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얽히고 섥힌 증오의 역사

한인과는 관련이 없을 것으로만 보였던 이슬람이 이제 선뜻 우리 곁으로 닥아선 느낌이다. 지난 11일 뉴욕의 세계 무역센터 테러 폭파사건으로 희생된 한인은 50여명. 사태 해결 과정에서 미국이 무력을 잘못 사용할 경우 테러의 폭음이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12억 아랍권의 반감을 사게 되면 21세기판 십자군 전쟁으로 까지 비화될 우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 알고 보면 서로 얽히고 섥혀 있는 종교다. 무엇이 이들에게 증오심을 키웠을까. 이번 테러 참사를 계기로 세 종교와의 관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지금부터 4,000년전 아브라함이 메소포타미아(지금의 이라크)에서 가나안 땅으로 이주하는데서 역사는 시작된다. 성서에 나오는 가나안은 현재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이다. 아브라함은 세 종교엔 모두 믿음의 조상이 되는 인물. 불화의 씨앗은 아브라함이 두 아들을 낳는데서 비롯된다. 첫 아들은 이집트 출신의 몸종에서 얻은 이스마엘. 정실부인인 사라가 뒤늦게 이삭을 낳아 이스마엘은 사막으로 내침을 받게 된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아브라함-이삭을, 이슬람은 아브라함-이스마엘을 조상으로 섬기게 된 건 이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의 연고권을 주장하는 건 성서의 내용이 바탕이 됐다. 아브라함의 정실 후손들이 이 땅을 먼저 차지했고 모세가 이집트에서 유대인을 구해내 가나안 땅에 들어오면서 이교도들을 몰아내고 왕국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반면 아랍인들은 서기 600년부터 팔레스타인은 아랍 영토였다는 점을 내세운다. 마호멧이 이슬람교를 세우고 나서 이 곳을 정복했으니 결국 아랍 소유라는 것이다.

가나안이 팔레스타인으로 바뀌게 된 건 로마가 이 지역을 점령하고 나서 부터. 유대인들이 끈질기게 저항하자 아예 팔레스타인으로 이름을 바꿔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려 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모세가 가나안 정복에 나섰을 무렵 남서쪽 해안에 자리 잡고 있던 부족. 용맹하고 호전적이어서 모세가 애를 먹었던 이교도 집단이다.

유대인들은 로마의 식민지가 되기 전에도 팔레스타인에서 강제 추방된 적이 있다. 솔로몬이 사망하자 왕국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다. 북쪽은 이스라엘, 남쪽은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유대 왕국으로 분할된 것. 12 지파중 10개 지파가 자리잡았던 북쪽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흔적없이 사라졌다. 성서학자들은 이를 두고 ‘잃어버린 10개 지파’(ten lost tribes)라 부른다. 이교도들과 동화된 때문이 아닌가 싶다.

2개 지파가 다스렸던 남쪽의 유대는 바빌로니아(지금의 이라크)의 침략으로 거의 모두 포로로 끌려갔다. 페르시아(이란)가 바빌로니아를 물리치고 대제국을 건설하자 비로소 유대인들은 고향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로마의 침략으로 유대인들은 서기 135년부터 세계 곳곳을 떠돌며 유랑생활을 하게 됐다. 이른바 ‘디아스포라’(Diaspora)가 시작된 것이다.

세 종교의 얽히고 섥힌 증오심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건 유일신. 유대인의 야훼나 기독교의 하나님, 이슬람의 알라는 거슬러 올라가면 오직 한분이 되는 셈이다. 알라는 아랍어로 신, 이슬람은 ‘복종’이란 뜻. 세 종교 모두 아브라함이 조상이어서 구약까지는 다른 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신약에 들어서는 서로의 교리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유대교는 예수를 인정하지 않지만 이슬람은 창시자인 마호멧과 똑같은 예언자로 부르며 존경한다. 심지어 코란에서는 예수의 가르침을 기록한 신약의 복음서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부를 정도다.

이슬람을 흔히 ‘마호멧교’라 부르는 건 서구인들의 잘못된 시각. 마호멧이 아니라 유일신인 알라, 곧 하느님을 믿는 종교를 서구인들이 기독교의 우월성을 내세워 왜곡시킨 것이다.

이슬람과 유대인들과의 적대감은 아브라함 시대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은 피의 역사다. 이슬람을 철저하게 이교도로 배척했던 유럽의 기독교는 십자군 원정을 일으켜 숱한 회교도들을 잡아 죽였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적의 피로 발목을 적시겠다’는 표현을 쓴 건 십자군 당시의 원한을 나타낸 말. 이슬람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서구인들에겐 끔찍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아랍권에서는 흔히 쓰이는 관용구. ‘결사 항전’이란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당시 십자군이 이슬람을 처형한 피가 발목까지 적셨다는 역사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십자군의 잔악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지만 이슬람의 원한이 없어진 건 아니다.

미국이 테러 공격의 배후인물인 오사마 빈 라덴의 추적에 나선 것 처럼 이슬람측도 서구에 비슷한 요구를 한 적이 있었다. 이란의 이슬람 지도자 호메이니가 ‘악마의 시’ 작가인 S. 루시디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 잡아오겠다며 체포령을 내린 것. 1988년 출판된 이 책은 유럽인들의 왜곡된 시각을 바탕으로 마호멧을 풍자하고 코란을 알라가 아닌 악마의 계시로 썼다며 비아냥대 아랍권 전체의 분노를 샀다.

코란은 무엇인가

모두 114장으로 되어 있으며 분량은 신약성경 정도. 신·구약은 물론 유대인들의 생활규범을 담고 있는 탈무드까지 인용하고 있다. 코란은 마호멧이 610년부터 20년동안 가브리엘 대천사로 부터 받았다는 알라의 계시를 옮겨 놓은 것이다. 아랍어로 외우다, 암송하다는 뜻.

코란의 하일라이트는 예수에 관한 대목. 마호멧과 같이 알라(신)의 한 선지자로 취급해 예수의 신성만큼은 부정한다. 따라서 이슬람은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가 아닌 신과 인간의 관계만을 강조할 따름이다.

코란엔 예수가 하느님의 마지막 메신저로서 마호멧의 출현을 예언했다고 기술돼 있다. 근거는 요한복음 14장의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보내 주셔서 너희와 함께 영원히 계시도록 하실 것이다’라는 구절. 이 협조자를 마호멧으로 해석한 것이다. 마리아도 이슬람에선 존경의 대상. 거룩한 진리의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지하드,’ 곧 성전(holy war)이다. 코란은 지하드의 전사가 순교하면 곧바로 천국에 들려져 알라의 곁에 머무르는 특권이 부여된다고 적혀있다. 일부 이슬람 과격 테러리스트들이 죽음을 마다하고 테러를 벌이는 건 코란의 이같은 내용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죄의 값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구약의 율법을 따르고 있지만 서구인들이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사회풍습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이슬람측의 주장이다.
따지고 보면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은 뿌리는 같으면서도 예수의 존재를 놓고 수천년동안이나 서로 반목과 증오심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벌어진 가톨릭과 정교회, 이슬람간의 살육전도 종교 테러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이번 미국의 테러 참사를 문명충돌의 징조로 여기고 있지만 실은 종교와 종교간의 대충돌로 보는 시각이 옳지않을까 싶다. 서로의 불신과 증오심이 조상대대로 핏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오니즘과 이슬람

한마디로 조상의 옛 땅인 팔레스타인을 되찾자는 유대인의 민족운동. 얼마전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세계 인종차별 철폐 대회에서 시오니즘을 규탄하는 성명이 채택되자 미국과 이스라엘 대표단이 철수, 아랍권의 분노를 샀다. 어쩌면 이번 테러 참사도 시오니즘 편을 들고 있는 미국에 보복 공격을 한 것이나 다름없겠다.

시온(Zion, 영어로는 자이언)은 좁은 의미로는 예루살렘의 시온산을 의미하나 넓게로는 이스라엘을 뜻한다.

1894년 프랑스의 포병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의 간첩사건이 계기가 됐다. 단지 유대계라는 이유로 스파이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혐의를 벗겨준건 작가 에밀 졸라. 진범이 밝혀져 드레퓌스는 석방됐으나 이 사건을 취재한 한 유대계 기자가 시오니즘을 주창, 본격적인 이스라엘 건국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시오니즘은 결국 팔레스타인의 아랍계와 충돌을 일으키게 만들어 지금까지 피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쪽 시각에선 시오니즘이 아랍계 몰아내기나 다름없지만 이스라엘은 유럽전역에서 2,000년이나 지속됐던 ‘디아스포라’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주장, 두 종교가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인구

미국의 이슬람 인구는 700만명, 회교사원만도 1,500여개에 이른다. 신자중 30%는 흑인. 60년대초 민권운동이 벌어지자 백인의 기독교 문화에 맞서 상당수가 이슬람으로 개종하게 된 것이다. 백인의 인종차별에 맞서 ‘블랙 파워’를 외쳤던 말콤 X도 이슬람.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도 이슬람으로 개종한뒤 이름을 고쳤다. ‘백만인 대행진’을 벌이며 급진적인 민권운동가로 떠오른 루이스 패라칸은 흑인 이슬람의 대부격인 인물.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