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론]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의 물"

“예수께서는 대답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일 당신이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주시오’하고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더라면, 오히려 당신이 그에게 청하였을 것이고 그는 당신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여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의 말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직접 듣고 또 이분이야말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겠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서 4,5∼42)

이 성서 말씀은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생명의 물, 생명수임을 밝혀 주시고 누구든지 예수님의 이 생명의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자연적인 목마름을 통해 사마리아 여인에게 다가가신 예수께서는 결국 사마리아 여인이 생명의 물이신 예수님을 애타게 갈망하게 하시고 그 여인은 물론 시카르라고 하는 야곱의 우물가의 주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복음 선포자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시는 예수님의 대화는 제자들과의 대화에서 당신이 간절히 바라시고 원하시는 양식, 곧 자신을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고 그 분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 자신의 양식임을 밝혀 주심으로 복음 선포의 새 장을 펼쳐 보이십니다.

아무튼 이 말씀의 요지는 한마디로 예수님이 바로 생명의 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물입니다. 오랜 기간 단식을 하면서도 밥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고는 절대로 버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70-80% 이상이 물로 되어 있고 모든 음식이나 영양분도 모두 물이 들어 있기에 물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물은 한마디로 생명과 같은 것이기에 물을 확보하는 것은 생명을 손에 쥐는 것이고 훌륭한 임금은 치수 즉 물을 잘 관리하는 임금이라고 과거 중국에서도 말했던 것입니다. 가장 흔하면서도 귀한 것이 물이기에 예수께서는 이 물을 비유로 당신 자신을 영원한 생명의 물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물의 고유한 기능을 성서적, 신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첫째, 물은 정화(Wash)의 기능이 있습니다. 더러운 것을 씻고 깨끗이 하여 모든 것을 맑게 합니다. 물이 흐르는 곳에는 항상 깨끗함이 있고 신선함이 깃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례성사도 물로 씻는 성사, 인간의 죄를 씻어 버리고 주님의 성령 안에서 거듭나는 성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노아의 홍수때 물로 심판을 내렸는데 이 때도 물로 의인과 악인을 가려내시면서 죄와 악으로 가득 찬 세상을 정화하신 것입니다. 성수를 뿌리며 축복을 하거나 축성을 하는 것도 모든 악의 세력을 물리치고 정화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물은 시편의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내 영혼 당신을 애타게 그리나이다’라는 구절처럼 인간의 갈망(Aspiration)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바닷가에 섰을 때 우리는 뭔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희망,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닷가에서 우리는 마음이 탁 트이며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내일을 바라보게 됩니다. 물은 바로 우리를 이런 세계로 초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 마시고 싶은 목마름(Thirst)을 불러일으킵니다. 목마름은 물을 마시고 그 맛을 아는 이에게 더욱 일어나는 법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시편의 ‘너희는 그 분이 얼마나 좋으신 지 보고 맛들여라’라는 말씀처럼 주님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욱 주님을 갈망하게 되고 찾게되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넷째, 성서적으로 물은 영원한 생명(Eternal Life)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물은 그냥 마시고 다시 목 마르는 물리적인 물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수, 생명의 샘으로 우리 안에 흘러 넘치는 성령을 주시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이러한 생명의 물은 결국 우리를 항상 생기와 활기에 넘치게 합니다(Refreshment). 생명의 물을 마시는 자는 하느님의 성령 안에서 새 삶을 발견하고 새 하늘, 새 땅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주시겠다고 하는 물은 바로 이런 의미의 생명의 물, 주님 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게 하는 생명의 물인 것입니다. 이 생명의 물을 주시기 위해 예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다가가셔서 대화를 나누셨고 당신 자신을 열어 보이신 것입니다.

여인은 예수님의 이 파격적인 대화와 사랑에 감화된 나머지 자신의 과거를 알아맞힌 예수께 당신은 바로 그리스도라는 메시아라고 신앙고백을 합니다. 아울러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모든 이가 예수님의 말씀에 맛들여 그를 구세주로 믿도록 합니다.

우리도 사마리아 여인처럼 예수님께로 다가가서 생명의 물을 마시고 구원의 은총을 받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한기 신부 < LI 그레이트넥한인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