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물로 쇠를 자른다
이기희/윈드화랑대표·작가
여름 동안 '각시탈' 연속극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침 독도문제로 일본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때라서 더 생생한 체험으로 다가왔다. 한국 정치판국이 민초들의 지친 삶의 현장은 외면하고 대선으로 오락가락하는 때에 이름없는 영웅의 운명을 택한 각시탈의 대활약은 한여름의 열기를 가라앉히는 섬뜩한 후련함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 한 독자로부터 사위가 주 상원의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편질 받았다. 타주에서 화랑하며 1주에 칼럼 한 편 쓰는 주제에 내게 무슨 힘이 있다고!
출사표를 던진 곳은 전통 민주당 텃밭, 상대는 다선 의원으로 힘든 싸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세상에 어떤 도전도 무모하지 않다. 도전이란 말 속엔 멈추지 않는다는 확신이 담겨있다. 투사는 경기장에서 싸우는 사람이다. 투지에 불타는 사람이고 미래를 향해 앞장서 나가는 사람들이다. 당락에 연연하지 말고 투사처럼 미래로 돌진하기 바란다.
'펜이 총(총알)보다 강하다(Pen is Mightier Than The Bullet)'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이제 예전 말이다. 힘, 권력, 돈이 진리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정치권력은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부여된 특별한 권력이다. 정치권력의 중심은 국민이다. 권력의 속성인 힘, 실권, 세력, 세도, 권세, 강제력, 권한이 국민이 아닌 개인의 욕망과 혼돈하면 '권력정치'로 타락해 부패한다. 윤리적 이념적인 정치의 본질을 외면하면 권력 획득, 유지, 확장을 추구하는 정치꾼으로 몰락한다.
물로 쇠를 자른다. 예전에는 불이나 철판 쇠톱날로 쇠를 잘랐지만 이젠 워터제트 를 이용해 연마제를 섞은 물을 압축해 분사되는 압력을 이용해 쇠를 자른다. 가공이 빠르고 재료의 변형 손실이 적고 더 정밀하게 가공하는 장점이 있다.
선거철이다. 한인 1.5세 2세 들이 미주 곳곳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고무할 일이다. 당락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고 적극 지원하는게 부모, 선배, 먼저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자의 몫이다. '한국 사람의 적은 한국 사람'이라는 섣부른 판단과 편견의 벽을 허물고 올바른 잣대로 관심과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보자.
'나라를 구하는 길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처럼 무모해 보일지 모른다. 바위는 세월이 지나면 가루가 돼 부서진다. 계란은 약하지만 그 속에 생명을 품고있다. 생명있는 것은 언젠가 태어나게 된다.' ('각시탈' 대사 중에서)
당선 가능한 후보도 있고 무모하고 힘든 도전장을 던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출사표 던진 모든 사람들이 긍지를 갖고 행군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내 자식 네 자식, 내 친구 네 친구, 내 편 네 편 가리지 말고 웅지를 펴고 세계를 품을수 있도록 도와주자. 단단히 뭉친 압축된 힘과 에너지로 물로 쇠를 자를 수 있는 단결력을 기성세대들이 보여주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젊은 일꾼들이 물로 쇠를 자르는 미주 이민 역사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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