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기업 in] 이마트 아메리카 홍동호 법인장
수입업자 통하면 간혹 품질 문제
규모 커지면서 직소싱 필요성
가공식품부터 미국내 유통 시작
이마트 스토어 오픈 계획은 없어
2009년 미국은 이마트에 있어서도 미지의 세계였다. 어느 누구 하나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게 4년. 당시 3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직소싱은 2012년 말 60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20배나 늘었다.
홍 법인장이 "기분 좋다"라는 한마디로 지금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유다.
그는 "겁도 났다. 한국 본사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반신반의로 시작했던 이마트 LA사무소가 지난 1일 'E-Mart LA 소싱 사무소'를 'E-Mart America Inc.'로 명칭을 변경하고 미국 내 유통업 진출을 발표했다.
이후 한인타운에서 이마트에 대한 관심은 급상승하고 있다. '어떤 상품을 들여올까', '마켓을 세우지는 않을까' 등 등.
지난 23일 세리토스로 이전한 사무실을 찾아 홍 법인장을 만나, '이마트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4년간 직소싱 규모를 20배나 늘렸다. 어떤 제품들을 소싱했나.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 냉동 블루베리, 수산물 등 다양하다. 올 초에는 대형마트로는 최초로 선키스트와 직거래를 성사시켰다. 80컨테이너를 주문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히트시켰던 반값 콜라도 LA사무소 작품이다. 올해는 그 종류를 더 늘려 다이어트 콜라와 포도 소다 등 다양한 음료 제품을 개발해 한국 이마트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해외 직소싱을 언제부터 하게 됐나.
"직소싱을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이 전에는 한국 벤더(수입업체)들을 통해 물건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제조업체가 어디인지를 모를 때도 있었다.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야겠다는 필요가 커지면서 직소싱에 대한 필요도 함께 커졌다. 그렇게 한국 유통업체로는 최초로 직소싱을 시작했다."
-처음 혼자 나왔다. 힘들지는 않았나.
"지금은 직원이 10여 명이지만 처음에는 혼자였다. 사무실을 오픈하고 첫 4~5개월은 매달 열흘씩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차에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싣고 차에서 쪽잠을 자면서 베이커스필드에서 프레즈노로 또 스탁튼에서 살리나스로 한 번 나가면 1600~2000마일씩 돌아다녔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지난 4년간 29개 주를 방문했으니 참 많이도 다닌 것 같다."
-그래도 바이어는 소위 말하는 갑이다. 힘들게 없지 않나.
"지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처음에는 이마트를 모르는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메일을 보내면 'Someday(언제)' 한번 보자는 의례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마트에 대한 소개와 함께 방문하겠다는 이메일 하나 보내놓고 무작정 찾아가기가 다반사였다. 아마 미친놈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많이 알려졌다. 업체들 사이에서 이마트는 까다로운 업체로 이미 유명하다. 이번에 보낸 오렌지, 아몬드, 호두 등도 모두 최상급만 선별했다. 게다가 유통기한 날짜를 찍는 위치까지 꼼꼼히 체크한다. 들쭉날쭉하면 안 된다. 딱 그 위치에 찍혀야 하기 때문에 공급업체 쪽에서는 쉽지 않은 바이어임이 확실하다."
-법인이 됐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소싱 규모 자체가 더 커질 것이다. 미국 내 업체 중에는 수출을 싫어하는 업체들도 많다. 내수시장에만 팔아도 충분한데 까다롭게 수출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 미주법인이 있기 때문에 공급업체들은 한국의 이마트가 아닌 미국 내 이마트 아메리카에 판매를 하는 것이 번거로울 게 없다. 소싱 규모가 늘 수밖에 없다. 물론 재량이 넓어진 대신 그 만큼 책임도 따른다."
-소싱 외에도 미국 내 유통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앞으로 차차 진행될 것이다. 처음에는 가공식품 쪽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인기가 좋은 조미김을 비롯해 즉석밥이나 음료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인마켓이 타겟은 아니다. 아시안 시장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주류시장을 파고드는 것이 목표다."
-이마트 스토어를 미국에도 오픈할 것인가.
"실질적으로 지금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현시점에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람을 뽑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사람을 찾고 있나.
"앞으로 3~4명 정도 더 채용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태도다. 상식적인 매너가 있으면 된다. 일을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는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얼마 전 채용 면접을 봤다. 기타를 치는 친구여서 그런지 한 손톱의 길이가 1센티나 됐다. 기타를 치기 위해 손톱을 기를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면접 자리에서 그 손톱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매너는 필요했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현지 기업의 경우 로컬과 주재원 사이에 대우가 다르다는 얘기가 많다. 이마트는 어떤가.
"아무래도 주재원으로 나와 있으면 주택 보조 등 이것저것 지원이 많다. 하지만, 최대한 로컬 직원들에게도 혜택을 주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회사가 더 커지고 직원들이 많아지면 현지 직원들의 역할도 훨씬 커질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로컬 직원들에게도 역할에 맞는 대우를 해주도록 힘쓸 것이다. "
오수연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