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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욕망의 늪

미국인들의 겨울나기는 수퍼보울의 대축제로 열기를 뿜어내며 끝이 나는 것 같다. 수퍼보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세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최종우승을 어느 팀이 차지하는 가이고 두번째는 하프타임에 등장할 가수가 누구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광고가 경기 중간중간 TV 보는 재미를 더해 줄 것이냐는 것이다.

나는 풋볼을 자주 보지는 않지만 1년에 한 번 수퍼보울만은 빠지지 않고 보고 있다. 관중석의 뜨거운 열기도 열기려니와 하프타임에 있을 유명 가수의 쇼,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하는 내내 다양하고 기발한 내용의 광고를 보는 재미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올해의 수퍼보울 광고에 한국의 현대ㆍ기아자동차, 삼성의 갤럭시 그리고 2012년 세계를 놀라게 한 가수 싸이가 등장함으로써 한국 광고가 2013 수퍼보울을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음을 실감케 해주는 순간이었다. 이젠 미국 어디를 가도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예전처럼 'North or South'라고 묻는 미국인들은 거의 없다.

공부만 할 것 같은 타입의 잘 생기지 않은 뚱뚱하고 짤따란 젊은 남자와 그 옆에는 예쁘고 키가 늘씬한 젊은 여자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Go Daddy'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여성이 뒤에 서서 두 사람을 소개하는데 여자를 섹시한 여성으로 옆에 앉은 남자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스마트하고 돈 많이 버는 남성으로 소개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완벽한 커플이라고 하자마자 둘은 서로를 쳐다보며 바로 키스를 해대기 시작한다. 키스하는 장면이 너무 선정적이어서 혹시 미성년인 딸이 보지 않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올해 수퍼보울 광고 중 너무 선정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에서 보여 주는 것은 단순 명확하다. 돈의 힘이다. 점점 세상은 돈만 있으면 만사가 해결될 듯이 우리를 세뇌하고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삶의 질은 향상되는가 싶지만 그만큼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돈이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전에는 한 가족 모두 휴대전화를 써도 50달러이면 넉넉했는데 이제는 200~300달러는 보통이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전자기기를 따라 가려 하니 막말로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이젠 노인들도 '카톡'을 못하면 자식들에게 조차 왕따를 당할 판이라 스마트폰을 앞에 놓고는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여기저기 눌러보며 늦깎이(?) 배움이 한창이다.

그딴 것 이제 배워서 뭐하냐며 배짱 부리지만 주위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스마트폰을 들고 손가락으로 전화기를 찍어댈 때 마다 왠지 자신만 도태 되는 듯하여 불안하기만 하다.

돈은 갈수록 우리를 얽매며 구속하고 있다. 낭만이 사라지고 금전만능주의에 세상이 물들어 가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야왕'은 욕망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성의 운명을 잘 그려내고 있다. 물론 막장 드라마이지만 수퍼보울 광고에서 본 처음 만난 남녀의 선정적인 키스와 다를 바가 무엇일까.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가 되었고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이가 서로 서로 연결이 되고 얽매여 가고 있다. 만나지 않아도 된다. 연하장이나 신년인사를 따로 할 필요도 없다. 편지처럼 글을 써야 하는 e-메일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젠 그저 카톡으로 이모콘 하나만 날리면 된다.

돈을 들여서 우리는 기계와 친해지고 사람들간에 대화는 점점 필요 없어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부귀영화는 뭇 사람들의 소망이었고 소망이며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욕망의 늪에 빠지는 순간 자신은 물론이요 주위 사람들에게까지도 불행의 씨앗을 심어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옛날 조선시대 비가 와도 뛰지 않고 굶어 죽을지언정 비굴하지 않으려던 우리네 선비사상이 갑자기 자랑스럽고 그리워짐은 왜일까.


정동협 뉴저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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