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박명희/VA통합한국학교 교사
이 문장은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의 맨처음에 나오는 내용으로, 예나 지금이나 배우고 익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6월이 오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하고, 한 학년을 마치거나 졸업을 한다. 미국의 한국학교에서 내가 맡은 특례반 3학년 학생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하기에 한국의 교과과정을 그대로 적용을 한다. 어쨌든 처음 초등학생을 맡게 될 때는 솔직히 만만하게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중학교에서 국어와 한문을 맡았고, 한국역사와 박물관에 관해 좀 안다고 잘난체하던 나였기에 3학년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사회과목도 자신이 넘쳤었다.
우선 방학 동안에 교재연구를 하기 위해 출판사에 부탁해 1학기 참고서와 문제집을 겨우 구했다. 여름 내내 1, 2학기 학습지도안을 짜고, 줄치고, 동그라미치고, 아이들을 꼬시기 위한 학용품 선물도 부지런히 모으며, 열심히, 아주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했다.
첫 수업을 하고 온 날, 나는 속이 타고 답답해서 물을 하마처럼 계속 마시고 또 마셔댔다. 아이들이 좋아한 것은 수업을 위한 학용품 선물뿐이었다. 예의상 1시간 정도는 낯설어서 얌전한 듯 했지만, 그 뒤에는 하품을 하면서 지루해 하기 시작했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로 구성된 한국어는 책이 2권인데 겨우 한 단원을 나갔고, 더욱 심각한 것은 사회는 한 페이지도 나갈 수 없었다.
사회 교과서의 1단원(하늘에서 본 우리 고장)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대륙에 위치하고 있으며, 삼면이 바다로 열려 있습니다.우리나라의 주변에는 여러 나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묻기 시작한다. 고장? 대륙? 위치? 삼면? 주변? 일일이 설명하니 30분이 지났다. 아이들은 다 모른다고, 사회를 왜 배우냐고 난리들이다.
나는 그때 알았다.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위대하다는 것과 그 동안 내가 영어를 배울 때 초급반일수록 어떻게 해서든지 쉽고 간단하게 가르쳐주느라 노력하던 많은 영어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내가 3학년이라 생각하고, 책을 다시 보니 모르는게 당연해졌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단어는 쉽고 짧게 풀이하며 그림이나, 행동으로 나타내려고 한다.
그 다음주 수업을 위해 끙끙거리는 나를 보고, 남편은 매주 공개수업하냐고 놀리기도 했지만 조금씩 나아졌다. 그러나 해가 바뀔 때 마다 수업을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진다. 해마다 나는 그대로지만 아이들은 바뀌고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이 있다. 지금은 내 나름대로 강하거나 약하게, 빠르거나 천천히를 조절하려고 하지만, 언제나 아이들은 맑고 투명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생각의 자유로움이 나보다 앞서있다. 그러다 보니 이럴 때는 이렇게 할걸 하면서,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고, 야심찬 학습준비물이 별 반응이 없을 때도 있었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준비 한 게 대박이 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배우고 익히는 것의 공통점은 내 자신이 기본에 충실해서 배우고 익혀야만 아이들도, 나도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대충 넘어가면 아이들도 대충 하려 하고, 내 눈에서 빛이 나면 아이들은 별처럼 반짝이며 받아들인다. 엄마가 주는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조잘거리며 알겠다고 대답할 때 나는 기쁘다. 물론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배우고 익히는 것과 함께 사랑도 함께 받고 있음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아이들은 종업식이 끝나면 뒤도 안보고 사라지지만 나의 짝사랑은 새학기에도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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