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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체 이후'에 도전하는 디자이너 팽본

디자인업계 거목으로 우뚝 선 혼혈 입양인 도미니크 팽본

 “어린시절 한국에 대한 추억이 아직도 아련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저를 미국으로 떠나보냈습니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재능을 더욱 발휘해 디자인계의 이정표가 되고 싶습니다.”

 제너럴 모터스, 프록터 앤 갬블, K마트 등 미국 굴지 대기업의 디자인을 담당한 한인 혈통의 디자이너 도미니크 팽본(Dominic Pangborn·50세). 10살때 미국으로 입양온 혼혈소년이 40년이 지난 뒤 미국의 디자인계의 거목으로 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팽본은 지난 1979년 미시건주 디프로이트에 팽본 디자인을 설립,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는 등 미국에서 주목받는 디자인 업체로 성장시켰다. 팽본디자인이 관심을 두는 분야는 기업 이미지와 인터넷 디자인을 비롯해 어린이 젖병, 목도리, 여성용 스카프, 셔츠와 파티용 의류 등 다양하다. 팽본디자인의 핵심은 시발점이 되는 디자인이지만 분야를 넓혀 컨설팅, 마케팅과 정보통신, 라이선스, 패키지 디자인 등으로 전문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팽본이 디자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학창시절인 8학년때. 10살때인 1962년 입양온 후 열심히 공부했지만 원어민 수준의 영어실력을 쌓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8학년 재학중 영어실력이 6학년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고향에서 공부라면 남 뒤져본 적 없는 팽본은 크게 낙심했다.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외부 평가에 대한 팽본 소년의 반발은 고교 재학중 SAT 시험을 거부하는 결과를 낳았다.

 SAT를 요구하지 않는 시카고의 예술대(Chicago Academy of Fine Arts)로 진학했다. 대학 진학후 예술성을 인정받은 팽본은 월트 디즈니 등에서 훈련을 받는 행운을 거머쥐며 디자인 세계가 얼마나 큰지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디자인 업계의 거두로 성장한 팽본은 지난해 디트로이트시 300주년 기념하는 로고와 디자인을 담당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팽본은 전미 아시아태평양계 상공회의소 부소장을 맡는 등 사업영역과 함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넓히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또한 일본의 도쿄에 해외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아시아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팽본이 비즈니스에만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팽본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활용해 에이즈 단체의 지원, 모자익 어린이 극단 등 비영리단체에 대한 후원을 지속해 지난 1999년 미시건 주지사 상을 받았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워싱턴권역 한인동포 2세와 1.5세들이 주축이 된 KAC-DC(Korean American Coalition -DC)로부터 예술상을 받았다.

 성공에 성공을 거듭한 팽본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풀지 못한 숙제가 항상 남아있었다. 소식이 끊긴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고향 충북 괴산을 다시 한번 찾는 것이었다.

 팽본은 디트로이트에서 우연히 만나 도움을 준 한인식당 주인의 격려로 지난 1980년 한국을 방문했다. 혼혈아인 아들이 미래를 염려해 미국 입양을 적극 권했던 어머니는 팽본이 미국으로 떠나고 5년뒤 쓸쓸히 숨져 세상에 없었다. 2000년 다시 한국을 찾은 팽본은 형도 만났다.

 팽본은 “혼혈소년을 양아들로 받아주고 이렇게 키워준 양부모 뿐만 아니라 내 고향이자 재능을 물려준 어머니와 한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팽본 디자인이 요즘 총력을 기울이는 분야는 의류 분야의 브랜드 구축이다. 의상, 악세서리, 넥타이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를 추진하고 있다.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디자인으로 “베르사체 이후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 팽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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