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한올·움직임…픽사의 '애니메이션 진수' 보여주마…오늘 개봉 영화 '브레이브'
제작진의 촘촘한 현장 탐사
배경 스코틀랜드 완전 분석
픽사 최초의 단독 여주인공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 더해져
일단은 초반부터 펼쳐지는 풍경부터 압도적이다. 영화의 배경은 고대 스코틀랜드. 흐리지만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잿빛 하늘에 광활하게 펼쳐진 녹음 웅장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석탑들이 먼저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제작진의 촘촘한 현장 탐사를 통해 빚어낸 결과물이다.
'브레이브'의 프로듀서인 캐서린 새러피안은 "모든 픽사의 작품이 그렇듯 시작부터 '리서치 리서치 리서치'를 외치며 철저하게 스코틀랜드의 분위기 그대로 담고자 애썼다"고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제작진이 다 함께 스코틀랜드에 2번이나 가 모든 걸 스케치하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촬영도 했죠. 그 곳 흙의 촉감 하늘의 색채 공기의 향기 언어의 리듬까지 다 경험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스코틀랜드란 배경이 단순한 영화의 한 요소로 남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어요. '브레이브' 자체가 스코틀랜드라는 위대한 배경 속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녹아 들어가게 하고 싶었죠."
감독 마크 앤드류스의 생각도 꼭 같았다.
"상상 속 공간이 아니라 진짜 고대 스코틀랜드를 살려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 가 본 사람은 '맞아 저렇지!'라고 탄성을 지르게 하고 영화를 본 후 스코틀랜드에 처음 가게 된 사람은 '와 '브레이브'에서 봤던 그대로네!'라고 말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 현실감 넘치는 배경 속에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더해졌다. 특히나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말괄량이 공주 메리다는 단번에 관객을 사로잡는다. 철 없고 반항심 가득한 소녀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깨닫는 공주로 바뀌어나가는 과정 또한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라타투이'나 '인크레더블' 등에서 스토리 총책임자로 활약한 바 있는 마크 앤드류스 감독은 자칫 전형적일수도 있는 메리다의 캐릭터에 더 많은 고민을 더하고 성장 서사를 입혔다. 특히나 자유와 책임 반항과 순응 사이의 놀라운 균형점을 찾아 그 위에 메리다를 올려 세웠다.
"사춘기 소녀가 운명을 개척해 가는 이야기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는 내용은 항상 반복된 소재입니다. 하지만 '브레이브'는 그것이 결코 이기적인 고집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내 자리와 역할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게 '브레이브'의 메시지 입니다. 이 영화가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부분이죠."
메리다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켈리 맥도널드 역시 "메리다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면서 "픽사 최초로 단독 여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영화의 목소리 연기를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험심과 에너지 넘치는 10대 소녀로 돌아갈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신났어요. 실사 영화에서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을테니까요. 메리다와 저는 비슷한 점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분명 저에게도 메리다와 같은 10대 시절이 있었죠. 그것만으로도 금방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브레이브'는 기술적으로도 이전의 모든 애니메이션들을 뛰어 넘는 진일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나 자유롭게 나부끼는 메리다의 붉은 머리는 생생하고도 섬세한 움직임이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딸의 철없는 반항으로 곰으로 변해 봉변을 당하는 왕비 엘리노어의 움직임에 대한 평 역시 칭찬 일색이다.
심지어 '아바타'나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서 사용했던 모션 캡처 기술을 쓴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한 프로듀서와 감독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라타투이'와 '인크레더블'을 거치며 계속 발전해온 픽사의 사람 표현 기술이 '브레이브'에선 절정을 이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크레더블'에선 3겹의 레이어를 함께 움직이도록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번엔 8겹의 레이어까지 효과적으로 썼죠. 특히 메리다의 머리카락 표현은 압권입니다. 처음엔 표현이 너무 힘들 것 같아 머리를 자르자는 의견까지 있었지만 결국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메라다의 긴 머리가 바람에 날리고 물에 젖는 것까지 멋지게 완성해냈죠." (캐서린 새러피안 프로듀서)
"모션 캡처는 전혀 없어요. 모든게 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죠.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물론 화면의 초점이나 칼라 라이팅 카메라 편집 하나하나까지 모두 스토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연구해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곰으로 변한 엘리노어의 움직임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입니다. 괴물이나 짐승같은 곰이 아니라 곰의 거죽을 입은 왕비의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했죠." (마크 앤드류스 감독)
영화 '브레이브'는 오늘(22일)부터 전세계에 개봉된다. PG등급.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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