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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 그리고 '주부'…실직 후 전업주부로 연착륙 증가

"난 행운아, 아내를 위해서 최선"
남성 연성화와 맞물린 사회적 추세

'남성 주부'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사회 적응이 대체로 원활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의 남성 주부 증가는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 최근 전업주부화 한 남성들의 경우 직장을 잃고 집안에 들어선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남성 주부들이 최근 들어 특히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여성보다 남성의 실업률이 높은 것도 한 몫을 한다. 지난해 말 통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남성 실업률은 10.4% 여성 실업률은 8% 수준이었다. 게다가 여성들은 직장을 잃고 전업 주부로 돌아서더라도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띈다.

육아나 장보기 식사 준비 등은 겉으로는 양성 평등 사회인 미국에서도 지금까지의 사실상 여성의 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 불황과 그에 따른 실직 등으로 이런 역할들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맡게 된 남성들이 주변에 적지 않은 실정이다.

캔자스 원 유니버시티 연구팀은 최근 실직돼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선 남성 20명을 심층 면접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실직한 남성들이 주부로서 연착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이 대학 박사과정의 대학원생 일라나 디멘타스는 "실직후 전업주부화 한 남성들은 일을 하는 자신들의 부인 혹은 걸프렌드에 대해 매우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면접에 응한 한 남성은 "나는 정말 행운아다. 아내가 여전히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내가 좋은 보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운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과거와 달리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내를 위해 커피를 내린다. 고마운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남성 주부들의 이런 자세는 집안에서 군림하려는 기존의 남성상과는 사뭇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주부 일을 하는 걸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던 구 세대 남성들과는 꽤나 다른 양상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연착륙하는 남성 주부들이 늘고 있는 점을 최근의 사회적 추세와 연계시키고 있다. 한 전문가는 "메트로 섹슈얼 등으로 상징되는 남성의 연성화와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메트로 섹슈얼은 외모 등을 중시하고 화장과 옷차림 등에 대해 유달리 신경을 쓰는 현대 도시의 남성군을 일컫는 용어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나는 남자다. 주부 일은 창피해서 못한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는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남성상에 비해 현대 남성들이 경기 후퇴 국면에서 확실히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디멘타스는 "남성 아이덴티티가 변화하고 있다"며 "남성 주부들은 여성들이 하던 집안 일을 크게 거리낌없이 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남성 주부들이 실직 상황에서도 집안에서 나름의 권위를 유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으로서 자존심과 전업주부로서 역할을 잘 조화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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