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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굳은 얼굴의 젊은 할머니

이문희
신경심리학 박사

환갑을 갓 넘긴 ‘할머니’가 있었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늘 시름시름 앓았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자기는 스스로 할머니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 여인의 특징은 웃을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배를 잡고 웃을 말에도 간단하게 한번 씩 웃고 끝내버리곤 했다.

그렇다고 늘 우울한 것도 아니었지만, 굳은 얼굴로 지냈다. 남자들 가운데는 무표정한 얼굴을 오히려 근엄한 자세로 여기는 시대도 있었으니, ‘굳은 얼굴의 사나이’는 소설제목으로도 쓸 만하지만, 굳은 얼굴의 여인은 낯설기만 하였다.

웃음은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얼굴표현이다. 원숭이나 침팬지는 웃는 시늉을 하지만, 팔다리 움직임이나 음성표현 없이 얼굴만 보면 웃는지 화를 내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하등동물에서는 물론 웃음을 볼 수 없고, 개나 고양이의 웃는 얼굴은 만화에서나 그릴뿐이다.

웃음은 사람의 건강에 절대적 영향을 준다. 신체적으로는 심장활동, 피 순환, 근육이완, 신경안정 등 우리 기본건강과 직접 관계되는 여러 기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백 번 웃는 것은 10분 운동과 맞먹는다든지 서너 번의 배꼽을 잡는 웃음은 3층 계단을 뛰어 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약삭빠른 계산을 해낸 학자도 있다. 심리적으로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며, 긍정적 자아평가, 낙관적 가치관 등 좋다는 것들은 다 포함하고 있다.

설사 순간적 효과가 없다고 해도, 웃음은 우리 몸의 면역성을 오랫동안 향상시켜준다. 학계에서는 이미 병의 예방비법으로 상당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두뇌 자기공명사진 연구에 의하면 웃을 때 반응하는 신경부위는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부분과 같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에서는 웃음이 사라지게 된다는 이론도 성립된다. 웃음으로 작동된 두뇌부위는 학습에 민감한 부위와 연결되어 있다. 웃음의 감정표현은 인지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에 따라 잘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웃음에 인색한 사람도 있다. 최근 한 재미있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웃음의 반응을 조사하였는데, 심장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에 비하여 반응도 느리고 웃음의 빈도도 낮았다. 즉 웃음을 잃은 사람에게 심장병이 더 쉽게 찾아온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양로원에서 재미있는 영화나 만담으로 웃을 기회를 주면, 건강이 호전되고 만족도가 올라 간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연구는 ‘웃으면 복이 온다’는 속담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대학졸업 사진으로 학생들의 웃음표현 도수를 측정하고, 30년 후 그들의 가정 사회 직장생활을 비교하였는데, 웃음이 풍부한 학생들은 ‘굳은 얼굴’의 학생보다 정신집중력이 강하고, 가정생활이 원만하며, 개인 만족도가 높고, 직장에서 성공률도 더 높았다고 한다.

웃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얼굴 두 부분의 근육이 수축되는 것을 보는데, 즉 입이 반달로 올라가는 입 웃음과 눈가가 올라가는 눈웃음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이 두 부분의 근육 움직임이 모두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만일 우습지 않더라도 얼굴 근육만 움직이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사람의 두뇌는 이런 경우에도 착각증세를 보여, 실제 웃음보다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웃음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헛기침하듯 소리내어 웃는 연습을 반복하면 웃음의 신체적 정신적 이득을 볼 수도 있으니, 이는 실제로 미국 한 노인회를 상대로 실험해본 결과이다.

다시 그 굳은 얼굴의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 여인은 처음에는 자기가 웃을 줄 모른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하였다. 얼마후 자신의 굳은 얼굴을 거울에서 알아 보게되었다. 무서운 시부모와 엄한 남편 아래서 40년을 살면서, ‘여자가 웃으면 방정맞다’는 그 가문 풍습에 눌려 점점 웃음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웃음 연습을 시작한지 불과 몇 달만에 그 할머니는 건강한 아주머니로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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