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언 스퀘어] 어! 우리 종씨(宗氏) 아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숫자가 200만명을 돌파하고 있는데 성씨(姓氏)는 같으면서도 영어로 표기하는 스펠링은 각양각색이다.우리나라 4대 성인 이씨, 김씨, 박씨, 최씨를 비롯 조씨, 윤씨 등의 영어 이름을 보자.
이씨는 Lee, Rhee, Rhie, Ree, Rhei, Yi, Ehee 등이고 김씨는 그래도 많지가 않아서 Kim, Gim, Ghim 정도다.
박씨는 Park, Pak, Bak, 그리고 Bahk, 최씨는 Choi, Choe가 가장 많고 어떤 분 가족은 Chai 라고 쓰는 분도 있다. 조씨는 Cho, Jo, Chou, Chow, 어떤 집안은 Chough라고도 쓴다.
윤씨로는 Yoon, Yun, Youn 등이 있다.
각자의 취향(?)과 지식에 근거해 미국에 올때, 또는 미국에 입국해 살면서 이름을 바꾸거나 시민권을 취득하며 고쳐 쓰기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다양하다.
심지어 같은 형제끼리도 스펠링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여자가 결혼을 하면 곧바로 남편의 성을 따르니까 다르다지만. 앞으로 이 땅에서 태어나는 2세 3세들은 성장하면서 같은 종씨요 같은 족보에 기록이 된 자손이면서도 성이 몇 가지가 되니 어찌 친척을 알아 볼 수가 있을까 염려 된다.
먼 훗날 한국에서 혹시라도 이씨들이 무슨 회합이나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거나 한국의 친척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회동할 때 그들 성의 표기가 각각 다른 자기 이름표를 달고 회합을 한다고 가정하면 모두가 각기 성씨가 다른, 한 가족들의 만남이 된다. 할아버지는 한 할아버지인데 이름 다른 성을 달고 있으니 어찌하랴.
30여년전 얘기가 하나 떠오른다. 이곳 베이지역에 살고 있는 한 친구의 부인이 고국에 계신 친정 아버님을 미국에 초청했는데 미국으로 오실때가 훨씬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어 알아보니 비자 발급이 안된다는 것이다.
수소문해 알아보니 한국에서 아버지가 비자 신청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따님이 보낸 초청장은 아버지의 성을 박씨 즉 영어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Park으로 기재해 보냈는데, 아버지는 이를 Bahk으로 정정해 미 영사관에 Visa 신청을 했으니 아버지와 딸의 성이 다른 서류를 찾을 수가 있었겠는가?
후에 미국에 도착한 아버지에게 왜 Park이라는 성을 Bahk으로 고치셔서 이렇게 시간을 소모하셨느냐고 물으니 아버지 왈 “Park이 어디 우리 박씨의 발음이냐? 팍 씨이지.”
“아버지가 영문학자예요? 번역가예요?”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셨단다.
한국 정부가 일찍부터 한국어의 영어 표기를 표준화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우리 조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Rhee로 성을 써서 많은 이씨들도 그를 따라 Rhee로 썼지만 많은 같은 이씨들은 역사 오랜 중국의 이씨들을 따라 Lee로 쓰고 있으니 시효도 효과도 없음을 알 수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1세들 모두가 2세들에게, 적어도 성 만큼은 한글로 적어주고 가능하면 한자로 적어주어 이를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2세들에게도 자식들을 낳으면 반드시 성 만큼은 꼭 한글과 한자로 알려주어 기억하도록 해, 우리가 조국을 떠나 세계 각국에서 삶을 이어가더라도 각자 자기의 성과 조상의 이름은 알고 지키며 살아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박종영 (한인 신용 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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