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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우리에게 감동이 필요한 이유

조현용/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말로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감동을 주는 말하기를 들어보면 ‘글’로 쓴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목소리의 크기·속도·어조 등에 따라 전혀 느낌이 다르다.

또한 말하는 장면을 보면 말 이외의 여러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언어적 행위들이다.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아마도 표정일 것이다. 그리고 손짓이나 어깻짓도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감동은 듣는 사람이 갖고 있는 ‘느낌을 움직이는 것’이다. 느낌은 어떨 때 움직이게 될까? 우선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일치하는 감정을 갖게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동감’이라고도 하고 ‘동정’이라고도 한다.

동감이라는 단어는 ‘생각이 같은 것’을 의미하는 느낌으로 쓰이고, ‘동정’은 ‘불쌍한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처럼 쓰이지만 원래의 기원은 상대와 같은 감정을 갖는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동감’이 같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공감’에 비해서는 일치도가 높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감동을 주는 말하기를 하려면 상대편의 동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모에게는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 동감이 빠르다. 자식들에게는 부모 이야기를 하면 감동이 빠르다.

아이들 이야기보다 부모 이야기가 감동스러운 것은 자식이 없는 사람은 있지만 부모가 없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부모님의 속을 썩여드린 이야기, 부모의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덧없이 떠나버린 부모님의 이야기는 우리를 감동 속으로 몰고 간다. 부모는 우리 감정의 원천이다. 모든 이가 동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감동을 주는 말하기를 위해서는 듣는 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별 생각 없이 말한 것이 듣는 이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경우도 있다. 감동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이의 상처를 헤집을 필요는 없다.

듣는 이 스스로가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 받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감동을 주는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은 ‘잘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듣는 이에 대해서 잘 알게 되는 것이 감동의 또 다른 결과가 되기도 한다.

감동은 달변에서 오지 않는다. 화려한 미사여구를 구사하는 사람들, 스스로 감동적인 연설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의 감정에 청중의 감정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혼자 저만치 달려가 있는 경우도 많다. 감동적인 말하기에서 진실함이 필요한 이유이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감동은 무엇인가? 왜 나는 그 사연에서 감동을 갖고 있는가? 청중이 감동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감동을 전하고, 받으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내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잇지 못하고 눈만 껌벅이는 사람의 모습은 우리는 먹먹하게 만든다. 울먹이며 돌아선 어깨의 흔들림은 우리의 마음 또한 흔들어 놓는다. 겨우 이어가는 이야기의 떨림은 우리의 마음에 수많은 떨림을 만든다.

숨을 고르며 한 마디 한 마디 띄엄띄엄 말하는 모습에서 우리 마음의 빈 공간은 그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로 메어진다. 이제 누구의 이야기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다. 모두 내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게 동감이고 동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치유’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외로워서 그럴 거다.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 나와 함께 울어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 거다. 나를 위해서 울어줄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자살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픈 고백도 생각난다.

나는 감동을 주는 말하기를 통해서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따뜻한 정이 흐르는 세상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살게 되기 바란다. 그게 우리에게 감동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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