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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왜 하지 말라고 하는가?

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얼마 전에 중국 광저우에 강의를 다녀왔다. 중국 한글학교협의회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교수연수회에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된 것이다. 강의에서 내가 제일 강조한 것은 궁금증이었다. 선생이 궁금해야 학생들도 궁금해 한다. 내가 궁금했던 것을 재미있게 이야기해줄 때 아이들도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연수가 열리는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 호텔에는 4층과 7층이 없었던 것이다. 4층은 한국에도 없는 곳들이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병원 입원실에도 4층이 아예 없다. 아무래도 죽을 사(四)자를 연상하게 되는 4층에 입원을 하고 싶지 않은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중국에는 해음(諧音)이라고 해서 안 좋은 것과 비슷한 발음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는 괘종시계 선물이 금기시된다. 그것은 종(鐘)의 발음과 마친다는 의미의 종(終)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업식마다 커다란 괘종시계 선물을 하는데, 중국인으로서는 까무러칠 노릇이다.

7은 서양에서는 행운의 숫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비교적 7을 좋아하는 것 같다. 서양의 영향도 있어 보이지만, 북두칠성을 소중히 여기던 마음도 관계가 되는 듯하다. 칠성님께 비는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은 성스러운 느낌마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칠(七)이 오히려 싫어하는 숫자에 속했다. 글자의 모양을 보면 끝이 구부러진 형태여서 인생에 굴곡이 있고 순탄치 못하리라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장사를 지낼 때도 3일장 또는 7일장을 지냈었다. 49재도 7을 일곱 번 반복한 숫자이다. 모두 죽음과 관계되는 수이다. 7과 3이 함께 있는 ‘7733’도 ‘처량하고 쓸쓸하다(凄凄慘慘)’라는 말처럼 들려서 싫어한다. 이렇듯 다양한 이유로 7은 중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숫자가 되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탄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었다. 이 호텔에 왜 7층이 없는 걸까요? 그랬더니 대부분의 대답은 ‘정말 7층이 없네요’였다. 나머지 사람들도 ‘글쎄요’ 정도였다.

호기심과 궁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도, 사고하기를 가르칠 때도, 과학을 가르칠 때도, 예술을 가르칠 때도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4층을 회피하는 것처럼 우리가 금기시하는 것은 정말 많다.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도 많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과학의 힘으로 금기가 줄어들었을 것 같지만 여전히 금기는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인의 금기들은 우리에게 궁금증을 안겨 준다. ‘사람의 이름을 붉은 글씨로 쓰면 안 된다, 재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 말이 씨가 된다, 문지방에 앉으면 안 된다, 밤에 휘파람을 불면 안 된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안 된다, 부모님의 성함을 말하면 안 된다, 제사 음식에 고춧가루를 쓰면 안 된다, 시험 보는 날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 등 많은 금기가 있다.

금기에는 이유가 있다. 왜 하지 말라고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답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은 단순히 안전상의 문제나 위생상의 문제 때문인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은 집단의 생존과도 관계가 있다. 어느 쪽이든 궁금함을 가져야 해답도 얻을 수 있다. 아이들과 앉아서 금기의 이유를 생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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