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루사 감독 "전화가 안들려서 패배"…관중 소음에 엉뚱한 투수 불러
6차전, 루이스 vs 가르시아 맞대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니 라루사 감독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월드시리즈 5차전 8회에 구원 등판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 랜스 린을 보고한 말이다. 결국 린은 2사 23루에서 이안 킨슬러에게 고의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당초 라루사 감독이 원했던 마무리 투수 제이슨 마트에게 넘겨주었다.
덕아웃과 불펜의 전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인트루이스가 패하는 드문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불펜 운용의 귀재로 알려진 라루사 감독이 피해자가 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4일 세인트루이스와 텍사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 2-2로 맞선 8회말 텍사스는 마이클 영의 2루타와 넬슨 크루즈의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위기에 몰린 세인트루이스는 왼손타자 데이비드 머피 타석 때 오른손 투수 옥타비오 도텔 대신 마크 젭신스키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그는 내야 안타를 허용하고 1사 만루에 몰렸다.
평소 라루사 감독의 불펜 운용을 감안하면 당연히 오른손 투수가 나설 차례. 젭신스키는 오른손 타자에게 유난히 약했고 타석에 들어선 마이크 나폴리는 왼손 투수에게 유난히 강해 투수 교체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젭신스키는 그대로 마운드에 남았고 결국 나폴리에게 결승 2루타를 허용했다.
그러면 왜 라루사 감독은 젭신스키를 그대로 마운드에 남겼을까. 혹시 나폴리 다음 타자가 다시 왼손 타자인 미치 모얼랜드라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젭신스키 본인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라루사 감독의 해명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8회 옥타비오 도텔이 위기를 맞이하자 불펜에 전화를 걸어 마무리 투수 제이스 마트와 함께 젭신스키를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불펜 코치는 관중들의 환호에 라루사 감독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젭신스키만을 대기시켰다. 머피에게 내야 안타를 맞아 투수를 교체하려 했지만 불펜에 몸을 풀고 있는 투수는 없었다. 불펜코치가 마트를 대기시키라는 소리를 못들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젭신스키로 하여금 나폴리를 상대하게 하고 마무리 투수 마트의 몸을 풀게 한 결과가 결국 2타점 2루타였다.
라루사 감독은 젭신스키가 다음 타자 모얼랜드를 삼진으로 처리한 뒤 다시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엔 진짜 마트였다. 그런데 마운드로 뛰쳐 나온 건 마트가 아닌 린이었다. 그가 린을 보고 한 말이 바로 "네가 왜 나왔냐?"였다.
라루사 감독은 5만명이 넘는 관중 함성 때문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텍사스 선수들이나 텍사스 언론들은 알링턴 레인저스 볼파크보다 더 시끄러운 구장에서도 그런 실수는 없었다며 마트를 아끼려다 경기를 내준 라루사 감독이 자신의 판단 미스를 숨기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편 6차전은 26일 다시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오후 5시.FOX)로 옮겨 치러진다. 양팀은 콜비 루이스(텍사스)와 하이미 가르시아(세인트루이스)를 선발로 예고했다.
이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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