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동·서양 태교학의 차이

하정아/수필가·간호사

10월 초 타임지 특집기사는 '태교'였다. 여러 연구진들의 괄목할 만한 실험 결과와 성과를 들어 출생 전 태내 환경 9개월이 일생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기술했다.

암.심장병.비만.우울증.당뇨.고혈압.천식 등의 원인이 유전 혹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성인병이라는 전통적인 이론들을 일거에 뒤집는 글이다.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따라 태중 아기가 성인이 된 후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을 도출해낸 부분이 흥미롭다. 비만한 엄마에게서 출생한 자녀는 비만한 성인이 된단다. 당뇨를 앓는 엄마에게서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는 나중에 당뇨가 될 확률이 높다 한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는 임신부는 미숙아나 저체중아를 출산하기 쉽고 그 아기들은 나중에 정신병을 앓을 확률이 많단다.

또 사회적인 격동기나 기근이 심할 때 태어난 이들은 정신분열증을 앓게 될 빈도가 높다 한다.

심장병은 산모의 영양부족으로 인한 저체중 출생과 강력한 연관이 있단다. 브로콜리나 배추 등을 많이 섭취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발암물질에 노출되어도 암에 걸릴 확률이 현격히 감소된단다.

마치 이색적인 내용이나 혁신적인 발견이라도 되는 양 특집기사는 의기양양했다. 많이 아쉬웠다. 수많은 연구와 검증을 거친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문장들인데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비록 세분화된 결과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토록 단순한 결과를 얻기 위해 쏟아 부은 재정과 인력과 시간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다.

산모의 정서와 건강이 태아의 기질형성과 미래의 건강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식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서양의 태교학이 그나마 대견하면서도 초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동양의 태교학을 한 문장만이라도 소개했더라면 얼마나 넉넉하고 만족스런 기사가 되었을 것인가.

동양 태교학의 역사는 3000년이다. 연륜 만큼 깊고 고상하다. 태중 9개월을 인격과 품성을 꼴 짓는 기간으로 간주하여 유년기에 출중한 스승에게 배운 10년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다.

좋은 공기와 좋은 책을 가까이 하고 바이러스 감염을 조심하라 잡된 음식을 먹지 말고 기울어진 자리에 앉지 말고 몸을 단정히 하라 등의 권유는 얼마나 과학적이고 현실적인가.

허준의 동의보감은 타임지 특집기사 6쪽 분량의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표현한다. "임신부가 화를 내면 태아의 피가 멍들고 두려워하면 정신이 병들고 근심하면 기운이 병들고 크게 놀라면 간질을 갖게 된다."

불교에서 보는 태교의 기본은 올바르게 보고 올바로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올바로 행동하는 것이다. 영진스님은 태교의 시작을 인삼 재배에 비유했다. 발아율이 20%밖에 안 되는 인삼을 얻기 위해 만 3년간 토양을 휴식시키며 관리하듯 태교를 위해서도 임신전 모체의 건강을 철저히 돌보아야 한다 했다.

타임지 특집 기사를 모든 가임기 여성과 남성들에게 권하는 바이다. 단 동양의 태교 문헌을 비교 보완해서 살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싶다. 서양의 태교가 공상과학이 아니듯 동양의 태교 또한 철학을 넘어 필수 교육과정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