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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놀란의 꿈·현실 뒤섞인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놀랐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데뷔작은 1998년 '미행'. 런던대를 졸업하고 가족과 무명 배우들을 동원해 찍은 저예산 독립영화였다. 이 작품으로 신인들의 등용문인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타이거상(대상)을 수상한 그는 그 수익금으로 '메멘토'(2000)를 완성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상업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메멘토'는 놀란 영화 세계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 이어 '인썸니아'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등을 거쳐 '다크 나이트'로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파워를 발휘했다. 평단을 열광시킨 것은 물론이다. 또 하나의 역작 '인셉션' 이후 그는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편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래킬 준비를 마쳤다.

◆꿈과 기억 무의식을 찍는 감독

놀란은 첫 출세작 '메멘토'를 필두로 줄곧 기억과 꿈 무의식을 찍어왔다. 기억상실증('메멘토') 불면증('인썸니아') 꿈의 해킹과 조작('인셉션')이다. '프레스티지' 또한 마술과 환영에 대한 영화였다.

'메멘토'는 불과 10분 전 일밖에 기억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이 피어스)가 아내의 살해범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기억을 살려내기 위해 주변에 덕지덕지 포스트잇 메모를 붙이거나 제 몸에 문신을 하는 남자의 분투가 강렬했다. 특유의 비선형적 이야기 구조 충격적인 반전도 놀란의 낙인을 선명히 새겼다.

'메멘토'의 성공 이후 처음으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톱스타들을 기용해 만든 영화가 '인썸니아'다. 97년작 노르웨이 영화의 리메이크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형사(알 파치노)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속에서 용의자 아닌 동료 형사를 쏘고 협박에 쫓기는 내용이다. 외피는 수사물이지만 백야의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부유하는 뿌연 이미지 속에 불안과 죄의식 같은 내면에 초점을 맞춘 심리 드라마였다.

'배트맨 비긴즈'나 '다크 나이트'는 직접적으로 꿈과 무의식을 다루지는 않지만 이 역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죄의식 도덕적 카오스 등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그리고 마침내 '인셉션'은 꿈과 의식에 대한 놀란의 탐구가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본격화한 영화다.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통해 남의 꿈에 침투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이라는 무의식의 저변을 파고들어간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뒤섞으며 꿈이 현실인가 현실이 꿈인가 묻는 장자적 일갈이야 크게 새로울 것 없으나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야심 찬 시각화나 의식의 여러 차원이 서로 맞물리는 관계를 빈틈없는 이야기로 풀어낸 직조력만큼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이야기꾼

거의 모든 작품을 직접 쓰는 놀란의 창의적 스토리텔링은 그의 영화가 기본적으로 두뇌게임 퍼즐 맞추기를 지향한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한눈에 간파되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조각을 꿰맞추는 영화 비선형적으로 여러 층위의 이야기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정체를 드러내며 지적인 정복감을 안기는 영화다(드물게 반복 관람 욕구를 자극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가령 '메멘토'에서는 극중 컬러 화면은 뒤로 흑백 화면은 앞으로 시간이 흐른다. 엔딩에 와서야 흑백의 시간대가 하나로 맞물린다. '인셉션' 또한 영화의 클로징에서 오프닝이 반복된다. 이런 순환구조에 꿈과 현실 꿈과 꿈 속의 꿈이 뒤섞였다. 자신이 축조한 거대한 이야기 세계를 납득시키기에 필요 이상 관객의 피로를 강요하는 감이 없잖지만 놀란은 '인셉션'을 통해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놀라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다크 블록버스터' 블록버스터의 진화와 혁신

놀란 감독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그가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자기만의 독창성을 잃지 않으며 주류와 비주류의 감성을 섞는 영리한 행보의 개척자란 점이다. '다크 나이트'는 수퍼 히어로 무비의 반성이자 단순한 안티 히어로물 이상의 전혀 새로운 성찰적인 영화로 탄생했다. 선(배트맨)과 악(조커)의 대결이 될 줄 알았던 영화는 선의 수호자였던 하비 던트(에런 에크하트)가 얼굴 반쪽을 잃어버린 후 정의의 이름으로 악(복수)을 행하는 '하비 투 페이스'에 대한 영화가 된다. 선악 대결 장르를 선악 성찰 장르로 바꾸는 놀란의 힘이다. 물론 오락 대작영화의 틀 안에서다. 우울한 디스토피아 계보인 '인셉션' 또한 블록버스터의 아찔한 쾌감을 놓치지 않는다.

상상력을 위해 영화적 기술을 총동원하지만 '리얼리티의 힘'을 믿는 그는 '인셉션'에서도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이처럼 놀란은 창의적이면서 고전적이고 실험적이면서 상업적이다. 그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진정한 혁신자로 부르는 이유다.

◆연출작

1998년 미행

2000년 메멘토

2002년 인썸니아

2005년 배트맨 비긴즈

2006년 프레스티지

2008년 다크 나이트

2010년 인셉션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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