 무술과 융합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녹아들었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이 문화 기획의 성과를 말해 준다. "코리아의 '끼'를 한껏 드러낸 수작"이라거나 "당장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겠다"는 이도 있었다.
이해도에 따라 자칫 따분해 할 수 있는 단일 상품에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화 기획상품인 것이다.
몇 년 전 급부상한 비보이의 현란한 테크닉에 우아한 발레의 예술성을 접목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전통 북을 현대적으로 꾸며낸 '난타' 등이 성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선욱 캘스테이트 롱비치 미술학과장은 "어떤 것이 세계화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한국 전통 문화를 내세운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이가 이해할 수 없다면 즐기지 못하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다. 파란 눈의 백인에게 한복을 입혀놓는다고 세계화인가.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글이라는 우리 전통을 잘 버무린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프강 퍽 스타 셰프는 "한국 음식은 매우 독특한 맛을 가진데다 식재료들의 식감이 매우 우수해 세계 음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세계인들이 한식의 맛에 거부감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독특한 맛을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공연 기획이 급선무다. 일회성 이벤트성 공연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대물림할 대작을 발굴 기획해야 살아 남는다.
이는 시기와 장소에 걸 맞는 기획으로 한인 뿐 아니라 타인종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지름길이다.
근사한 공연은 훌륭한 공연 공간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세대와 인종을 아우르는 멋진 기획은 이들 선행조건을 무색하게 하기도 한다. 이 부분 역시 커뮤니티 구성원 모두가 공을 들여야 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멋들어진 기획은 하루 아침에 누구 한사람의 손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타인종이 원하는 건 '한국문화 체험'
한인축제등 각종 이벤트…체험 프로그램 확대해야

10월 첫번째 주말 한국의 날 축제가 열리는 한 부스에 타인종이 몰려있다.
이들은 직접 한복을 입어보고 신기해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한쪽에서는 점토로 도자기를 만들며 물레 시연을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불교 체험 부스에서는 노란 머리 파란 눈 백인이 빨간색 보라색 연등을 만들고 있다. 승려들은 나무로 글을 새기는 서각 부처를 그리는 탱화를 시연하고 참가자들은 따라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축제에서는 떡 메치기가 타인종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타인종들은 "한복 색이 너무 곱다. 난생 처음 한복을 입어봤는데 어색하기도 하지만 즐거웠다(시에나 리츠키)" "흙이 도자기로 변하는 물레 시연은 평생 잊지 못할 것(마조리 레이예스)" "가톨릭 신자지만 연등이 너무 예뻐 딸과 함께 만들어봤다. 특별한 문화 체험이었다(가르시아)" "직접 부처를 그려보니 마치 불교신자가 된 기분이었다(미미 월시)"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체험하는 이벤트가 뜨고 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고 백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축제를 비롯해 각종 이벤트에서는 참가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함께 어우러지는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체험을 이벤트에 접목한 사례가 아직까지는 부족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새로운 문화 체험을 원하는 타인종의 발길 역시 막고 있다. 따라서 한인 커뮤니티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에서 타인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체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치 커닝엄씨는 "한국 고유 문화를 기대하고 왔는데 먹을 것 외에는 경험한 것이 없다"며 "다른 축제와 차별화할 한국만의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벤트플러스의 테드 김 대표는 "참여와 체험이 요즘 이벤트 트렌드"라며 "이벤트를 상품으로 봤을 때 고객의 니즈는 직접 해보고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아직 체험과 이벤트를 접목하는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제안 - 김명선 한국관광공사 LA지사장
"점진적으로 한국문화 전파해야 탄력"

"얼마 전 한국에 출장갔다가 일본인들이 명동에서 김치를 사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십수년 전 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됐듯 미국에서도 그런 날이 곧 올 겁니다."
김명선 지사장은 1980년대 일본에서의 근무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은 김치 구입 현상이 한류의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선 김치를 먹은 날은 지하철 타기가 무서울 정도로 혐오 식품에 가까왔다. 실제로 옆자리에 있던 일본인이 김치 냄새를 피해 자리를 옮겨 달아난 적도 있다. 그랬던 일본인들이 요즘엔 단체로 한국에서 김치를 구입하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문화의 힘은 못 먹던 음식을 먹게 하듯 제품 판매에도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김 지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타인종 커뮤니티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방법으로 '점진주의'를 꼽았다.
"한번에 급진적으로 하려면 탈이 나게 마련입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아시안 커뮤니티로 다시 주류로 점점 퍼져 가야 힘이 생겨납니다. 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류 문화에 호의적인 아시안 커뮤니티가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온라인 홍보는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효과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지사장은 미국내 한국 문화 확산에 한인 1.5세와 2세들의 역할에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타인종 배우자를 둔 한인들이 문화적인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자주 접해 거부감도 훨씬 덜하고 미국인 친구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는 장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특별취재팀=백종춘.이재희.최상태.문진호.염승은.진성철.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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