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폭소탄 '영구' 이번엔 마피아
심형래 감독 두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 '라스트 갓파더'
연기파 하비 케이틀 등 출연
심 감독은 이번에 '디워'의 컴퓨터 그래픽 대신 폭소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영구의 슬랩스틱(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몸짓) 장면에선 웃음이 나온다. 조직원들과 야구방망이와 역기 등으로 서로 맞고 때리는 소동은 바보스럽지만 즐겁다.
바람에 부는 모자를 쫓아가는 영구 길거리 쓰레기통에 걸려 넘어지면서 예의 '띠리리리리리'를 하는 영구 수박과 스파게티를 식신 마냥 게걸스럽게 먹는 영구 '잉글리시'와 '콩글리시'의 중간 정도 되는 영어로 '옥~케이(OK)'를 연발하는 영구…. 영구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행동은 보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
토종 캐릭터 영구에 대한 미국 배우들의 리액션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미국 관객에게 익숙한 '화장실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방귀와 발냄새 똥침 등이 고루 동원된다. 고전의 인용과 화장실 유머 그리고 토종 캐릭터의 결합이 미국 관객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을 지닐지 궁금하다.
'라스트 갓파더'는 한국과 미국 모두를 겨냥한 '추억상품'이다. 1980년대 '유머1번지'로 큰 인기를 누렸던 바보 캐릭터 영구가 50년대 뉴욕 마피아 대부의 후계자가 된다는 설정부터 그렇다.
알 파치노 주연 3부작 '대부'는 72년 1편이 만들어진 후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할리우드 마피아영화의 고전이다. 라이벌 마피아 우두머리의 딸 낸시(조슬린 도나휴)와 영구가 거리에서 춤추는 대목에선 뮤지컬 영화의 대명사로 꼽히는 '싱잉 인 더 레인'을 살짝 빌려왔다.
여기에 심 감독은 영국산 머저리 주인공 '미스터빈'을 연상케 하는 불세출의 바보 캐릭터 영구를 얹었다. 보스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의 입에서 나오는 "용쿠(영구)" 발음은 은근히 중독성 있다.
심 감독은 여전히 할리우드 습격을 꿈꾸고 있다. "'디워'로 미국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라스트 갓파더'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얘기다. '라스트 갓파더'는 제작 전 과정이 미국에서 이뤄졌다.
심 감독의 원안을 '토이 스토리'의 조엘 코엔이 각색했고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의 연기파 배우 하비 케이틀 등 미국 배우가 다수 출연했다. 촬영.조명 등 주요 스태프도 할리우드 인력이다.
충무로 그 누구도 하기 힘든 시도이고 뚝심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개봉 일정은 미정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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