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21 점프스트리트 (21 Jump Street)
적당히 가볍지만 따뜻하다
80년대 인기 TV 시리즈 영화로
학교 설정안에 우정·사랑 그려
감독:필 로드·크리스 밀러
출연:채닝 테이텀, 조나 힐
장르:액션, 코미디
등급: R
8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21 점프 스트리트(21 Jump Street)'는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또 그만큼 적당히 따뜻한 영화다.
신종 마약 공급책 체포를 위해 고등학생으로 변장 학교로 숨어들어 가는 경찰들의 이야기인 만큼 범죄 수사 과정을 그리는 와중에도 유쾌하고 풋풋한 느낌을 잃지 않는다. 학교라는 설정 안에서 우정과 사랑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지는 맛도 상당하다.
가끔은 '더티'하고 억지스럽다. 할리우드의 액션 코미디가 어쩔 수 없이 답습하는 뻔한 표현들이다. 하지만 그만큼 액션도 통쾌하고 갈등해결과정도 흥미진진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는 두 주인공 젠코(채닝 테이텀)와 슈미트(조나 힐)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인기남'이지만 낙제생이었던 젠코와 '찌질이'지만 수재였던 슈미트는 둘 다 졸업 파티에 참석하지 못한 채 우울한 학창시절을 마무리하게 된다. 둘은 성인이 되어 경찰 아카데미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체력단련과 필기시험을 도와다며 단짝 친구가 된다. 환상 호흡의 파트너가 돼 범죄 조직을 소탕할 멋진 경찰이 되길 꿈꾸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은 공원 순찰뿐. 과한 혈기를 억누르지 못한 둘은 우범지역인 점프 스트리트로 밀려나 학생들을 위주로 번져나가고 있는 언더커버 마약 수사를 맡게 된다.
졸지에 형제 사이가 돼 학교로 돌아간 두 사람은 정체를 숨긴 채 수사에 착수한다. 이번엔 학창시절과는 반대로 슈미트가 잘 나가는 '일진'들과 친해지고 젠코가 공부벌레들과 가까워진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겠지만 갈등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울리는 무리가 다르고 수사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보니 자꾸 의견이 엇갈리고 상대방을 멀리하게 되는 것. 둘의 갈등이 최고로 치닫는 순간 마약 수사와 조직 소탕의 결정적 순간은 다가오고 둘은 다시 한번 힘을 합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결전에 나선다.
채닝 테이텀과 조나 힐의 '버디' 호흡은 뛰어나다. 함께 서 있는 투샷부터 심하게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의 비주얼 이야말로 영화 속 두 주인공의 불균형 속 조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최고의 요소였다. 성인이지만 은근히 철딱서니들이 없어 고등학교로 잠복해가서도 매번 사고를 치는 설정 또한 두 사람의 연기를 통해 반짝반짝 빛난다.
둘의 수사 본부로 사용되는 공간이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문패가 붙은 한국 교회로 나온다. 주인공이 '코리안 지저스'에게 기도하는 장면도 찾아 볼 수 있다. 반갑긴 한데 약간은 희화된 설정이 안타깝다.
오리지널 TV 시리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지금은 할리우드 최고 스타 자리에 오른 배우가 중요한 순간 카메오로 등장해 객석을 뒤집어 놓는다. 이 장면 기대해도 좋을만한 영화 속 최고의 선물이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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