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같은 제사장] 찬양시 멘트 꼭 필요한가?
한 번은 한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경험한 찬양 인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주일 예배 찬양인도 할 때 멘트가 너무 많단다.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단 위에서 사역하는 목회자, 사역자들이 오히려 회중 속의 평신도들보다 예배를 더 모르는 것 같습니다.”참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왜 이런 현상이 한국교회 찬양운동이 시작된 이래 25년이 흐르도록 계속되고 있는가? 그것은 지역교회 찬양사역에 대한 정체성과 신학적 자리매김이 부족한 연유인 듯싶다. 한국교회의 찬양과 경배운동의 기원은 지역교회보다는 예수전도단이나 두란노 경배와 찬양 같은 패러처치(para-church) 선교단체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사실 선교가 그 궁극적인 목표인 선교단체들이다. 90년대에 이런 단체들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워십리더들이 개 교회에 들어가 찬양예배를 시도했지만 교회 리더십과 예상치 못한 마찰을 경험하게 된다. 필자는 그 이유를 패러 처치 예배영성과 지역교회 예배영성의 차이로 본다.
선교단체의 화요, 또는 목요 찬양모임은 한마디로 젊은이들의 예배모임이다. 선교를 목표로 한 선교동원적 방향성을 지닌다. 모인 부류도 비슷한 또래집단이다. 워십리더의 멘트가 좀 과격해도 선배의 사랑어린 일침으로 받아드릴 수 있다. 이들은 종종 방언찬양이나 성령의 인도하심에 자유롭게 맡겨드리는 예배가 예배인도자가 추구해야 할 지고의 예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형태는 보편적인 지역교회 예배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
지역교회는 흩어지는 교회의 성향도 있지만 모이는 교회로써 예배, 훈련, 봉사, 교제 등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한다. 예배에 참석하는 부류도 다양한 문화적, 세대별 계층이 함께 모인다. 바울 사도가 고린도교회에서 나타난 예배의 무질서 현상에 대해 “모든 것을 적당하게 하고 질서대로 하라”(고전 14:40)고 권면한 것처럼 지역교회 회중예배에는 엄연한 영적 질서가 존재한다. 찬양인도자들은 이 같은 예배영성의 차이를 인식하고 지역교회를 섬겨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할 이슈가 바로 인도자들의 멘트이다. 찬양인도자의 특기는 멘트가 아니라 찬양이다. 설교하는 목사만큼 회중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지 못한 워십리더의 즉흥적 멘트는 예배의 흐름을 끊는다. 회중과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 안 된 상태에서의 멘트는 오히려 예배의 방해요소가 된다.
많은 교회가 회중예배의 2분의 1, 또는 3분의 1을 찬양인도자에게 맡긴다. 문제는 이 시간이 찬양인도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1시간 예배 가운데 회중이 가장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회중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회중이 찬양에 집중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찬양과 음악을 통해 회중이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분의 임재를 경험하도록 섬기는 것이 찬양인도자의 역할이라면, 장황한 설명과 늘어지는 멘트로 회중이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교회에 나온 모든 회중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하나님의 만나는 예배를 경험하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찬양인도자는 모든 회중이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도록 선곡부터, 전주, 간주, 후주 등의 편곡, 빔 프로젝트 가사, 그리고 멘트에 이르기까지 목회적 배려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찬양과 스타일, 멘트를 고집한다면 예배 인도자가 아닌 한 사람의 개인 예배자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이메일: [email protected]
이유정 목사, 한빛지구촌교회 예배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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