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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남미 3국 순방…브라질과 관계회복 관심

Los Angeles

2011.03.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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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23일까지
브라질·칠레·엘살바도르
취임후 첫 공식방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위기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오늘(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의 남미 순방길에 오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브라질 칠레 엘살바도르를 차례로 방문 3개국 정상들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 양자 현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2009년 1월 취임 후 남미 국가를 공식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남미 순방은 중국이 브라질의 최대 교역파트너로 부상하는 등 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중도좌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미국의 입김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됐으며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신흥시장과의 통상ㆍ투자 확대는 미국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졌다.

특히 브라질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정부(2003~2010년)를 거치면서 위상이 급부상했고 미국의 입지를 더욱 빠르게 약화시켰다.

미국이 더는 중남미를 자신의 안마당 정도로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순방기간에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3개 방문국에서 에너지 경제 성장 안보 분야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미국이 남미지역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게 절박하다"면서 "미국이 소외된다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남미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국가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비교적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그의 순방이 영향력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칠레 수도 산티아고 소재 컨설팅 회사인 라티노바로메트로가 중남미 18개국 2만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미국의 영향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루킹스 연구소의 케빈 카자스-사모라 연구원은 "미국은 현재 중남미 지역을 위한 대형 협력 프로젝트를 내놓을 처지가 못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중남미 방문이 알맹이 없는 여행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미-브라질 관계가 개선된다면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드로 윌슨 센터 브라질 연구소의 파울로 소테로 소장도 "브라질은 떠오르는 국가가 아니라 이미 떠오른 국가"라면서 "미국과 브라질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이번 남미 순방에는 부인 미셸 여사와 말리아(12) 및 샤샤(9) 등 두 딸도 동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께 브라질리아 공군기지에 도착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하고 같은 날 밤 리우에 도착해 20일까지 리우에 머물며 파웅 지 아수카르 코르코바도 해변 등 관광지를 둘러보고 빈민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브라질에 이어 21~22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 22~23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를 방문한다.

■각국, 순방에 거는 기대…앞마당까지 들어온 중국 영향력 견제하나
브라질 "전략적 동맹 희망"
칠레 "확실한 우방 인정"
엘살바도르 "마약 퇴치 협력"


브라질 칠레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3개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거는 기대는 제각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중남미 순방의 목적을 '새로운 미국-중남미 관계 구축'으로 내건 만큼 이들 3개국도 지난 수년간 다소 소원했던 미국과의 관계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 중남미 최대국 브라질은 미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 이래 줄곧 대미관계 강화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호세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지난 10년 가까이 쌓인 양국의 불신을 끝내고 에너지 통상 국방 등 분야에서 남-북미 간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 정부에서 갈등을 빚었지만 중국의 경제 대국 부상 미국 경제 침체 등이 오바마 대통령으로 하여금 브라질로 눈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브라질을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브라질 역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와 국제기구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브라질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정상의 방문은 어느 경우에나 중요하지만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미국-브라질 미국-중남미의 미래 관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칠레 = 칠레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확실한 우방으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과 칠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이기도 하다.

칠레 정부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수도 산티아고에서 중남미 지역에 보내는 메시지를 담은 역사적 연설을 할 것이라는 데 고무된 표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른바 '볼리바르 혁명' 이념을 앞세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니카라과 등 강경좌파 정권에 실용 노선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 = 오바마 대통령의 엘살바도르 방문은 멕시코와 중미-카리브 지역을 휩쓰는 폭력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엘살바도르는 과테말라 온두라스와 함께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은신처로 이용되는 '중미 북부 마약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마우리시오 푸네스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좌파 성향이지만 폭력 확산을 막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네스 대통령은 좌파 게릴라 조직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 출신으로 2009년 6월 취임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좌파 대통령이 나온 것은 푸네스가 처음이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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