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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 칼럼] 영사관님 안녕하세요?

주낙영/부총영사

공직사회에 널리 전해 오는 일화 하나. 한 중앙부처 과장이 시골에 출장을 갔다가 교통순경의 불심검문에 걸렸다(당시는 간첩이 자주 출몰하던 시기라 이런 일이 잦았다). “당신 처음 보는 사람인데 누구요?”“예, 저는 어느 부처에 근무하는 아무개 서기관이라고 합니다.”“뭐, 서기관? 서기면 서기지. 거기 관자는 왜 붙이는 거요?”

공직에는 계급마다 고유한 명칭이 있는데 서기(8급)와 서기관(4급)은 사실 하늘과 땅 차이다. 시골에는 면서기, 군서기 등 서기는 많지만 서기관은 지엄하신 군수님 한 분뿐인데 젊디젊은 친구가 감히 서기관이라고 하니 시골 순경 눈에는 이 자가 필히 관직을 사칭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사실 공직 명칭은 참 어렵다. 같은 공무원끼리도 일반직, 외무직, 경찰직, 소방직 등 각 직렬마다 계급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헷갈리기 일쑤다. 필자도 경찰계급 중 경장이 경정보다 높은 줄 알고 잘못 부르는 실례를 범한 적이 있다.

외교관 명칭도 장난이 아니다. 대사, 공사, 공사참사관, 참사관, 1등·2등·3등 서기관 등 복잡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총영사관에는 총영사, 부총영사, 영사, 부영사 등 별도의 호칭이 있어 일반인들로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그래서 총영사를 두고 ‘영사관님 안녕하세요?’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마 높여 부른다는 뜻에서 ‘관’자를 붙인 듯하나 사실 그런 직명은 없다. 그리고 ‘관’에도 사무소(office)를 뜻하는 ‘관(館)’과 관리(official)를 뜻하는 ‘관(官)’이 있는데 한글로만 쓰면 구분이 안 된다. 외교관의 호칭도 한글세대에 맞게 달라져야 하겠지만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통용되는 공용어이니 난감할 따름이다.

그럼 도대체 대사관(Embassy)과 총영사관(Consulate General)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과거 대사관은 접수하는 나라에서 파견된 나라를 대표하여 외교 교섭을 하는 대표기관인 반면, 총영사관은 특정 지역에서 자국민을 보호하고 도와주며 통상, 경제, 문화, 과학 등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관계를 촉진하는 것으로 크게 구분해 왔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주미 대사는 미합중국 내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한·미 관계 전반을 관장하고 미 정부와의 교섭과 협력을 총괄한다. 한편 미국 내 총영사들은 각자 맡은 지역 내에서 우리 국익과 국민의 권익을 보호·신장하고 한·미간 실질 협력관계 발전을 추진한다.

그러나 복합외교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국가를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역할 외에 대사관과 총영사관의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 국가별로 지방정부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시민사회, 비정부기구(NGOs)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됨에 따라 과거 전통적 의미의 주권 개념에 입각해서 외교와 영사 업무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진 데 기인하는 것 같다.

특히 뉴욕처럼 정치, 경제, 산업, 금융, 문화, 예술, 언론 등 각 분야에서 가위 세계의 수도라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뉴욕총영사관은 어떤 의미에서 규모가 작은 대사관 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종류와 양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뉴욕총영사관에는 주미 대사관 다음으로 많은 수의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들이 근무 중이다.

따라서 뉴욕총영사관은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동포사회에 대한 지원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 대한민국의 넘쳐나는 민간부분의 에너지와 뉴욕의 정부, 비정부 부문의 에너지를 결합시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사실 국민들이 공직자를 어떻게 호칭하든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우리 영사들이 동포사회의 동반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국익을 위해 더욱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동포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격려와 지도를 부탁 드린다.



◆주낙영 부총영사는
-행정안전부 균형발전기획관
-대통령비서실(정무수석실) 국장
-2009년 8월~현재 뉴욕총영사관 부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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