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칼럼]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책무
황인선 뉴욕사무소 차장
중앙은행이 왜 금융안정 책무를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이라도 담당해야 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중앙은행은 그 본질상 화폐 발행권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필요 시 긴급 유동성의 최종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중앙은행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유동성을 공급하여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기관이다. 둘째, 통화정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금융시스템은 통화정책이 수행되고 그 효과가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경로이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은 통화정책의 유효성 확보를 위한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은 상호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므로 금융시스템이 불안할 경우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 달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 불안으로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될 경우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국 및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인 부르킹스 연구소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재고(Rethinking Central Banking)’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과정에서 얻은 교훈의 관점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라는 전통적 목표와 함께 금융안정을 중앙은행의 명시적인 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해 이번에 한국은행법이 개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하겠다. 이는 우리나라와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유로지역의 국가채무위기 및 경기 재침체 우려가 가중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변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경기회복 촉진과 함께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나 통화정책 효과와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의 경우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도 도전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이번에 금융안정 책무를 명시적으로 부여 받은 만큼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