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미 전초기지 델라웨어 '앨런-하림 공장'을 가다
한국 최대 축산그룹, 육계 본고장 미국 도전장
1년간 시설 최첨단 업그레이드…글로벌 기업 첫 발
냉장상태 신선육·무항생제 제품으로 고가시장 공략
한국 내 최대 축산그룹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하림 그룹. 양계산업을 시작으로 양돈 식품 홈쇼핑 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하림이 글로벌 축산경영을 위해 육계산업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파산 보호를 신청한 미국 내 19위 닭고기 회사 '앨런패밀리푸즈(Allen Family Foods)' 입찰에 참여 미국내 유력 업체들을 따돌리고 당당하게 거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년 동안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하림이 글로벌 시장 도약을 앞두고 본지에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했다. 이달 초 델라웨어에 위치한 앨런-하림 본사를 직접 취재했다.
체사피크만을 가로지르는 베이브리지를 건너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델라웨어 서섹스 카운티 시포드 지역. 육계 산업의 본고장이라는 역사를 모른 채 도착한 이곳은 동부 연안의 한적한 시골 마을처럼 고즈넉했다. 붉은색 벽돌로 낮게 주택처럼 지어진 이 곳은 한국 최대 축산그룹 하림의 미국 전초기지인 앨런-하림 본사다. 건물 앞에 성조기와 함께 내걸린 태극기가 육계 산업의 본고장에 한국 기업이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듯 반갑게 맞이한다. 앨런-하림에 근무하는 한인들은 본사에서 파견한 이기웅 상무와 이학림 전무 현지 고용 3명 등 모두 5명에 불과하다. 소수계나 외국 기업에 여전히 높은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 92년 전통의 기업 노하우 등을 잇기 위해서는 기존 직원들의 역할이 필요해서다.
◆미국 시장 진출 배경=10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해 양계와 양돈 식품 홈쇼핑 등으로 몸집을 불리며 한국 최대 축산그룹으로 자리잡은 하림. 연간 매출 기준도 이미 3조 5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 내에서는 적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축산업 육계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하림의 창업주 김홍국 회장도 누차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하려면 미국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차에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92년 전통의 미국내 닭고기 회사 순위 19위인 앨런패밀리푸즈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공개 입찰에 참여한 하림은 앨런의 기존 공장을 대부분 유지하는 조건으로 경쟁사인 마운에어를 밀어내고 인수에 성공했다. 델라웨어 지역은 친농업환경 정책에다 워싱턴을 기점으로 미 동북부와 캐나다 지역을 공략하는 전초기지로 접근성도 뛰어나 하림의 앨런 인수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앨런-하림의 경쟁력=가족 경영으로 92년의 역사를 가진 앨런패밀리푸즈사는 미국 내 다른 닭고기 회사와는 달리 종란부터 부화장 직영 닭농장 사료공장 가공공장 부산물 처리공장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닭고기 회사 가운데 규모로는 19위이지만 상위 톱 5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엇비슷한 수준이어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하림 측은 앨런인수시 4800만 달러에 향후 총 1억2000만 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 축산 기업의 미국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앨런-하림은 지난 1년간 공장내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변모시키는 한편 최첨단 시설 등을 갖추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내 회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닭다리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기계를 최근 8대 설치했다. 생산성 및 수율 확대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게다가 냉동이 아닌 냉장 상태로 신선도를 유지하는 냉장 터널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닭고기의 겉 부분만 섭씨 영하 2℃로 유지하는 기술이다. 24시간 안에 필요한 곳에 언제든 얼리지 않은 신선한 제품을 제공하고 냉장 상태에서는 1주일간 보관도 가능하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무항생제 제품인 ABF(Antibiotic) 제품 생산 기반도 탁월하다. 다른 회사들이 대부분 닭농장을 위탁해 사육하지만 앨런-하림은 닭농장 중 20%를 직영한다. 이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마련 사료 및 종란에 투약하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무항생제 제품을 원활하게 출시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기술 차이는=한국은 전체적인 관리 기술 측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실질적으로 동물을 기르는 성취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이기웅 상무는 말했다. 알에서 병아리로 깨어나는 부화율이나 생존율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바로 생산성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학림 전무는 치사율의 경우 미국은 부화에서 출시까지 49일 동안 1.5%지만 한국은 35일안에 6%가 죽는다고 밝혔다. 같은 과정이지만 한국은 치사율이 높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화율도 한미간 기술격차가 크다. 종계의 경우 평균 40% 육계는 15%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 전무의 말이다. 이에 따라 가격도 1kg을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은 1100원 한국은 1850원으로 투입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ABF 삼계탕과 하림 브랜드로 새로운 시장 창출=앨런-하림은 지난 1년간 사육시설을 정상화했다면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창출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주류시장을 비롯 고품질의 비즈니스시장 틈새 시장인 한인 등 아시안 마켓을 겨냥하고 있다.
리테일 비즈니스 즉 이른바 델리 등을 직접 연결하는 냉장상태의 신선육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무항생제 제품으로 고가의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 전무는 미국내 치킨 레스토랑 비즈니스 중 고품질의 치킨을 원하는 곳이 많다면서 고품질의 ABF 제품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상위 20-30%의 톱 레스토랑 시장이 목표다. 하림은 한인 등 아시안 시장을 겨냥 신선육을 공급하는 한편 삼계탕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델라웨어 서섹스=허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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