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음식 차가울수록 쓴맛 심해진다
사람에 따라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문맹'이라 부르듯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미맹'이라 한다. 이와 반대로 맛을 민감하게 느끼는 이른바 '슈퍼 테이스터(super taster)'도 존재한다. 와인이나 음식을 감별하는 직업 중에 많다.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음식 없이도 맛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인구의 20~30퍼센트는 음식이나 음료를 먹지 않아도 혀의 온도가 달라지면 맛을 느낀다. 온도 변화로 맛을 느낀다 해서 '서멀 테이스터(thermal taster)'라 불린다.
캐나다 브로크(Brock)대학교 연구진은 서멀 테이스터 슈퍼 테이스터 일반인 등 7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해 온도와 맛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음식이나 음료가 따뜻할수록 신맛과 떫은맛이 강해졌고 쓴맛은 찬 음식에서 더 잘 느껴졌다. 단맛은 온도와 상관이 없었다. 단맛 신맛 쓴맛 떫은맛 모두 음식이 따뜻할수록 맛이 지속되는 시간은 길어졌다.
실험은 단맛 신맛 쓴맛 떫은맛 등을 내는 섭씨 5도에서 35도까지의 뜨겁고 차가운 용제를 맛보고 강도를 표현하는 '등가 감각 자극(equi-intense stimuli)' 측정법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 정도를 표현하는 '시간별 강도(time-intensity)' 측정법을 이용해 진행됐다.
실험 결과 신맛 쓴맛 떫은맛은 음식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맛과 떫은맛은 음식이 따뜻할수록 강해졌다. 식초나 크랜베리처럼 시거나 떫은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온도를 낮춰 차갑게 먹는 편이 좋다.
쓴맛은 음식이 차가울수록 강렬했다. 가루약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은 따뜻한 물과 함께 먹으면 쓴맛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단맛은 온도와 별 상관이 없었다. 다만 음식이 따뜻할수록 단맛이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감소됨을 알 수 있었다.
연구진은 "온도가 달라지면 맛 감각이 생기는 서멀 테이스터와 보통 사람들보다 미각이 예민한 슈퍼 테이스터가 있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개인의 특성을 뛰어넘어 음식이나 음료의 온도가 변하면 신맛 쓴맛 떫은맛 등 특정 맛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보편적인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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