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첫 눈이 내리더니 날씨가 쌀쌀해졌다. 이럴 때 뉴욕의 뮤지엄은 하루종일 즐기기에 최상의 낙원이다. 미술품을 감상하고, 배우며, 영화나 공연을 보고, 또 먹거리도 즐길 수 있는 원스톱 컬처 스페이스다. 눈과 귀, 입과 코까지 우리의 5감을 풍요롭게해줄 뮤지엄의 볼만한 전시와 공연, 식당으로 안내한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웅장한 규모의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은 적어도 일주일간 마라톤으로 감상해야할 것이다. 무엇부터 보아야할지 모르겠다면, 뮤지엄의 추천 여정 가이드(metmuseum.org/visit/itineraries)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입장료($25)는 기부금제니 형편대로 내면 된다. 다음은 하이라이트.
▶이슬람 미술=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이슬람갤러리는 9·11 이후 보수공사를 이유로 문을 걸어 잠구었다. 그리고 8년만에 15개의 갤러리에 기나긴 새 이름 ‘아랍, 터키, 이란, 중앙아시아, 후기 남아시아 미술을 위한 새 갤러리’로 베일을 벗었다.
이란과 터키의 카펫, 터키의 이즈닉 타일, 페르시아의 쪽빛 도자기들이 지역별로 전시되어있다. 아울러 인근 스페인과 인도의 영향까지 1200여점이 포괄적으로 이슬람 세계의 미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했다. 1707년 오토만 시기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 지어진 리셉션룸을 재현한 것도 볼만 하다.
▶스티글리츠 컬렉션=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남편으로도 유명했지만, 사실 뉴욕에서 갤러리를 운영했던 아트컬렉터였다. 그는 피카소와 마티스, 브란쿠시, 칸딘스키에서 존 마린, 아서 도브까지 유럽과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사모았다. 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스티글리츠와 그의 화가들: 마티스에서 오키프까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조각보= 메트에 간 김에 한국실 방문을 뺄 수 없다. 지금 한국실에선 관음보상상, 상감청자매병, 달항아리 외에 조각보도 전시 중이다.
▶플라멩코 공연= 4일 오후 7시 메트뮤지엄에선 정열의 플라멩코 댄스 ‘집시 파이어(Gypsy Fire)가 찾아온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온 ‘콤파냐 플라멩카 호세 포르셀’이 춤과 음악을 선사한다.
▶먹거리= 유리벽으로 센트럴파크가 내다보이는 ‘페트리코트 카페 앤 와인 바’에서 운치있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다. www.metmuseum.org.
MoMA에서 드 쿠닝 회고전 보고, 모던에서 우아한 식사하고 아트앤디자인뮤지엄 피카소·쿤스의 주얼리 디자인전은 보너스
◆뉴욕현대미술관(MoMA)
MoMA의 입장료는 $25(일반)이다. 금요일 오후 4시∼8시30분엔 무료다.
▶드 쿠닝 회고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후 잭슨 폴락과 추상표현주의의 쌍벽을 이룬 화가 윌렘 드 쿠닝의 회고전이 현재 MoMA의 간판 전시다. 그의 70년 작가 생활을 총 망라하는 200여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엔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싼 1억3750만불에 경매된 ‘여인 3’(1953)을 비롯 쿠닝의 ‘여인’ 시리즈를 한 벽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다.
2006년 미술계 세계 파워넘버1 갤러리 가고시안에서 이 그림을 판 이는 할리우드의 거물 데이빗 게펜이었고, 산 인물은 헤지펀드 거부 스티븐 코헨이었다. 참고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은 폴락의 ‘넘버5’(1억4000만불). 마지막 갤러리엔 화가 재스퍼 존스가 소장했던 ‘고양이의 야옹(The Cat’s Meow’(1987)도 전시 중이다.
▶사이 트왐블리 조각= 올 7월 로마에서 사망한 트왐블리(Cy Twombly)는 절정을 표현한 외설 작가로 알려져있다. 그의 그림과 대조되는 심플하고, 흥미진진한 조각이 전시 중이다.
▶영화= MoMA에 가면, 영화는 필수다. MoMA는 매년 봄 ‘뉴 디렉터스, 뉴 필름스’ 축제를 열어오고 있는 만큼 소장 필름의 수도 천문학적이다. 뮤지엄 입장 시 영화는 무료다. 그러나 티켓을 받아야한다.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을 김수영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안개’(Mist, 1967)가 특별상영된다. 주연은 신성일과 윤정희.(11일 오후 4시)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뮤지컬계의 전설인 밥 포세의 ‘올 댓 재즈’(1979, 4일 오후 7시30분), 프랑스 무성영화의 고전인 조르쥬 멜리에스의 16분짜리 단편 ‘달세계 여행’(1902, 11일 오후 7시)도 상영한다.
▶먹거리: MoMA엔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요리를 내세우는 레스토랑 ‘모던(The Modern)’이 있다. 프와그라, 수플레 등 모던 프렌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www.moma.org.
◆휘트니뮤지엄
휘트니는 입장료가 $18이지만, 금요일 오후 6∼9시엔 맘대로 내면 된다.
▶데이빗 스미스 조각전= 미국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자부하는 휘트니뮤지엄에선 현대조각의 거장 데이빗 스미스전이 열리고 있다. 네모와 동그라미와 지그재그로 형태를 구축해 새 조각의 길을 제시한 그의 작품 6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리히텐쉬타인 영화설치작= 로이 리히텐쉬타인은 만화를 소재로 한 망점 그림으로 통속문화를 고급문화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다. 그가 할리우드의 유니버설스튜디오에 거주작가로 있던 시절 35밀리 영화 작업을 했으며, 최근 휘트니가 복원했다. 3가지 풍경을 영화로 감상할 기회.
▶먹거리= 휘트니뮤지엄 지하엔 브런치로 인기있는 사라베스가 문을 닫은 후 얼마 전 ‘언타이틀드(Untitled, 무제)’라는 뮤지엄에 걸맞는 이름의 새 레스토랑이 오픈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주인은 바로 뉴욕의 인기식당 유니온스퀘어 카페와 그래머시 태번의 대니 메이어. 하루 종일 팬케이크, 오믈렛 등 아침식사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www.whitney.org.
◆아트앤디자인뮤지엄
컬럼버스서클에 위치한 아트앤디자인뮤지엄에 한번쯤 들러볼 시기가 왔다. 모처럼 한인작가 특별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트앤디자인뮤지엄의 입장료는 $15이나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6∼9시엔 ‘맘대로 내세요’를 실시한다.
▶코리안 아이= 한인작가 지용호·이재효·최우람·신미경씨 등 21인의 혁신적이고 참신한 회화·사진·조각·비디오작품이 선보이는 ‘코리안 아이:에너지와 물질(Korean Eye: Energy and Matter)’전이 지난 1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이남씨의 디지털아트 ‘명청 회화’는 5개의 동양화가 4계절의 변화를 그려내는 작품으로 5분간 멈추어서 감상을 권한다. 그 앞 신미경씨가 비누로 조각한 일련의 중국 도자기 ‘번역’ 시리즈도 주목할만 하다.
▶피카소에서 쿤스까지= 2층 ‘코리안 아이’전 바로 옆에선 ‘피카소에서 쿤스’까지를 제목으로 쥬얼리 디자인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 유명 작가들은 때때로 가족이나 친구들을 위해 예쁜 귀고리, 목걸이와 펜던트를 만들었다. 피카소와 브라크, 막스 언스트, 재스퍼 존스, 라우센버그, 제프 쿤스, 그리고 키키 스미스까지 액세서리에 관심있는 이들은 놓쳐서는 안될 전시다.
▶자수 워크숍= ‘코리안 아이’전을 기해 한국 전통 수공예의 정수인 자수를 명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이 이번 주말 열린다. 뉴욕의 정영양 자수박사와 한국의 김태자 자수 명인이 4일과 5일 오후 2시부터 뮤지엄 6층의 공방에서 자수의 기본을 가르칠 예정이다. www.madmuseum.org.
▶먹거리= 아트앤디자인뮤지엄의 보석 중의 하나는 바로 9층의 식당이다. 이름은 너무도 평범한 ‘로버트(Robert)’지만, 전망이 스펙터클하다. 뮤지엄 이름 만큼 테이블과 의자의 컬러와 디자인이 컬러풀하고 흥미진진하다. 메뉴도 신선하다. 투나 카르파치오를 올린 비스킷같은 참치 피자($16)가 있으며, 애피타이저인 호박 리조토($14)는 가벼운 런치로 손색이 없다. robertnyc.com.
◆뉴갤러리
독일과 오스트리아 미술 전문 ‘뉴갤러리’는 이름이 시사하듯 뮤지엄이라기는 좀 아쉬울만큼 규모가 작다. 그러나 클림트와 에곤 쉴레 등의 작품을 집중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뉴갤러리 입장료는 $20이지만, 매월 첫째 금요일 오후 6∼8시엔 무료다.
▶로널드 S. 라우더 컬렉션= 뉴갤러리의 칭립자인 로널드 라우더 컬렉션이 모은 기원전 3세기부터 20세기까지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 미술품을 전시 중이다.
▶먹거리= 뉴갤러리 오픈 즉시 화제가 된 비엔나풍의 카페 사바라스키. 이름은 이 뮤지엄의 공동 창립자 세르지 사바라스키에서 따왔다. 다분히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소시지와 프레쩰, 슈니첼과 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 줄이 길게 늘어서있으면, 지하의 카레 플라더마우스로 가면 된다. 키친이 같으므로 같은 음식을 기다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 www.neuegaleri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