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 따이한<베트남 한인 혼혈>에게 희망 주기는…한인들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
3년째 교육·장학·주택건립 등 다양한 지원활동 펼치는 폴 안 교수
기술전문대·돼지농장도 추진
"라이 따이한을 돕는 것은 역사적 책무이기도 하다."
베트남 국립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동 대학 한국학센터 자문교수로 재직 중인 폴 안(70) 교수는 베트남전의 유산인 라이 따이한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베트남어로 혼혈을 뜻하는 라이(Lai)와 대한의 베트남식 발음인 따이한(Dai Han)의 합성어인 라이 따이한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기술자 민간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 베트남엔 최소 5000명~최대 3만명에 이르는 라이 따이한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군의 아이'란 낙인이 찍힌 라이 따이한은 베트남전 이후 극심한 인종 차별과 빈곤 속에서 40여 년을 살아왔다.
안 교수는 풀러턴의 글로벌 에듀케이션미션(GEM.회장 이정희 이사장 김성지 목사)의 후원을 통해 라이 따이한을 위한 교육 및 장학 주택건립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8년부터 3년째 라이 따이한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안 교수를 만나 봤다.
2008년 베트남을 찾은 안 교수는 라이 따이한의 다수가 궁핍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라이 따이한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주둔지였던 퀴논 나트랑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낙후한 농업지대이다 보니 대부분 빈곤층이다. GEM과 안 교수는 약 9000명으로 추정되는 라이 따이한 3세 중 126명에게 매달 일인당 3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안 교수는 "초 중 고교생 한 달 등록금이 20달러쯤 되니까 적은 돈이 아니다. 2005년에 장학사업이 시작됐는데 이제 대학생 15명이 배출된다"며 흐뭇해 했다.
안 교수는 라이 따이한들을 돕기 위해 국제기술전문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라이 따이한을 포함한 베트남인에게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자동차 정비 봉제 등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 현지 진출 한국기업체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GEM과 안 교수는 호치민시에 가칭 소망국제기술학교를 먼저 설립하고 향후 5년 내에 라이 따이한이 많이 사는 투이 호아시에 또 다른 기술전문대를 세우려 한다. 호치민시 합몽지구엔 이미 1만4200여 스퀘어피트 부지도 확보됐다.
안 교수는 한인 후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호치민시에 돼지농장 설립도 계획 중이다. 한국계 종돈회사로부터 돼지 기증 약속도 이미 받아 놓았다고 한다.
베트남은 선교가 금지돼 있다. 선교를 하다 적발되면 즉시 추방된다. 하지만 선교만 하지 않으면 종교생활은 보장된다. 안 교수는 "아파트 경비원 공안경찰 심지어 학생과 교회 운전기사들도 내 동향을 당국에 수시로 보고하지만 난 교육사업에만 충실할 뿐"이라며 "현지인들을 돕고 봉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부산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안 교수는 노워크의 디아(DIA) 대학교 총장도 역임했다.
▶문의: (714)350-6871 GEM
임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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