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스타일…동양 女·서양 男
동양: 한 서린 복수 끝내면 인간 세상 떠나
서양" 저주받은 악귀 불특정 다수 괴롭혀
한국 '전설의 고향'에 단골로 등장했던 처녀귀신이나 홍콩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던 '천녀유혼'스타일의 귀신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반면 서양의 귀신은 '드라큘라'나 '늑대인간'처럼 남성성을 갖고 있는 귀신 혹은 괴물이 많다. 영혼을 다루는 현대물에서도 한국 영화가 '귀신이 산다' '고스트 맘마' 류로 여성의 영혼을 내세운다면 할리우드 영화는 '사랑과 영혼' '천사가 된 사나이' 등을 통해 이승을 떠도는 남성의 영혼을 그린다.
귀신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동양의 귀신은 대부분 한이 서리고 애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어 보는 이의 공감을 쉽게 사낸다. 인간을 해치는 데 있어서도 자신과 원한이 있는 사람에 대한 복수 정도에 그치는 편이다. 한을 풀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더이상 인간계에 머물지 않고 저승으로 돌아간다는 콘셉트도 동양에만 있다. 인과를 중시하는 동양사람들은 귀신이 이승을 떠도는 '이유'를 찾고 이를 풀어주는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반면 서양의 귀신은 '악귀'에 가깝다. 저주를 받아 귀신이나 악령이 된 경우도 많고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의 인간을 해하는 귀신도 많다.
기독교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서양인들에게는 선과 구분되는 악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강해 영화 속 귀신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된다. '엑소시스트'나 '오멘' 등에 등장하는 악령 역시 서양인들이 가장 전형적으로 겁내는 '서구형 귀신'에 가깝다.
재미난 것은 이 때문에 동서양 사람들이 각 유형별 귀신에 반응하는 강도 또한 다르다는 점이다.
한 TV 프로그램 실험에 의하면 전기톱을 든 살인마나 드라큘라 분장을 한 사람에게는 서양인들이 훨씬 높은 강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에는 동양인들이 훨씬 크게 놀랐다는 결과가 있다.
공포영화 보는 심리
역경과 곤경 극복하고
성숙하고 강한 인물로
변신하는 주인공에서
영웅탄생의 희열느껴
사람들은 왜 공포물에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공포물은 대부분 철없는 젊은이들의 섹스 마약이나 술 파티 혹은 앞으로 닥칠 위험은 모르고 생각 없이 지내는 순진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앞으로 닥칠 끔찍한 상황을 알지 못하니 지능이나 돈 버는 능력과는 상관없이 순수한 상태로 묘사된다.
공포를 유발하는 캐릭터들도 몇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뱀파이어나 구미호처럼 성적 매력으로 가득하지만 상대의 원기를 빨아먹는 유형 좀비나 흉측한 외모를 갖고 피해자의 몸을 무차별적으로 훼손하는 유형이 있다.
외계인이나 안개 속 괴물처럼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와 이웃집의 친근한 부부나 교사가 공포 유발자이기도 하다.
극심한 공포상황을 견디고 공포캐릭터가 완전히 제거되면 그동안 철없고 약한 혹은 이유 없이 반항적인 주인공들이 대개는 성숙하고 강한 인물로 변신한다.
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공포물도 무서운 용을 물리치는 기사들의 성장담과 비슷한 일종의 영웅신화임을 알게 된다. 오래된 민담이나 신화에 비슷한 얘기들은 많다.
손 없는 처녀 지네장터 천년 묵은 여우 청도깨비 이야기들은 끔찍한 호러 영화 그 자체다. 중국의 오래된 책 산해경에 등장하는 기굉국의 괴물들이나 오비드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메두사 메디아 미노타우어 같은 주인공들 역시 현대물에서 변형되어 재생산된다.
나이가 들면 대개는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삶 그 자체에서 공포물보다 더한 좌절 끔찍한 사고와 죽음들을 경험한 탓에 피와 죽음을 보는 것 자체가 싫을 수도 있다. 더 이상 영웅으로 재탄생할 기력과 필요도 없다는 피로감 때문인 면도 있다.
세계적인 불황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에 따른 소외감 원전 사고나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같은 진짜 무서운 상황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터라 또 다른 공포심에 노출될 만한 기력이 없다.
도움말: 정신과 정문의 이나미
이경민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