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또 다른 세계 '판타지 풋볼'
"가상 구단주 해 봐?" 3000만명이 빠진 스포츠 세상
오늘 개막 NFL 등 미 프로 스포츠망라
ESPN 등 주요 온라인사이트 리그 운영
경제 효과 44억달러…풋볼이 가장 인기
NFL MLB NBA 등 프로 스포츠에서 각 팀들이 순서대로 신인 선수를 뽑는 드래프트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신씨는 4년째 판타지 풋볼 드래프트에 참여하고 있다. 같은 리그에 소속돼 있는 친구 11명도 함께 참여한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리그 홈페이지에 모여 NFL 선수들을 뽑았다. 이들이 뽑은 선수들을 토대로 판타지 풋볼 게임이 시작된다. 판타지 풋볼 게임은 매년 9월 미 최고 인기 스포츠인 NFL 개막과 함께 뜨겁게 달아오른다. 미 온라인 게임의 대표작이다.
신씨가 판타지 풋볼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미국의 스포츠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다. 홀로 유학길에 올랐던 신씨가 수업 시간 판타지 풋볼 이야기를 나누는 타인종 친구들의 모습을 본 뒤 참여하게 됐다. 판타지 풋볼을 하면 그들과 친구과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생존책이었다.
신씨는 "처음에는 좀 어려운 감도 있고 하지만 게임에 적응만 되면 이것만한 온라인 놀이는 없다"라며 "판타지 풋볼 하나로 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미국 스포츠 문화와도 친숙해지는 등 인생에 재미와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씨는 한술 더 떠 판타지 풋볼을 통해 '코리아' 홍보에도 나선다. 팀 이름이 '김치 쓰나미' '독도 전사' 등이기 때문이다. 신씨는 "함께 리그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에게 김치 독도 등 한국의 대표적인 것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게임을 하면서 애국도 할 수 있어 1석2조"라고 말했다.
◆판타지 풋볼이란?
ESPN 야후 스포츠 CBS NFL 등에서 판타지 풋볼 사이트를 따로 운영한다. 이 사이트 안에는 엄청난 숫자의 풋볼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한 리그는 보통 10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리그 가입과 동시에 팀의 구단주가 된다. 온라인 세상 속 가상 NFL 구단주인 셈이다. 리그에 참가하면 다른 구단주들과 함께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영입한다.
선수 구성을 마친뒤 NFL 개막과 함께 판타지 풋볼 리그가 시작한다. 팀 성적은 자신의 팀 선수들의 실제 경기 성적 및 기록에 근거하게 된다. 예를 들어 쿼터백(QB)이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면 6점이 공을 상대팀에게 빼앗기면 -2점이 기록되는 식이다. 또 다른 팀 구단주와 트레이드가 가능하고 성적이 부진한 선수들을 방출하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통해 다른 선수 영입이 가능하다. 특히 자신의 주전 선수가 실제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후보 선수들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리그 가입과 운영은 무료이나 최근에는 가입비를 내고 우승팀에게는 상금이 주어지는 리그도 늘어나고 있다.
◆거대한 판타지 스포츠 세상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3000만명 이상이 판타지 스포츠를 즐긴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렇다 보니 1999년에는 판타지 스포츠 전문 협회까지 만들어졌다. 판타지 스포츠 트레이드 협회(FSTA)다.
이 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미 판타지 스포츠 인구는 3200만명이 넘으며 남성 5명 가운데 1명은 판타지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종목별로는 3200만명 가운데 2000만명 정도가 판타지 풋볼을 즐기고 있다.
판타지 풋볼 외에 야구(MLB) 농구(NBA) 골프 나스카(NASCAR) 등이 판타지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판타지 스포츠를 즐기는 주 연령대는 18세부터 49세까지다. 뿐만 아니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판타지 스포츠 인구 가운데 70% 이상이 최소 대학 이상의 학력 소지자이며 참가자 90% 이상은 백인이고 남성이다.
특히 인터넷의 대중화 속에 판타지 스포츠 인구는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 2007년에는 판타지 스포츠 인구는 1940만명이었다. 4년 동안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FSTA 폴 카시안 회장은 "판타지 스포츠 시장은 불경기 속에서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참가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파급효과
판타지 스포츠의 경제적인 효과는 44억 달러에 달한다. 엄청난 액수다. 판타지 스포츠인들의 판타지 스포츠 관련 상품 구매를 위한 지출은 8억 달러에 이른다. 큰 손이다.
미디어들은 이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ESPN은 판타지 스포츠를 운영하는 이들을 위해 직접 '판타지 스포츠 리포트' 프로그램을 따로 제작하고 있으며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등도 매주 온라인을 통해 판타지 스포츠 정보를 전달한다. 또 판타지 스포츠 참가자들은 직접 TV 시청도 더 많이 하게 되고 경기장 방문 빈도도 높아진다. 미시시피 대학교의 킴 비슨 교수는 판타지 스포츠 참가자 중 약 60%가 판타지 스포츠에 손을 댄 이후 더 많은 경기 중계를 시청한다고 밝혔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워낙 인기가 높다 보니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한 유명 투자회사는 회사 규칙을 어기고 근무시간에 판타지 풋볼을 한 직원 4명에게 해고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ESPN은 NFL 경기가 있는 주말마다 판타지 풋볼에만 신경을 쓰는 남자친구 때문에 연인관계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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