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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기자 '新북한을 가다'-1] 기대 이상의 취재환경

예상 깨고 사진·인터뷰 제한 없어
주민들 기념 촬영도 흔쾌히 응해
"악선전 악용될까 긴장 못풉네다"

평양 순안 공항에 고려항공 여객기가 착륙한 순간 밖으로 비치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처럼 나의 몸과 생각도 오그라들었다. 창가로 비치는 모습은 여느 국제공항과는 달리 휑 했다. 군인인지 근무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정복 입은 사람들이 군데군데 정위치 해 있었다. 북한땅임을 실감했다. 일행은 내리자 마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고려항공 여객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정복 입은 이들이 흘깃흘깃 훔쳐 보기는 했지만 제지는 없었다. 속으로 '어라?' 했다.

사실 토론회 참석 차 왔지만 내심 기자로서 욕심이 더 컸다. 김정은 체제 이후 변모하는 북한을 생생하게 취재하고 싶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전에 북한을 방문했던 기자들이나 여타 방북 인사들의 말을 들어봐도 북한에서 사진을 자유롭게 찍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 심사장이 있는 자그마한 건물로 들어섰다. 새 청사를 짓는 동안 임시로 쓰고 있다고 했다. 건물 안쪽 벽 위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음을 보고 북한땅임을 실감했다. 일행들은 매 순간 첫 경험인지라(9명 중 5명이 첫 방북이다) 입국 수속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제지는 없었다. 이 정도라면 앞으로 기대 이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겠구나. 다만 소지한 휴대폰을 모두 회수하고 출국할 때 돌려준다는 말에 엄연한 북의 현실을 다시 느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각 평양 시내 대동강변에 있는 숙소로 가는 길은 한국의 여느 중소도시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평양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평양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내 생애 가장 길었던 '북한에서의 8일'이 시작된 것이다.

공식 일정 사이사이 기자는 세상을 탐했다. 결혼식 피로연에 불쑥 들어가 구경하고 하객들과 사진도 찍었다. 책을 들고 차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붙잡고 영어 공부를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물었다. 산삼을 사라며 몰래 우리들에게 접근한 강원도 출신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어주기도 했고 선물가게 여종업원이 장사가 안돼 울쌍인 사연도 들었다. 사진을 함께 찍는 데도 크게 꺼려하지 않았다.

사진 때문에 해프닝도 있었다. 첫날 일행 중 한 명이 남루한 모습의 괴나리 봇짐을 지고 일터로 향하는 노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노인이 "왜 찍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안내원이 약간 역정을 냈다. "우리 인민들도 모르는 사람이 사진 찍어대는 거 싫어한다 말입니다"며 양해를 구했다.

한 일행은 예전에 북측 인사들로부터 "재미동포 재미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북측 관계자는 동포들이 이상한 사진만 인터넷 같은 데 퍼뜨리는 바람에 노이로제가 걸렸다는 것이다. 균형있게 보도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인다.

한 북측 인사는 사석에서 "우리가 아직 평화시기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직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모기장을 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주셔야 합니다"고 했다. 뜻하지 않는 악선전에 활용될 것을 우려해 사진이나 주민 접촉 등을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허용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진 촬영 주민들 인터뷰에 간섭이 거의 없었다. 안내원을 동행하지 않은 채 평양 시내를 다니기도 했다. 일행 중 이전에 방북 경험이 있는 이들조차 "이렇게 자유롭게 셔터를 누르고 북쪽 주민들과 거리낌 없이 얘기를 나눈 적은 처음"이라 했다. "북한이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사진.인터뷰 취재가 비교적 자유로운 여건임을 확인하자 기자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북한 입국까지북한 비자는 두 차례나 거부됐다. 북한이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조중동 신문' 기자라는 이유 때문인 듯했다. 나중에 들은 이유는 보수언론들의 '의도된 왜곡 보도'에 불쾌했던 경험 때문이란다. 통일 토론회에 중앙일보 기자가 참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다고 북측에 설득해 어렵게 비자를 받았다. 2010년 천안함 사건 후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의외란 반응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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