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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욱대기자의 시사대담]'김동성 사태'로 불거진 반미 무드

대담: 민병휘

미주 중앙일보가 새로 시작하는 주간 시사 대담은 먼저 민병휘 교수로 부터 한국과 한인 사회의 반미 감정 고조에 대한 비평으로 시작한다. 반미 감정의 당위성 보다 효율성에 대해 회의를 제기하는 민 교수는 반미 감정은 한인 사회를 분열 시키는 또 다른 요소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앞으로 중앙일보와 대담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아이덴티티 정립에 기여함으로써 진정한 한인 커뮤니티의 정치적 입지를 확인할 것이다.

▲김동성 선수가 화가 나서 개를 잡아 먹었을 것이라는 미국 방송을 두고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당의 이름으로 항의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코미디언의 조크를 한국에서 정치문제화 하는 것이 좀 어색해보입니다.

-참으로 웃기는 일이지요. 제이 레노는 늘상 클린턴 대통령의 바지나 벗기는 방송이나 하는 코미디언 아닙니까. 김동성 선수가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뺏긴 뒤에 김선수가 화가나서 집에 가서 개를 걷어차고 죽은 개를 잡아 먹었을 것이라고 말은 했지요 그러나 레노의 말이 한국사람은 개를 먹는 야만인이라는 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봐요. 한국 사람이 개를 먹는다는 언급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 말을 들으면 그런 뜻은 아니지요. 레노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그냥 웃었을 뿐이에요. 시청자 중 1퍼센트도 레노가 한국 사람을 야만인이라고 비아냥거렸다고는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 집 사람도 레노 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한국 언론에서 레노의 말을 어떻게 취재했는지는 몰라도 방송 자체를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번역만 하다보니 전혀 왜곡돼 전달된 것이지요. 번역이라는 것의 한계도 잘 드러났고요. 이런걸 놓고 한국의 정당이 당의 이름으로 항의 운운한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거지요. 불필요한 반응을 한 셈이지요. 자민련의 말을 미국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할지 오히려 난감해요.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빼앗긴 것에 대해 물론 화가 나겠지요. 그러나 금 메달을 둘러싸고 나라 전체가 난리를 만난 듯 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 같습니다. 반미 감정도 불필요할 정도로 팽배해졌구요.

-한국 사람들이 감정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탓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난번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운운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이번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고 보아져요. 물론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미국 사람들이 자기네들 파티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요.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거의 두 달간 현장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조직위원회를 취재했지요. 88년에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게 돼 있어서 한국은 LA올림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번 개최지에 대해 미국사람들 특히 조직위 사람들이 상당히 불쾌해 한다는 인상을 받았었지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84년 올림픽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전인 80년 올림픽은 모스크바에서 열렸지요. 당시 미국 정부는 모스크바에 가면 미국은 소련의 둘러리만 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보이콧 할 구실을 찾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전해에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있었어요. 백악관에서 불참 거리를 찾은 거지요. 물론 당시 미국올림픽위원회와 LA올림픽조직위가 걱정했어요. 모스크바에 미국이 가지 않으면 소련이 84년에 로스앤젤레스에 분명히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정부 방침에 강력히 반대했지요. 그러나 미국 정부는 끄덕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잠자코 있어’라고만 했다는 거예요. 당시 한국 등 많은 나라가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했지요.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소련이 개막식 1개월 전에 ‘안전성의 문제’를 내걸면서 LA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지요. 미국은 그 때문에 쾌재를 부르지 않았습니까 84년 올림픽을 미국이 독식하다시피 했지요. 신나는 미국 잔치를 벌인 것이지요. 미국 사람들 어설퍼 보이지만 계산이 얼마나 깊다고요. 소수민족으로서는 부러운 계산이지요. 이번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도 그런 계산과 텃세와 행태가 반복된 것이라고 보아야지요.

▲김동성 금메달 때문에 부각된 반미 감정에 대해 좀더 거론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좀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미 감정이나 반미 시위는 전에는 대학생이나 반독재 민주화 그룹이 앞장선 정치 운동이나 사회 운동 형태였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그룹 노바소닉과 가수 이지현 등 연예인들이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의 감정에 편승해 성조기 밟기라던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방 노래라던가 이른바 반미 무드 조성에 앞장 서고 있어요. 많은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테러식 홈페이지 공격도 있었구요. 이같은 새로운 현상은 무언가 심각한 사회적 변화를 시사하는 것도 같습니다.

-전에는 미국 정부가 독재 정권을 비호한다는 것이 반미 운동의 주 이유였지요. 반미 감정을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미국과 외교하면서 국회에서 반미 감정이 높으니 압력을 너무 가하지 말라고 대들던 때도 있었어요. 반미 감정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한 거지요. 한국 외무부가 미국과 협상하면서 국민의 반미 정서를 구실로 무언가 양보를 받아 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버티기도 했어요. 그러나 연예인들의 반미 선동은 문제가 많다고 봐요. 전에는 예측 가능한 반미 운동이었다면 연예인이 앞장선 반미 선동은 매우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네요. 도대체 젊은이들에게 대중문화를 통해 감정적 반미를 부추겨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요. 현 한국 정권의 통치 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지금 반미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이번 경우는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 때문에 격화된 점도 있습니다. 악의 축은 사실 북한을 가리킨 것인데 왜 한국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지요. 제 생각에는 미국이 대통령의 입을 통해 악의 축이라고 말 한 이상 북한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로 나타난다면 남북한 간에도 충돌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그 피해는 한국에 있는 내 가족 내 친척 친구에 미치겠지요. 그러니까 악의 축 발언에 대한 한국민의 거센 반발은 사실상 북한을 옹호하기 위해서 라기 보다는 자기 안전에 대한 위협 때문이라고 봅니다만.

-미국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한국도 북한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미국 같은 강대국은 화나면 작은 나라 사정을 봐주지 않아요. 좌우를 안 가리지요. 그런 점에서 매우 위험합니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이 빈 라덴을 두고 ‘죽었거나 살아 있거나’ 체포를 언명한 것은 가장 단적으로 이를 설명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심하게 보도관제를 해서 미 군사력의 엄청난 위력을 세계에 제대로 과시하지 못했다고 봐요. 벌써 미국 언론들이 보도 통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 정도 아닙니까. 미국의 힘의 과시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번 아프가니스탄 전쟁 홍보는 실패나 다름없어요.

▲부시 대통령의 서울 방문이 북한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까.

-이번 악의 축과 관련 북한은 매우 혼란에 빠져 있을 것 같아요. 부시가 악의 축 운운했다가 서울 가서는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파월 국무장관이 다시 부시의 북한관에는 변화가 없다고 그랬지요. 평양에서는 이를 두고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바쁠 겁니다. 일부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자들 말은 별것 아닐 것’이라고 보고하기도 할 것이고 유럽이나 다른 외국에서 근무했던 국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은 ‘아닙니다. 큰일 나는 겁니다’고 보고하기도 할 거예요. 김정일은 그래서 지금 정신이 없을 겁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을 둘러싼 여러 가지 사건들이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서로 얽혀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음 번에 다시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가닥을 잡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민병휘 박사 약력]

▲정치학 박사, 뉴욕주립대(버팔로) 교 수(1964-97)

▲서울법대, 위스컨신 주립대(학사),매 서추세츠 주립대(박사)

▲저술: 북한 외교 정책, 토머스 제퍼슨 과 미국 혁명, 한미 관계의 한국측 견 해, 남북한 통일정책 비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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