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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깨어있는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영어로 'capitalism'이다. 자본주의라는 명사 앞에 다양한 형용사를 붙여 새로운 의미의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 정경유착에 의한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등등에다 최근에는 'Conscious Capitalism(깨어있는 자본주의)'까지 등장했다.

'깨어있는 자본주의'는 필자가 한국어로 번역한 새로운 자본주의다. 이것을 주창한 사람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기농산물 전문판매 체인인 '홀푸드' 공동 창업자인 존 맥키(John Mackey)와 보스턴 근처에 있는 벤틀리대학 교수 라지 시소디아(Raj Sisodia) 두 사람이다.

시소디아는 순수 학자이고 맥키는 현업에 종사하는 실질적인 경영자다. 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좀 특이한 자본주의를 주장하고 있는지 필자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모른다.

맥키는 이단아다. 대학을 두 군데나 다니고 자신이 원하는 종교ㆍ철학 등 과목만 수강했으나 학위가 없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20대 중반에 처음 시작한 유기농산물 전문매장을 32년간 키워왔다. 지금 그의 회사 주가 총액이 180억 달러 정도 되는 건강 유기농전문 체인스토어로 성장했다.

대부분의 비즈니맨들은 수익을 매우 중시한다. 바꿔 말하면 회사 재무제표를 매우 중시한다는 얘기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종업원 봉급 주고 공급업자에게 물건 값을 지불할 수 있다. 그래야 기업이 굴러가고 때가 되면 증권시장에 상장도 하고 은행에서 돈도 빌릴 수 있다. 즉 내일 모레 부도날 회사에게 돈 꾸어주는 바보는 이 지구상에 없다.

그러나 기업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환경오염 문제 등 새롭게 부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기업이 당면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스스럼없이 자기 소신을 밝히는 경영자가 존 맥키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자신 의견을 두리뭉실 구렁이 담 넘듯이 밝히지만 그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으나 소신, 즉 주장은 대부분 이론이 분분한 그야말로 매우 위험한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용감하고 소신이 있는 것은 좋으나 산수가 아닌 사회가 움직이는 원칙에 대해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얘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 천만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그의 책을 읽어 보면 아주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젊었을 때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약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기업을 운영하고 나이가 들면서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고백이다.

즉 자유시장 자본주의 신봉자들인 프리드리히 하이예크, 루드비히 폰 미제스, 밀턴 프리드만을 존경하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물론 자신이 일군 비즈니스처럼 계속 성장이 가능한 영역이고 또 그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그이기에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찬양하는지 몰라도, 반대로 점점 쇠퇴하는 영역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비즈니스를 매일 매일 꾸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사치인지도 모른다.

한편 그들 주장인 종업원과 공급업자ㆍ고객을 포함하는 관계당사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고, 특히 종업원들을 잘 훈련 시켜야 회사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기업으로 바뀌고 그러한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만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더욱 계속 성장이 가능하다라는 얘기는 백 번 옳은 말이다. 그리고 최고 경영자와 종업원 급여 차이가 19배 정도여야 한다는 얘기도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카테고리에 들어야 기업은 계속 고성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그렇지 않아도 아주 잘 나가는 회사들도 많다. 총기 생산업체, 지뢰 만드는 업체, 담배 만드는 회사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특허를 고집하며 타 업체의 시장진입을 막는 업체 등이 이 카테고리에 들지는 않지만 잘 나가는 회사들이다.

그들이 예를 들고 있는 기업들 코스트코,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 구글 등이다. 그러나 이중 구글은 정말 말이 많은 기업이다. 검색엔진 독점업체이며 남이 만든 정보를 공짜로 이용해 정보 구독자를 빨아들이는 업체다. 최근에는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세금 안내기로 유명세를 탄 업체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업체들이 자신들이 만든 '깨어있는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업체라면, 그들이 지닌 윤리와 도덕성은 과연 무엇일까. 하나뿐인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남의 노력을 자신의 것인 양 활용해 돈을 버는 업체가 과연 깨어있는 모범적인 21세기 기업인지 묻고 싶다.


오명호 HS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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