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 북한에선 걸으면서도 공부하는데
곽보현/교육담당
반면 교육은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동안 교육시스템 개혁에 대한 관심을 보여 미국 대선에서는 교육정책이 다소 이슈가 되고 있지만 한국 대선에선 교육정책의 부재라고 할만큼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가 역설하는 교육정책의 핵심은 교육에 성장모형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학교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학생과 학교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수시로 평가하기 위해 학력 평가시험을 강화하고 달라진 수준에 따라 학교 선택의 폭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터스쿨을 늘리고 교원성과급제도 실시하겠다고 역설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를 공교육에서 개혁을 통해 실현하려는 반면 롬니는 민간의 차별화된 교육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교육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지만 두 후보 모두 교육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쳐서 더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목적에서는 같은 정책 비중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교육목적에 대한 정책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대학등록금 인하 무상 의무교육 확대 등 교육과 관련된 복지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아이들을 더 잘 성장시키겠다는 목적보다는 공평한 분배라는 차원에서 똑같은 교육을 다같이 받게 하겠다는 수단에 집착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마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 교육에서 수준 차별화 성장 등의 단어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한국의 교육정책은 입시제도 뒤집어 엎기만 반복했고 사교육 시장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 속에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 결과 악화일로의 교육 양극화로 폭발 직전의 유권자들을 달래는 말밖에 다른 정책 논의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며칠 전 한 선배가 북한을 다녀와서 최근 북한의 모습을 담은 흥미로운 사진들을 보여줬다. 가장 눈길이 간 것은 학생들이 손에 책을 들고 걷는 모습이었다. 북한에서는 교통수단이 많지 않아 학생들이 등하교에 30분이상 걷는 것이 보통이기에 걸으면서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다. 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 적대국가인 미국의 영어를 왜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영어는 미국어가 아니라 세계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최고 선진국 중 하나인 미국도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좀 더 뛰어난 인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심지어 북한마저도 과거의 전투적 구호를 대신해 세계로 나아가자는 구호 속에 학생들이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기 위해 잠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있다. 반면 모국의 교육정책은 안개 속에서 변죽만 울리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타인의 성공을 모두 공평하지 못한 제도 탓으로 돌리는 핑계에 의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녀 교육은 여전히 미주 한인들의 최고 관심사다. 미국내 주변인처럼 느껴지는 이민생활 속에서 아이들만큼은 주류의 심장부에서도 당당한 인물로 키우고 싶은 희망을 모두들 가지고 있다.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지 않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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