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문화타고 점차 세력 확대]영어...'세계언어'로 굳어진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써 세력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구화와 정보화를 언어 측면에서 보면 ‘영어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영어가 세계언어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을 진단하고 그 공과를 점검하는 특별기사를 실었다.세계어로 부상
현재 전세계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말하는 사람은 약 3억2,000만명. 또 제2국어로 말하는 사람은 약 2억명에 이르고 영어를 배우는 인구는 10억명이나 된다. 2050년이 되면 전세계 인구의 3명중 1명은 어떤 형태로든 영어를 접하게 되며 인구의 절반은 영어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영어는 지구화의 언어가 됐다. 국제무역, 정치, 외교에서 공용어로 사용되며 컴퓨터와 인터넷의 언어이기도 하다.
볼리비아 각료회의에선 영어가 사용된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공문서는 영어로 쓰여져 있고 독일 방송국 도이체 벨레는 영어방송을 한다. 아이슬랜드 가수 비요크는 영어로 노래 부르고 프랑스의 경영대학원에선 영어로 가르친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영어 팝송을 들을 수 있다.
1300년경 영국의 ‘하층민’들이 사용하던 언어인 영어가 이제 세계언어가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영어가 쉽기 때문이 아니다. 영어는 성이 단순하기는 하지만 동사변화는 불규칙적인 것이 많고 문법은 까다롭다. 또 스펠링과 발음이 제각각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상 영어조차도 미묘하고 복잡하다.
영어는 잡탕언어다, 본래 로망스어, 게르만어, 스칸디나비아어, 켈트어 등에서 기원하데다 다른 언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세력이 강해지는 만큼 더욱 잡탕이 됐다.
영어는 새로운 어휘를 쉽게 받아들인다. 매년 출판사들은 신조어를 수록한 새 사전을 내놓는다. 지난 10년간만 해도 수많은 어휘들이 등장했다. ‘브라우저’ ‘다운로드’ 등 인터넷 및 컴퓨터 관련어휘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신조어, 속어들이 생겨났다.
비영어권엔 위협
세계언어로서 영어의 이점은 다른 민족간에 서로 소통하고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라 문화와 아이덴티티의 창고이기도 하다. 많은 나라에서 영어가 밀려들어오는 것은 현지 문화를 훼손 또는 파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영국인조차 이런 현상을 개탄한다. 자국어가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이와 함께 전파되는 문화는 미국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인은 큰 불평은 하지 않는다. 주차장을 의미하는 단어가 ‘카 파크(car park)’에서 ‘파킹랏(parking lot)’으로 바뀌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은 얘기가 다르다. 인도에서는 식민지 억압의 유산인 영어를 몰아내자는 움직임도 있다. 1908년 간디가 “인도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인도인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래 지금도 영어추방운동을 벌이는 인도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에선 800여개의 언어와 사투리가 공존하는 인도를 하나로 묶고 대외거래를 확대하는데 영어가 필수적이라고 여긴다.
일부 국가에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영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싱가포르 정부는 영어의 현지 버전인 싱글리시(Singlish)를 막기 위해 골치를 앓고 있다. 엉터리 영어 확산돼 자유무역항으로서의 싱가포르의 이점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중언어 사용 확산
일부 국가에선 모국어 보호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영어의 침투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세계에 존재하는 6,000여개의 언어중 매주 2개 정도가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방에서는 매사추세츠주의 카타우바어, 알래스카의 에바크어, 라트비아의 리보니아어 등이 사라졌으며 파푸아 뉴기니,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에서 소규모 종족의 언어가 잊혀져 가고 있다.
어떤 언어학자는 21세기말엔 현재 존재하는 언어의 50%가, 다른 전문가는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세계 문화, 역사의 일부가 사라지고 다양성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소수계 언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 또한 생겨나고 있다.
많은 언어들이 사라지고 있는 한편 여러개의 언어를 말하는 다중언어 이용(multilingualism)은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언어를 말할 수 있다.
반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선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미국내 대학졸업자중 아랍어를 전공한 학생은 9명에 불과했다. 영국은 EU내에서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의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영어의 득세는 다른 언어를 파괴할 뿐아니라 영어 모국어사용자가 다른 문화와 역사에 무지해지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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