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들려주지 않은 '오즈의 마법사' 그 이전 이야기
'오즈:그레이트 앤 파워풀 (OZ: The Great and Powerful)'
출연: 제임스 프랑코, 미셸 윌리엄스, 밀라 쿠니스, 레이첼 와이즈
장르: 판타지, 드라마
등급: PG
'오즈의 마법사'는 클래식이다. 동화도 그렇고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프랭크 L 바움의 동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는 1900년에 처음 세상에 나와 14편까지 이어지며 사랑을 받아왔다. 주디 갈랜드의 빨간 구두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1939년 작이다. 하지만 아직도 할러데이 시즌이면 케이블 채널 곳곳에서 그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주제곡 'Over the Rainbow'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가 사랑하고 즐겨부르는 노래다.
원작의 크고도 위대한 힘은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격인 '오즈: 그레이트 앤 파워풀(OZ:The Great and Powerful)'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캔사스 시골 동네의 뜨내기 마법사가 신비의 세계인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로 탈바꿈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스토리다. 원작만큼이나 눈부시고 발칙한 상상력이 가득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법사 오스카(제임스 프랑코)는 말만 앞서는 바람둥이다. 눈속임만 화려한데다 자기밖에 모르는 최악의 남자이기도 하다. 그가 어느날 열기구의 실려 낯선 땅 오즈로 떨어진다. 그 곳에서 오스카는 순진한 마녀 테오도라(밀라 쿠니스)를 만난다. 테오도라는 오스카를 위험에 빠진 도시를 구원할 예언 속 영웅으로 착각하고 에메랄드 시티 성으로 데려가 언니 에바노라(레이첼 와이즈)에게 소개한다. 얼떨결에 영웅 행세를 하게 된 오스카는 사악한 마녀를 없애겠다며 글린다(미셸 윌리엄스)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날개달린 말하는 원숭이 핀리와 도자기로 만든 인형 차이나걸을 만나 모험의 여정에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글린다를 만난 오스카는 오즈 사람들이 사건의 내막에 대해 까맣게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스카는 사람들의 기대가 버거워 도망가려고도 해보지만 결국 친구들을 위해 나쁜 세력을 물리치고 오즈의 평화를 가져오는 '진짜 영웅'으로 거듭난다.
'오즈: 그레이트 앤 파워풀' 속 세상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스파이더 맨' 3부작 등을 통해 판타지를 구현해내는 실력을 맘껏 뽐냈던 샘 라이미 감독의 빼어난 실력 덕이다. 초창기에 '이블 데드'같이 괴팍한 호러를 만들었던 감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이 화사하고 아기자기하다. 동심이 가득하지만 유치하지는 않다. 결코 평면적이지도 않다. 선과 악을 오가는 캐릭터들 덕이다. 하나같이 복합적이고도 매력적이다. 특히 뚜렷이 구분되는 세 마녀의 캐릭터에 허점 많은 영웅으로 묘사되는 오스카의 성격이 영화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같은 판타지이나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어둡고 뒤틀리지 않았다.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처럼 어렵고 복잡하지도 않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가 그랬듯 신비롭고 경쾌한 가족 판타지다. 근래에 보기 드문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가 마음놓고 즐기다 올 만한 영화란 뜻이다.
67만 5000 스퀘어피트위 30개 세트
차갑고 건조한 세트에 CG로 생명 불어
'오즈: 그레이트 앤 파워풀'이 선보이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황홀할 지경이다. 3D로 펼쳐지는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오즈의 세상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즐거운 체험을 선사한다.
모두 프로덕션 디자인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덕이다. '아바타'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2년 연속 아카데미 예술 감독상을 거머 쥔 로버트 스트롬버그가 숨은 공신이다. 그간 CG를 통한 가상의 공간을 주로 디자인해 온 스트롬버그는 이번 작품에서 67만 5000 스퀘어피트 규모 스튜디오에 실제 세트를 지어 올리며 영화에 또 다른 생명력과 현실감을 더했다. 당연히 블루 스크린 앞에서 배우들을 세울 생각이었던 디즈니 스튜디오와 샘 라이미를 설득한 것도 스트롬버그다. "오즈가 지닌 판타지의 힘을 잘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경이 '연극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내세웠다.
그가 디자인해 세운 세트는 총 30개. 당연히 CG라고 생각할 법한 배경도 알고 보면 모두 실사다. 열기구를 타고 추락한 오즈와 테오도라를 처음 만나는 신비로운 숲부터가 실제 세트다. 실크로 만든 꽃잎과 열대 지방에서 직접 공수해 온 큼지막한 잎사귀의 식물들을 두루 섞어 독특한 분위기와 비주얼을 만들어 냈다. 오즈와 원숭이 핀리가 함께 걷는 노란 벽돌길은 물론이고 시원하게 펼쳐지는 에메랄드 시티의 전경과 성 그 안에 왕실 보물창고까지 모두 직접 지었다. 글린다와 오즈가 처음 만나는 어둠의 숲도 마찬가지다. 나무 한 그루도 기계로 찍어내는 법 없이 손으로 깎고 흙으로 빚었다. 사기 인형 차이나걸 캐릭터가 살고 있던 도자기 마을 차이나 타운도 실제 세트로 지었다. 차이나걸도 마리오네트 아티스트가 18인치 실물 크기로 직접 만들어 세트에 갖다 놓았다. 스트롬버그는 일부러 '인공적인 느낌'을 연출하도 했다. 더 '동화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야외가 아닌 실내 공간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질감과 색감을 구현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독일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미카엘 커시가 힘을 보탰다. 그가 세 마녀 캐릭터의 이미지와 의상 콘셉트를 디자인하자 의상을 담당한 개리 존스가 이를 만들어냈다. 의상 제작에만 23주가 걸렸다. 주인공 오즈부터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난장이 한 명에 이르기까지 1500여 명의 등장인물이 2000여 벌의 의상을 소화했다.
영화 속에 사용된 소품만도 3000개에 달한다. 이 중 절반 가량이 '오즈: 그레이트 앤 파워풀'을 위해 새로 만든 소품들이다. 에메랄드성 보물창고에 쌓여 있던 동전은 별도로 5000개를 제작했다. 동전 앞면에는 노란 벽돌길이 뒷면에는 오즈 시리즈의 원작자 L. 프랭크 바움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모두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 프로덕션은 신비롭지만 한없이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판타지 세상으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덧입혀진 디지털 기술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한 달여의 테스트를 거친 3D 촬영은 실사 배경에 아름다운 입체감을 더했고 700여명의 후반작업 아티스트들은 차갑고 건조했던 세트에 부드러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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