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누구나 찾아와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LA코리아타운의 경쟁력 될 것입니다."
김종문 부원장은 "한류는 문화 상품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우수한 한국의 전통과 현재 크로스 오버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항시 전시와 공연이 열릴 수 있는 문화 거리가 형성된다면 타인종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샌타모니카 지역의 프로미네이드나 한국의 대학로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규모는 작아도 타운의 일부 거리를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그 곳에 가면 누구나 문화 공연과 각종 전시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타운 내 보행자 도로 확보나 공원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김 부원장의 생각이다.
김 부원장은 "문화 거리가 조성되면 문화원에서도 지속적인 공연 계획을 세워 공연 문화 보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한류스타 사진전이나 한국 관광 유적지 사진전 비보이 팀의 댄스 공연과 더불어 제기차기 널뛰기 팽이치기 등이 어우러진다면 LA 최고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문화 거리를 중심으로 식당과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 자연스레 상권이 형성되면서 문화적.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며 "문화 공간 확보를 위해 한인 커뮤니티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논의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원장은 또 "타운 내 특정 거리의 간판을 통일된 한국적 색상과 디자인으로 꾸미는 것도 코리아타운 문화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화도 기획이다…'현대' 컨셉 버무려 히트 문화상품으로 가꿔라
'탈-태권십이지신'·'난타' 등 일회성 아닌 대작발굴 기획해야
온고지신(溫故知新) 공자가 '논어'에서 설파한 내용이다. "옛 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 것을 안다"는 뜻이다. 전통은 전통 그대로 통하는 힘이 있고 거기에 현대라는 옷을 입힌 문화상품도 공존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의 문화 현실이다.
한국의 날 축제에서 선보인 '탈-태권십이지신'은 다양한 문화적 컨셉이 융합된 새로운 기획상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 소리연구소가 대한태권도협회와 함께 기획한 태권도 공연에는 1000여 명의 관객이 넋을 놓고 빠져 들었다. 최고 수준의 태권도 기예에다 전통 국악이 어우러졌다. 무용이 무술과 융합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녹아들었다. 관람객들의 반응이 이 문화 기획의 성과를 말해 준다. "코리아의 '끼'를 한껏 드러낸 수작"이라거나 "당장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겠다"는 이도 있었다.
이해도에 따라 자칫 따분해 할 수 있는 단일 상품에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화 기획상품인 것이다.
몇 년 전 급부상한 비보이의 현란한 테크닉에 우아한 발레의 예술성을 접목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전통 북을 현대적으로 꾸며낸 '난타' 등이 성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선욱 캘스테이트 롱비치 미술학과장은 "어떤 것이 세계화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한국 전통 문화를 내세운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이가 이해할 수 없다면 즐기지 못하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 것이다. 파란 눈의 백인에게 한복을 입혀놓는다고 세계화인가.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글이라는 우리 전통을 잘 버무린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프강 퍽 스타 셰프는 "한국 음식은 매우 독특한 맛을 가진데다 식재료들의 식감이 매우 우수해 세계 음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세계인들이 한식의 맛에 거부감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독특한 맛을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공연 기획이 급선무다. 일회성 이벤트성 공연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대물림할 대작을 발굴 기획해야 살아 남는다.
이는 시기와 장소에 걸 맞는 기획으로 한인 뿐 아니라 타인종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지름길이다.
근사한 공연은 훌륭한 공연 공간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세대와 인종을 아우르는 멋진 기획은 이들 선행조건을 무색하게 하기도 한다. 이 부분 역시 커뮤니티 구성원 모두가 공을 들여야 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멋들어진 기획은 하루 아침에 누구 한사람의 손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타인종이 원하는 건 '한국문화 체험'
한인축제등 각종 이벤트…체험 프로그램 확대해야
10월 첫번째 주말 한국의 날 축제가 열리는 한 부스에 타인종이 몰려있다.
이들은 직접 한복을 입어보고 신기해하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한쪽에서는 점토로 도자기를 만들며 물레 시연을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었다.
불교 체험 부스에서는 노란 머리 파란 눈 백인이 빨간색 보라색 연등을 만들고 있다. 승려들은 나무로 글을 새기는 서각 부처를 그리는 탱화를 시연하고 참가자들은 따라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 축제에서는 떡 메치기가 타인종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타인종들은 "한복 색이 너무 곱다. 난생 처음 한복을 입어봤는데 어색하기도 하지만 즐거웠다(시에나 리츠키)" "흙이 도자기로 변하는 물레 시연은 평생 잊지 못할 것(마조리 레이예스)" "가톨릭 신자지만 연등이 너무 예뻐 딸과 함께 만들어봤다. 특별한 문화 체험이었다(가르시아)" "직접 부처를 그려보니 마치 불교신자가 된 기분이었다(미미 월시)"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체험하는 이벤트가 뜨고 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고 백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축제를 비롯해 각종 이벤트에서는 참가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함께 어우러지는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체험을 이벤트에 접목한 사례가 아직까지는 부족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새로운 문화 체험을 원하는 타인종의 발길 역시 막고 있다. 따라서 한인 커뮤니티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행사에서 타인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체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치 커닝엄씨는 "한국 고유 문화를 기대하고 왔는데 먹을 것 외에는 경험한 것이 없다"며 "다른 축제와 차별화할 한국만의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벤트플러스의 테드 김 대표는 "참여와 체험이 요즘 이벤트 트렌드"라며 "이벤트를 상품으로 봤을 때 고객의 니즈는 직접 해보고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아직 체험과 이벤트를 접목하는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 제안 - 김명선 한국관광공사 LA지사장
"점진적으로 한국문화 전파해야 탄력"
"얼마 전 한국에 출장갔다가 일본인들이 명동에서 김치를 사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죠. 십수년 전 만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됐듯 미국에서도 그런 날이 곧 올 겁니다."
김명선 지사장은 1980년대 일본에서의 근무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은 김치 구입 현상이 한류의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선 김치를 먹은 날은 지하철 타기가 무서울 정도로 혐오 식품에 가까왔다. 실제로 옆자리에 있던 일본인이 김치 냄새를 피해 자리를 옮겨 달아난 적도 있다. 그랬던 일본인들이 요즘엔 단체로 한국에서 김치를 구입하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문화의 힘은 못 먹던 음식을 먹게 하듯 제품 판매에도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고 김 지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타인종 커뮤니티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방법으로 '점진주의'를 꼽았다.
"한번에 급진적으로 하려면 탈이 나게 마련입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아시안 커뮤니티로 다시 주류로 점점 퍼져 가야 힘이 생겨납니다. 이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류 문화에 호의적인 아시안 커뮤니티가 온라인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온라인 홍보는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효과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지사장은 미국내 한국 문화 확산에 한인 1.5세와 2세들의 역할에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타인종 배우자를 둔 한인들이 문화적인 가교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자주 접해 거부감도 훨씬 덜하고 미국인 친구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는 장점을 활용해야 합니다."
특별취재팀=백종춘.이재희.최상태.문진호.염승은.진성철.곽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