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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가족입니까? 연인입니까?

김세환/목사·LA연합감리교회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바람을 피우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남편이 경찰서에 끌려 갔습니다. 어린아이만큼이나 조그마해진 남편이 착찹한 얼굴로 신원을 진술하고 있습니다. 함께 '불륜'이라는 이름의 뜨거운 입김을 나누었던 여인은 꽉 다문 입으로 땅바닥만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쥐어 뜯겨서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만큼이나 산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멀리 떨어져서 도끼눈을 뜨고 있는 아내가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씩씩거리며 아직도 식지 않은 분을 삭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남편이 조용한 침묵을 깨고 마치 벌에 쏘인 사람처럼 용기를 얻어 넋두리를 늘어 놓습니다.

"형사님 제 마누라는 제게 더 이상 '여자'이기 보다는 그냥 '가족'이었습니다!"

이 말 한방에 강타를 당한 아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과거의 어느 한 순간 남편의 가슴을 뛰게 하며 그리움에 밤잠 설치게 했을 이 여인은 이제 더 이상 남편에게 함께 동거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열정이나 감동을 일으킬 수 없는 알맹이 없는 존재가 되고 만 것입니다.

여전히 착한 엄마 좋은 며느리 그리고 착한 가정부인데 서글프게도 이제는 남편의 생각과 마음을 사로잡는 애인은 아닙니다.

이 철없는 남편의 푸념을 듣는 아내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침을 잃은 벌 그리고 날개가 꺾인 나비처럼 달콤한 꿀은 얻었지만 가장 소중하고 본질적인 것은 잃어버린 것입니다. 아내는 모름지기 죽는 그 순간까지 남편의 가슴을 뛰게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고 남편도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의 사랑 받는 연인으로 남아 있어야만 합니다.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마리아라는 여인이 예수님의 발에 '나드 향유' 한 병을 통째로 붇습니다.

그 여인이 예수님께 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는지 짐작하게 하는 사건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 여인은 당시의 건장한 남성이 일 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벌 수 있는 임금을 한 순간에 다 날려 버린 것입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한 행동입니다.

하여 논리적인 머리의 소유자인 유다가 그녀의 만행을 비난합니다.

"아무리 당신의 돈이라도 그렇게 함부로 낭비하는 것이 옳은 일이요? 그 돈으로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도울 수 있겠소?" 얄미울 정도로 똑똑한 유다를 말을 주님이 받아치십니다. "유다야! 그녀를 괴롭게 하지 말아라! 그녀는 나를 위하여 큰 일을 하였다.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복음이 증거되는 곳마다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 전하여 질 것이다"

인간적으로 본다면 '밥 맛 없는 유다'가 예수님께 영원히 찍히는 순간입니다. 그는 뛰어난 경영 마인드와 철학을 가진 '예수님의 가족'이었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골고다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예수님의 연인'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멋진 일들을 두루두루 잘하는 신앙이라도 '예수님 때문에 가슴 뛰는 일'을 경험하지 못하다면 그는 눈먼 유다의 후예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은 예수님의 연인입니까? 아니면 그냥 가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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