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열망 갈수록 커져…사랑받는 곡 쓰고 싶다" LA 필 전뮤직 디렉터 에사-페카 살로넨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등극시킨 후 구스타보 두다멜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훌쩍 런던으로 떠났던 마에스트로 에사 페카 살로넨이 잠시 LA를 찾았다. 지난해에 이은 두번째 방문이다. 현재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아티스틱 어드바이저이자 상임 지휘자의 자리에서 작곡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LA 필과 연말 특별 무대를 갖기 위해 찾은 LA의 따뜻함을 '고향같다' 며 기뻐했다. 세계적 지휘자이자 작곡가로 '삶의 최대 황금기' 를 보내고 있는 그의 새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2009년 LA 필을 떠난 후 두번째 컴백 무대입니다.
월트 디즈니 홀 무대로 돌아올 때 마다 마치 먼 여행을 떠났다 아주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듯한 평안함을 느낍니다. 53년의 생애에서 어린 시절을 제외한 17년간의 세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지요. 2009년 영국으로 간 후 지난해 처음으로 다시 LA로 돌아왔을 때는 눈물까지 났어요. LA는 이제 저에게 고향입니다. 저희 아이들이 태어난 곳 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무대에 대한 개인적 소회는?
지난 11월 25일부터 3차례 열었던 연주회는 저에게 더할 수 없이 기쁘고 황홀한 무대였습니다. 특별히 '오딧세이'의 뱃사람들을 노래로 유혹하는 인어(Siren)의 신화를 음악으로 풀어낸 앤더스 힐보그(Anders Hillborg) 곡 '사이렌스'(Sirens) 초연 무대를 지휘할 수 있어 엄청난 감격을 맛보았습니다. 그는 천재 작곡가 이면서 음의 시인입니다.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신화나 전설이 살아서 무대 위에 음으로 안개처럼 퍼지는 것을 느껴요.
12월 연말 특별 무대 위해 컴백
신화가 살아서 퍼지는 것 같은
힐보그 곡 등 지휘… 감회 깊어
- 힐보그를 소개한다면?
LA 필에 뮤직디렉터로 있을 때 LA 필은 저에게 아주 많은 기회와 베니핏을 주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클래시컬 콘템포러리 뮤직에 관심이 많은 저를 위해 특별히 새로운 작곡 프로젝트를 만들고 150만달러의 그랜트를 확보 많은 작곡가들에게 곡을 의뢰했지요. 그 덕에 엄청나게 많은 보석같은 작곡가들을 발굴 무려 54개의 새로운 곡을 초연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발굴된 작곡가가 바로 지난 앤더스 힐보그예요. 5년전 LA 필하모닉과 '베토벤 언바운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와 조우했는데 그 행사의 하일라이트도 그의 초연 곡(Eleven Gates)이었습니다. 아주 아주 매력적인 곡이었어요.
저는 첫번 만남에서 그의 음악성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그 후 우리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를 알게됐고 시간만 나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됐습니다. 이번 곡도 LA 필이 그에게 특별히 의뢰한 커미션 곡이지요. 풀 오케스트라에 합창단 소프라노(Hila Plitmann)와 메조 소프라노(Anne Sofie von Otter)가 협연한 초연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평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게 좋았습니다.
- 12월 연주회도 특이한 무대지요?
쇼스타코비치가 1932년 작곡한 미완성 오페라 곡 '오랑고'(Orango) 초연 무대예요. 반은 인간 반은 유인원인 주인공을 대상으로 인간세상을 꼬집은 곡입니다.
감회가 깊어요.
- 2년이 지났습니다. 영국생활은?
어느 누구라도 거주지를 옮기면 대부분 상충되는 기분을 느끼지요. 새로움에 대한 흥미로움과 경이로움 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요. 저희도 그랬어요. 또한 LA와 런던 사람들은 완전히 성향이 틀려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두 도시의 날씨와 거주민들의 성격이 같다고 하면 될까요? 처음 런던에 짐을 풀었을 때는 이들의 지나치게 점잖으면서도 또한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튀고 개방적인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친구가 되어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외국으로의 연주 여행이 많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아내(바이올리니스트 제인 프라이스)와 세 아이들이 런던 생활과 날씨에 적응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알다시피 영국 날씨와 LA는 완전히 다르지요. 일년 열두달 쾌청한 LA에서 태양을 즐기던 우리 아이들은 우중충함이 싫다고 LA로 돌아가자고 떼쓰기도 했어요. 지금은 모두 런던을 사랑하고 그 곳의 날씨와 사람들 음식과 문화를 모두 총체적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2년 전 런던에 짐풀었을 땐
점잖지만 개방적 모습에 당황
이젠 런던 날씨·문화 즐겨
- 구스타보 두다멜에 대한 개인적 평가는?
제가 처음 LA 필에 소개됐을 때 제 나이가 26세 였습니다. 그 후 5년쯤 있다가 당시 LA 필의 사실상 실세였던 이그제큐티브 디렉터인 어니스트 플레이시먼의 요청으로 LA 필에 객원 지휘자로 오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받았을 때가 막 30을 넘긴 나이였지요. 당시 거물급 안드레 프레빈이 뮤직 디렉터로 있을 때 였고 객원 지휘자라야 그의 보조 역을 하는 것 이었을 텐데도 저를 향한 주변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반추해보자면 여러가지로 미숙하게 대처하지 않았나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두다멜이 LA 필에 뮤직 디렉터로 왔을 때는 27세였습니다. 그 나이에 세계적인 대형 오케스트라의 뮤직 디렉터 역을 맡아 의연하게 역할을 수행하며 또한 음악적 평가도 상당히 우수한 점수를 받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고 있는 거지요. 그는 천재성을 여러 면에서 갖고 있습니다. 그같은 지휘자를 뮤직 디렉터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LA 필의 행운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5년전부터 작곡가로서의 비율을 반으로 늘였습니다. 지금은 저의 마음과 머리 속에 작곡에 대한 열망이 더욱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곡을 한다는 것은 지휘보다 훨씬 더디고 힘겨운 일이지만 저에게는 더할 수 없이 큰 행복을 주는 작업입니다. 좋은 곡 세계 어느 곳의 무대에 올라도 사랑받는 곡을 쓰고 싶습니다.
에사-페카살로넨은(Esa-PekkaSalonen, 1958년6월30일~)
핀랜드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이다. 헬싱키 소재 시벨리우스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스웨덴 라디오 교향악단과 LA 필하모닉 뮤직디렉터로 활동했으며 17년동안 뮤직 디렉터로 재임하는 동안 전세계 순회 공연, 스트라빈스키 페스티벌, 베토벤 페스티벌등 음악사적으로 큰 평가를 받은 행사를 열어 오며 LA필하모닉을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키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LA 필 당시 작곡한 'LA Variations'(1996), ' Foreign Bodies'(2001), ' Insomnia'(2002), 'Piano Concerto'(2007) 등을 작곡했으며 2009년 작곡한 'Violin Conerto'(2009년)도 LA 필의 연주(Violin:Leila Josefowicz) 로 월트 디즈니콘서트홀 무대에서 초연됐다.LA 필을 떠난후 2008년 부터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했으며 최근 2014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유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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