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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이 된 골프공…그린 위의 '새하얀 캔버스'

캐디 이숙영씨 밤샘 연습
'작은 정성' 고객에 큰 기쁨

골프 공이 캔버스가 되고 있다. 이왈종 화백은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던 1998년부터 볼에 춘화를 그렸다.

여자 프로 선수들 중에도 볼에 그림을 그리는 선수들이 있다. 유소연은 예쁜 돼지를 그린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행운의 표지 일종의 부적인 셈이다.

자기 공을 식별하기 위해 하는 마커를 업그레이드시킨 그림도 있다.

안선주는 스누피나 해바라기를 그려넣고 최혜용은 하트를 그려넣는다. 양수진은 볼에 스폰지밥 같은 만화 캐릭터나 강아지 등을 그리는데 매우 정교하다다.

양수진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골프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분신처럼 된 골프 볼에 끼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때론 골프 볼에 그림을 그리다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한다. 골프 공에 그림을 그리는 캐디도 있다.

"골퍼들은 코스에 나오면 모두 아기가 되지요. 모두 자신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줬으면 하고 바라요. 남자든 여자든 똑같아요." 경기도 이천의 비에이비스타 골프장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이숙영씨가 볼에 그림을 그리게 된 사연이다. 이씨는 "혼자서 골퍼 4명을 100% 만족시키기는 힘들어요. 라운드가 끝나면 골퍼들은 이런저런 불만을 갖게 되지요. 그런데 골프공에 그림을 그려 선물했더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라고 말했다.

캐디 6년차인 이씨는 미술을 전공하기는커녕 그림에 소질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2월 초 이 골프장의 캐디 캡틴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냈다. "골프공에 그림을 그려서 손님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자"는 것이었다. 동료 중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권정숙씨가 그림 그리기 레슨을 했다. 권씨는 그림 그리는 초보자를 위해 흔쾌히 꽃과 나비 포도 장미 꽃다발 게 만화 캐릭터 등 각종 도안을 만들어 동료 145명에게 제공했다.

이숙영씨도 그 도안을 넘겨받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처음엔 어쩔 줄 몰랐죠. 아무리 밑그림을 보고서 그린다고 해도 영 재주가 없어서인지 더디기만 했어요. 처음 것은 그냥 단순하게 꽃잎 몇 장 그리는 정도였죠. 시간도 많이 걸렸고요."

서툴렀던 이씨는 이제 이 골프장에서 그림 잘 그리기로 소문이 났다.

사부인 권씨에 이어 '넘버2'란 소릴 듣는다. 골프장에서 로스트 볼을 주워다 밤새워 집에서 그림 그리기 연습을 한 결과다.

지난 4개월 동안 내공을 쌓은 이씨의 그림은 골프장 회원들과 일반 골퍼들에게 큰 인기를 끌 정도가 됐다. 특히 장미와 꽃다발 나비 포도넝쿨 등의 그림은 일품이다.

색감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마치 인쇄한 것처럼 정교하다.

이씨는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공에 그린 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고객이 '작은 정성'을 기쁘게 받아주신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렇게 작은 것에서 골퍼와 캐디의 유대감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는 캐디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첫 홀은 누구나 즐겁잖아요. 그 즐거움을 18홀이 끝날 때까지 리드해 주는 사람이 바로 캐디라고 생각해요. 고객이 즐거우면 우리는 더 즐겁죠."

글=최창호기자.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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