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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저자에게 듣는다…'리투아니아 여인' 장편으로 펴낸 이문열

내 소설 초기 낭만적 감수성으로 귀환…'변경' 속편 준비 중

리투아니아의 여인
이문열 지음
믿음사


견고해 보이던 그의 문학 성채에 균열이 오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보수적인 내용의 신문 칼럼이 몰고 온 파장이 컸다.

하지만 그는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며 대립각을 오히려 가파르게 세웠다. 이씨 스스로 '시대와의 불화'(92년 이씨의 산문집)를 넘어 "시대적 왕따였다"라고 표현한 우울한 세월이었다.

 이씨의 새 장편소설 '리투아니아 여인'은 그런 과거를 청산하기로 작정하고 쓴 작품이다. 소설은 본지 토요섹션인 j에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연재됐다.

연재 전 인터뷰에서 그는 "다국적 정체성을 갖춘 주인공을 통해 땅과 피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양상의 사랑을 그려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적 이념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별난 사랑 이야기를 써보겠다는 거였다.

 15일 오후 경기도 이천에 있는 이씨 자택을 찾았다. 1년 여 만이다. 소설 얘기 근황 등을 들었다.

-연재 전 인터뷰에서 "앞으로 문학에 전념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런 뜻대로 잘 됐나.

 "지난 10년간 보수논객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소설책을 내면 문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문열이 책을 쓴 사건'에 대해 시비를 거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다. 맷집 좋은 사람도 잔매를 계속해서 맞다 보면 지치게 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작품을 쓰고 싶었다. 내 소설 초기의 낭만적 감수성으로 돌아갔다고나 할까 좀 거창하게 말하면 문학으로의 작은 귀환이다."

 -소설은 사랑 이야기면서도 혼혈 여주인공이 겪는 정체성 혼란을 비중 있게 다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예술 분야에서 한 사람의 혈통이나 국적 정체성을 따지는 일은 이제는 무의미하다. 요즘이 그런 시대다. 갈수록 노마드(Nomad.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현대적 의미의 유목민)화가 진척되고 있다. 그런 걸 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노마드적 기질의 소설 여주인공은 사랑 문제에 관한 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

 "문화적 이질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이 문제인 것 같다. 혈통.국적이 다른 남녀의 경우 이질성을 극복하겠다 하는 생각이 지나쳐 그런 결심을 끊임 없이 의식하는 게 일종의 피로가 되는 상황 말이다. 가령 부부 사이에는 서로 참아줘야 할 일이 많게 마련이다. 대개는 체념하고 살고 따라서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질적인 출신의 남녀가 만나면 그렇지 못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은 연극연출가이고 여주인공이 뮤지컬 음악감독이다. 연극.뮤지컬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번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고민하는 예술가에 관한 소설이다. 일종의 유미적 주제랄까. 그런 이야기를 여주인공을 내세워 길고 처연하게 하려다 보니 가벼운 사랑의 모티프를 집어넣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문학에만 전념할 작정인가. 정치적 시비를 부를 만한 작품은 쓰지 않겠다는 건가.

 "이미 기획돼 있고 구상을 마친 작품들은 어쩔 수 없이 이전과 같은 시비를 부를지 모르겠다."

 -어떤 작품들인가.

 "70~80년대 근대화를 다룬 대하소설 '변경'이 끝난 게 아니다. 속편을 쓸 생각이다. 김유신을 주인공으로 한 처연한 역사소설도 준비 중이다."

 -작가들 창작공간인 부악문원에는 누가 들어와 있나.

 "무명 문인 대여섯 명이 입주해 있다. 마침 오늘 김장하는 날이다. 이들과 함께 급변하는 요즘 미디어 환경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신준봉·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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