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시리즈 완결판 '다크나이트 라이즈' 기자회견
왜 다시 배트맨인가? 세상의 악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찰스 디킨스 소설에서 영감
전작 큰 흥행 부담 안됐다
주연 크리스천 베일
내 삶 바꿔놓은 배트맨 7년
마지막 촬영 때는 마음 복잡
더 이상 배트맨은 없다. 상처입은 영웅은 세상을 외면한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대저택의 구석으로 숨어든다. 마치 박쥐처럼. 몸은 쇠약해지고 자아는 희미해 져간다. 그렇게 8년이 지난다. 세상은 영웅을 잊는다. 대중 앞에서 자취를 감춘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만 남았다. 하지만 도시의 그림자는 다시금 짙게 드리운다.
고담을 위협하는 궁극의 적 절대악 베인이 등장하며 세상은 비로소 영웅의 재림을 갈구한다. 그리고 다시 영웅이 떠오른다. 배트맨의 귀환이자 고담 시티의 밤보다 더 어둡고 장렬한 전투의 시작이다. 이는 위대한 끝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끝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주연 배우 크리스천 베일 콤비가 창조해낸 '배트맨' 3부작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2005년 작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와 2008년 작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에 이어 오는 19일 개봉하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를 통해 둘은 세상을 열광시켰던 '어둠의 영웅'서사를 완결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3부작을 통해 펼쳐졌던 지독히도 어두웠던 한 영웅과 도시의 거룩한 구원사에 가깝다. 기립박수가 터졌다는 첫 시사회 후 이어지는 '경이로운 걸작' '10점 만점' '배트맨 3부작의 완벽한 마무리'란 극찬들도 영화의 완성도를 표현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뿐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개봉을 앞두고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크리스천 베일을 만났다.
- 전편 '다크나이트'가 10억 달러라는 경이로운 수입을 올렸다. 부담은 없었나.
"수입이 아니라 또 다른 속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왜 다시 배트맨 이야기로 돌아와야 했는가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관객은 물론 우리 자신을 설득시킬만한 스토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를 찾고 어떻게 진행시켜 마무리 지을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가 생긴 후에는 흥행 부담을 비롯한 다른 모든 것들은 부수적인 사항이 돼 버렸다." (놀란)
- 스토리의 영감은 어디서 받았나.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다. 처음 동생인 조너선 놀란이 400페이지나 되는 초고를 가져와 던져 주고는 "'두 도시 이야기'를 참고해. 읽어는 봤겠지?"라고 했다. "물론이지"라고 대답하고 대본을 읽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 생각해보니 그 책을 안 읽었더라. 책을 읽은 후 다시 대본을 읽으니 조너선이 한 말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다시 손을 본 대본은 완전한 '두 도시 이야기' 그 자체였다." (놀란)
- 영화를 보고 아큐파이 시위대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고는 '다크 나이트'가 끝나자마자 완성됐다. 경제위기나 아큐파이 시위보다 한참 전이다. 단언컨대 현실의 문제와 관련된 그 어떤 메시지도 의도한 바는 없다. 순수하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든 오락 영화다. '배트맨' 시리즈는 현실이 아니라 가상의 세계를 다룬다. 배경도 뉴욕이나 시카고가 아니라 가상의 '고담 시티'다. 캐릭터나 스토리 전개도 극단적이다. 때문에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영역에 가깝다. 하지만 관객들은 분명 영화를 보며 이 문명화된 시대에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동일시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지점에서는 분명 시사적이라 할 만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놀란)
"관객들이 원한다면 이 영화는 분명 단순한 즐거움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놀란 감독은 1939년 처음 '배트맨' 시리즈를 창조하고 그린 만화가 밥 케인만큼이나 위대하다. 밥 케인은 2차 대전 무렵 사람들이 느꼈던 무력감에 대한 대답으로 배트맨을 창조했다. 놀란 감독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그린 배트맨에도 분명 그런 면이 있다." (베일)
- 배트맨 수트를 처음 입던 날을 기억하나. 마지막으로 수트를 벗던 날 기분은 어땠나.
"처음 의상을 입고 오디션을 보던 날은 발 킬머가 입던 옷을 가져 와 나에게 맞지도 않았었다. '배트맨 비긴즈' 첫 촬영 때 딱 맞는 의상을 입고는 놀런 감독에게 '캐스팅 다시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숨도 쉴 수 없었고 머리도 안 돌아갔다. 완전 패닉 상태였다. 그 날 곁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20분만 혼자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 시간 동안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배트맨이 될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을 하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캣 우먼과 함께 건물 옥상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 이것만 찍으면 이제 정말 끝이란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서 처음 그날 처럼 20분만 혼자 있게 해달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청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3번이나 같은 역을 잘 해낸 스스로가 자랑스러웠고 내 인생과 커리어를 바꿔 놓은 캐릭터에도 정말 감사했다." (베일)
- 베인 역을 맡은 톰 하디도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다.
"처음 톰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네가 할만한 엄청난 역할이 있다는 것 나쁜 소식은 영화 내내 얼굴은 모두 가리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직 눈과 목소리로만 표현을 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톰은 그 이상을 해냈다. 첫 촬영 날은 완전히 충격이었다. 대본 페이지에 적힌 것보다 훨씬 위대한 베인이 눈 앞에 있었다. 톰 하디는 정말 뛰어난 배우다." (놀란)
- 예고편에서 처음 공개된 베인의 변조된 목소리가 알아듣기 힘들다는 팬들의 항의도 많았다.
" 후시녹음한 오디오를 믹싱할 때 베인의 대사를 좀 깨끗하게 들리도록 만든 부분은 더러 있다. 원래 후시녹음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아이맥스 카메라를 쓰다 보니 촬영 소음이 심해 후시녹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촬영을 한 후 오케이 컷이 나오면 곧바로 카메라를 끈 채 그대로 반복 연기해 목소리만 다시 따는 방식으로 녹음을 했다. 감정도 훨씬 잘 잡히고 싱크 하기도 쉬운 방법이었다." (놀란)
- 3D 대신 아이맥스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아이맥스보다 훌륭한 이미지 테크놀러지는 없는 것 같다. 나에게 아이맥스는 스토리텔링의 도구다. 그 선명도는 관객을 빠르고 완벽하게 영화에 몰입시킨다. 3D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수축시키는 경향이 있다. 난 오히려 과장된 이미지가 거대한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이 좋다." (놀란)
- 저예산 인디영화에서 시작해 블록버스터 대작의 감독이 됐다.
"감독으로 촬영 현장에 서면 영화의 스케일 따위는 잊은 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최선으로 찍어내는 데만 몰입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메멘토'를 찍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못 느낀다. 오히려 비슷한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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