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의료시술 맞춤 시대
송준/NYU의대 교수·산부인과
경북 북부에 위치한 이 병원은 정부의 차관으로 설립된, 당시로서는 현대시설의 지방 종합병원이었다. 북유럽 최신 장비와 의료진들의 진료가 이루어지던 병원으로 수련의를 마친 나에게는 수준 높은 의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 의술은 여러 면에서 지금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 후 수 차례 팰로십과 전문의로 근무하다 이제는 맨해튼 한 대학병원에서 상담실과 수술실을 오가며 진료하게 되었다. 지난 20년간 부인과 의료의 가장 큰 변화는 치료방법의 다양성과 최상의 치료 선택에 있다. 동일한 병으로 판단돼도 여러 종류의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는 놀라울 만한 다양한 선택의 범위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의학 연구와 기술개발이 상호 경쟁적으로 상승 작용한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상담실에서 환자와 함께 각종 검사 결과와 첨단의 핵자기공명촬영(MRI) 영상을 컴퓨터로 보면서 필요한 수술 디자인을 상의한다. 여성의 흔한 부인과 질환인 자궁근종의 경우 장기 전체를 제거하기 보다는 자궁을 보존하는 근종절제술을 일차적인 치료 방법으로 선택하며 이에 필요한 복부와 자궁의 절개, 봉합을 사전에 계획하여 시술하고 있다.
향후 자녀출산 여부 외에도 장기를 보존하고자 하는 현대사회의 문화적, 종교적, 개인적인 이유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술 후 생업 전선에 신속한 복귀를 위한 최적화된 수술날짜의 선택은 실로 최첨단 수술 장비인 로봇과 첨단 의료영상기술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현대의학의 결실이기도 하다.
또한 이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여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이 수혜자가 되고 있다. 일반적인 통계에 따르면 고학력의 전문직 여성일수록 치료 시작 전 병에 대한 자세하고 전문적인 수준의 이해와 수술 이후 신속한 회복, 정상생활 복귀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추세다.
이와 같은 요구는 고가의 첨단 의료장비를 운영하고, 의료인들에게 고난이도 기술 습득을 위한 교육 비용의 상승과 전반적인 고학력화를 초래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의사의 길을 꿈꾸는 젊은 의료인들에게는 더욱 길고 고된 배움과 수련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쳐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의 맞춤화는 여성들의 치료에 대한 만족도 향상, 사회적인 생산성 증대라는 면에서는 그 순기능을 찾을 수 있다.
의료의 맞춤화와 기술화는 업무일과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예전에는 수술 대기실에서 불안 해하던 중년 부인의 손을 잡으며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고 안심시키던 손은 이제는 상담실 컴퓨터의 마우스와 자판을 오가며 자료를 분석하고 다양한 언어로 자세한 설명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당시 수술용 장갑에 쥐어졌던 수술기구들은 맨손으로 조종되는 로봇 콘솔의 조이스틱으로, 장시간 체중을 지탱하던 발은 콘솔의 페달을 바쁘게 조작하는 것으로, 마스크에 가리워졌던 목소리는 마이크로폰을 통해 온 수술실에 방송돼 정확히 필요한 것을 지시한다.
이러한 기술의 개발과 진료 업무의 변화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절개와 최대한 만족스러운 치료결과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혁신적인 장비의 개발 그리고 고급화에 힘을 입었기 때문이다. 현대는 다양하고 선진화된 의료기술이 개인의 최적화된 조건에 맞추어 가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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