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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자없이 여자끼리 아이 낳을 수 있다

불임을 해결할 수 있는 기상 천외한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가정에는 복음일 수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기성 윤리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10일 호주 모나시대학 불임연구팀은 정자없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 화제를 모았다. 연구팀의 올리 라참-카플랜 박사는 “이성간의 성관계없이 체세포만을 이용해 수정이 가능한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라참-카플랜 박사의 새 인공수정법은 기술적인 면에서 체세포 복제 기술과 비슷하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복제양 ‘달리’로 유명한 체세포 복제 기술은 마치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만들어낸다.

새 인공수정 기술이 기존의 체세포 복제 기술과 닮은 점은 난자나 정자가 아닌 체세포를 이용한다는 것. 그러나 남성과 여성, 여성과 또다른 여성 등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체세포를 결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달리’기술과 다르다.

한 유전의학 전문가는 “기존의 체세포 복제 기술은 유전적으로 엄마면 엄마, 아빠면 아빠와 100% 동일한 개체만 탄생시키는 데 반해, 새 인공수정 기술은 ‘엄마’와 ‘아빠’로 부터 유전자를 50%씩 받은 아이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새 인공수정 기술은 이론상으로는 2명의 여성, 혹은 2명의 남성 유전자를 ‘혼합’해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레즈비언이나 호모도 유전적으로 그들을 반반씩 닮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라참-카플랜 박사는 “새로운 수정 기술로 실제 아이를 탄생시킬 수 있는지 여부는 1년쯤 더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며 “성공한다면 불임 가정에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 인공수정 기술의 핵심은 쌍을 이루고 있는 유전자의 가닥을 화학약품으로 처리해 분리한 것. 사람을 포함, 유성 생식 동물은 모두 암컷과 수컷으로부터 한가닥씩의 유전자를 받아 짝을 이루게 돼 있다. 정자를 이용하지 않을 뿐, 유전적으로만 따진다면 남녀의 정상적인 결합을 통한 것과 다름없는 2세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생명공학자들 가운데는 새 인공수정 기술을 큰 기술적 진보로 보고있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학자들은 “그간 체세포 복제 개체에서 나타나는 조기 노화라든지, 질병에 취약한 등의 문제를 새 기술로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종교계·시민단체 등에서는 “인간 탄생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간 자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시도라는 것이다.

남녀의 결합이 없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이런 기술이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번 기술과 유사한 새로운 불임 치료법이 현재도 적잖게 시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고환 조직을 이용한 불임 치료는 그중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이 방법은 남성이 무정자증인 경우 사용하는 인공수정법이다.

이 방법은 일종의 미성숙 정자라 할 수 있는 고환 세포를 이용하는 것. 이런 고환 세포의 염색체는 체세포와 달리 쌍이 아닌 홑으로 존재한다. 때문에 역시 염색체가 홑인 난자와 결합, 정상적인 수정란을 만들 수 있는 것. 이런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시켜 아이를 얻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 40세를 전후한 노령 여성에게 적용하는 세포질 이식 임신도 불임 치료의 새 장을 연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세포질 이식 임신이란 말 그대로 세포질을 바꿔주는 것.

수정란은 한가운데의 핵과 이를 둘러싼 세포질로 돼 있는데 이중 세포질만을 다른 여성의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나이든 여성의 경우 난자가 노화돼 임신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불임 전문의는 “세포질에도 약간의 유전물질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핵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엄마와 아빠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는 아이가 탄생된다”며 난자 공여법에 비해 훨씬 진보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마이토콘드리아 등 극히 일부지만 세포질의 유전물질이 후세에 흘러간다는 점에서 ‘유전자 혼합 임신’인 셈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본국에서도 최근 이런 임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세포질 이식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의 경우 이론상으로 엄마·아빠 유전자 외에 세포질을 제공한 여성 등 3사람의 유전형질을 갖게된다.

나날이 발전하는 생명공학 기술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 생명윤리 전문가는 “기술의 발전을 고려, 장기적이고 인류가 합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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