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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아메리칸 파이2] 가벼움으로 엮은 철지난 엽기

영화의 무게를 잴 수 있을까. 영화의 무게는 필름의 무게는 아닐 것이다. 필름에 담긴 내용이 곧 영화의 무게가 될 터인데 이를 측정할 계량화된 중량계는 물론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 방법이 있을 법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관객의 반응이다. 영화의 무게가 가벼우면 대개 관객의 반응도 가볍다. ‘아메리칸 파이 2(American Pie 2)’ 시사회에서 관객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아주 가벼웠다. 이는 관객의 기대치, 즉 생각하는 수고가 필요치 않은 영화에 대한 편안함일 것이고 따라서 묵직한 긴장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알 것 다 아는 관객은 영화 상영 전부터 사고의 허리띠를 풀어 놓고 있었다.

‘아메리칸 파이 2’의 무게는 영화 내용으로도 측정 가능하다.

우선 스토리. 1편과 마찬가지로 2편에도 이야기는 없다. 굳이 이야기를 찾자면 ‘이제는 대학생이 된 남자애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이런 성경험을 했다’ 정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있는 이야기는 없고 에피소드가 조각조작 흩어져 있는 꼴이다.

할 얘기가 없는데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전략인 플롯은 애초에 찾아볼 수 없다. 이야기의 높낮이인 기승전결도 없다. 만약 이 영화의 등고선으로 그린다면 밋밋한 평지가 될 것이다. 또 선으로 그린다면 방향이 없이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내용에서도 ‘아메리칸 파이 2’의 무게는 아주 가볍다.

그렇다면 99년의 1편은 어떻게 국내흥행 1억 달러를 돌파했을까. 그 이유는 가벼움과 캐릭터에서 찾을 수 있다.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섹스에 대한 황당하고 발칙한 상상력은 당시의 엽기 열풍과 맞아 떨어졌다. 엉거주춤한 짐(제이슨 빅스), 진지하게 섹스를 설명하는 짐의 아버지(유진 레비), 막무가내 스티브(숀 윌리엄 스캇), 섹시하고 맹한 교환학생 나디아(섀넌 엘리자베스), 친구의 엄마에게서 섹스의 열락을 배우는 폴(에디 케이 토마스) 같은 캐릭터가 섹스 슬랩스틱 코미디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다.

2편에서 영화는 1편의 생기를 잃는다. 짐은 섹시한 나디아 대신 여자의 심리를 가르쳐준 미셸(앨리슨 해니건)을 택함으로써 관객을 배신한다. 나디아는 너무 맹해져 섹시함을 갉아먹는다.

전반적으로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1편에 비해 느슨하게 풀어진 속편의 흥행은 참을 수 없는 영화의 가벼움을 관객들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섹스 순간 두 남녀의 부모가 들이닥치는 첫번째 에피소드, 오줌 해프닝, 짐이 윤활유 대신 본드를 바르고 자위하는 접착제 사건, 레즈비언의 사랑을 보기 위해 스스로 게이가 되야 하는 동성애 에피소드까지 철지난 엽기가 얼마나 매력적일 지는 의문이다.

특기할 것은 한인배우 잔 조의 등장시간이 1편보다 길어졌다는 점. 2층에서 오줌을 누고 파티에서 여자의 가슴을 핥는 아시안이 잔 조다. 10일 개봉. 등급 R. 와이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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