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철분도 지나치면 병 된다
인체에 불가결한 요소이나 축적되면 곤란
생활 습관이 건강 유지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떤 병은 장기간의 생활 습관을 통해서 진보되지만 심각해 질 때까지 전혀 증세를 보이지 않은 병들이 있다. 그 가장 좋은 예가 인체의 과잉 철분에 관련되는 병들이다.
철분은 인체에 불가결한 원소이다. 이 원소는 건강뿐만 아니라 인체의 생명 그 자체를 유지하는 데 절대로 필요하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철분을 유지하여야 한다. 적정량보다 적으면 철분결핍으로 의한 빈혈증과 같은 심각한 병에 걸리게 된다. 빈혈증의 대표적인 증세로 허약함과 안색이 창백함을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철분은 원기를 왕성하게 하고 좋은 건강을 상징하는 홍안을 얻는데 효과가 있다고 동서고금을 통해서 보약으로 생각되어 왔다.
불행히도 좋은 것은 더 많이 섭취하면 비례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로 과량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왔다. 인체에 철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심각한 병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철분을 과량 축적하는 데는 여러 해가, 때로는 몇 십 년이 걸리는데 중병으로 악화될 때까지 아무런 증세를 보이지 않은 것이 통례이다. 그래서 병의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문제가 이미 심각해져서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철분이 몸에 과도하게 축적하게 되는 이유를, 특히 식생활에 중점을 두어서, 토의하기로 한다. 또한 과잉 철분이 일으킬 수 있는 질병과 예방에 대하여 소개하고저 한다.
체중 70 kg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건강한 평균 남자는 약 4 g의 철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 g 정도가 저장되어 있고 2.8 g 정도가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에 소재하고 있다. 나머지는 단백질 등에 결합되어 있으며 극히 미소한 량이 혈관에 존재한다.
인체에 함유되고 있는 철분의 수준은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서 측정할 수 있다. 미국에서 건강한 성년 남자들이 하루에 소비하는 식사에는 15 mg 내지 40 mg 정도의 철분이 함유하고 있다. 그 중 하루에 정상적으로 흡수되는 철분의 양은 1 mg 정도이다. 이 양은 땀, 변 등을 통한 미소한 손실을 대치하게 된다. 성장기간을 넘긴 성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철분이 필요 없다.
월경을 하는 여자들은 달마다 경험하는 피의 손실로 인한 철분의 손실 때문에 흡수 소요량이 평균 1.5 mg에 달한다. 임신부 역시 태아의 발육에 철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1.5 mg 정도의 흡수를 필요로 한다. 폐경기를 지낸 여자는 체중에 비례해서 남자와 같은 양의 철분을 필요로 한다. 인체는 정묘한 기전을 통해서 철분 손실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반면 남아돌아가는 철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특수 기능은 없다.
따라서 철분의 균형은 흡수량에 크게 좌우되는데 이와같은 규제를 위해서 소장(작은 창자)에 조직적으로 조절하는 기전이 존재하고 있다. 즉 몸의 철분이 적정량보다 낮아지면 철분 흡수가 증가되고 양이 높아지면 흡수가 저하된다. 그러나 다른 많은 요건들이 철분의 흡수 량을 또한 통제한다.
인체에 철분을 과도하게 축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인공수혈을 자주 받아야하는 지중해 빈혈(thalassemia)처럼 다른 병으로 인해서 철분의 축적이 부수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고 유전에 의해서 철분을 정상보다 많이 흡수하는 증세, 유전성 헤모크로마토시스(hemochromatosis)로 인해서 철분을 과도하게 축적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개인들의 특정한 식생활 습관에 의해서 일어날 수도 있고 철분이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신념 때문에 철분정제나 철분을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을 장기간 과용함으로써 생기는 예도 있다. 그 외에도 직업, 특히 채광 등에 관련되어서 철분 저장량을 높이는 경우가 있다.
유전성의 히모크로마토시스는 대단히 심각한 병이다. 아시아인들에게는 드문 병이지만 미국의 인구 중 상당수(0.8 %)가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들 중 특히 동질접합체를 가지고 있는 환자(homozygote)들은 3~5 mg 정도의 철분을 매일 흡수한다. 하루의 흡수량에 초점을 두어서 보면 이 양은 별로 많지 않지만 수 십 년간 축적하면 상당한 량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이들이 50대에서 60대에 이르면 철분의 양이 대단히 위험한 수준인 20 g 내지 40 g에 도달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육식을 주로 하는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성인들이 나이에 비례해서 철분의 저장량을 증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상적으로는 몸이 필요로 하는 철분의 양을 소장에서 조절하여서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 기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음식물에 함유하고 있는 철분의 질과 양, 그리고 다른 성분들이 철분흡수에 큰 영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철분흡수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는 음식물에 함유하고 있는 철분의 상태이다. 철분은 힘(heme, 헤모글로빈의 색소 성분)에 결합된 유기물질(이하 힘-철분이라고 함)의 것과 단순한 무기물질로 존재하는 철분이 있다. 전자는 고기나 생선 등에 함유하고 있고 후자는 채소, 곡물, 과일 등에 함유하고 있다. 힘-철분은 무기물질의 철분보다 열 배 가까이 흡수가 잘 된다. 그뿐만 아니라 힘-철분은 무기물질의 철분 흡수까지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육식을 주로 하는 국민들이 철분을 과도히 축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되는 것이다.
최근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정상적인 성년 남자들의 철분 저장량을 검사하였다. 이 건강한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평균 1.9 g의 철분을 저장하고 있었다. 이 수준은 최적의 수준(1 g)보다 90 % 높은 수치이다. 이와 같이 높은 철분의 저장량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육식을 주로 하고 있는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철분흡수는 음식물에 함유하고 있는 철분의 양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섭취하는 음식물이 많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으면 그 양에 비례해서 흡수되는 양도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에 일부 의학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든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일을 들 수 있다. 바투족(Bantu Tribe)들 간에 정상적인 30대의 젊은 남녀들이 간의 질환이나 심장병으로 많이 사망하고 있었다. 시체해부를 통해서 발견된 것은 80% 이상의 사망자들이 몸에 과다한 양의 철분을 축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이 반투족들의 일일 식사에, 심한 경우엔, 100 mg 가까운 양의 철분이 함유되고 있었다. 그들은 요리를 하는데 철로 된 솥, 냄비 등을 요리기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와같은 용기에서 요리를 하는 동안 철분이 용기에서 유출해서 음식물의 철분 함유량을 그렇게 높인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맥주를 양조하는 데도 철기를 사용하였다. 맥주는 다른 음식물보다 더 효과적으로 철분을 용기에서 유출시킬 뿐만 아니라 맥주에 함유된 알콜 자체가 다른 음식물에 함유된 철분까지도 흡수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음식물에 함유하고 있는 다른 성분들이 철분흡수에 또한 큰 영향을 준다. 어떤 성분들은 철분흡수를 억제하고 다른 성분들은 이를 촉진한다. 이와같은 억제제나 촉진제는 무기물질의 철분 흡수에 주로 영향을 끼치며 힘-철분흡수에는 거이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육식을 통해서 과다하게 철분을 섭취하는 경우는 억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못한다.
화이테이트(phytate)라는 생화학 물질은 여러가지 곡물, 콩류, 밤이나 호두와 같은 견과, 등에 함유하고 있는데 철분흡수를 강력하게 억제한다. 그리고 커-피, 차, 채소 등에 함유하고 있는 폴리휘놀 (polyphenol) 역시 철분흡수를 억제하는 큰 효과를 가지고 있다. 철분흡수는 칼슘에 의해서도 억제된다. 그러기 때문에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우유나 치즈도 철분흡수에 영향을 끼친다.
다른 한편 철분흡수를 촉진하는 물질도 있다. 예를 들면 비타민 C는 철분흡수를 강력하게 촉진한다. 비타민 C의 이와같은 효과는 통상 산화된 상태로 음식물에 함유되고 있는 무기물질의 철분을 환원시킴으로써 흡수가 더욱 잘 되는 철분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비타민 C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에 다량 함유되고 있다.
이 비타민은 다량 섭취하면 산화 방지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고 비타민 C 정제를 다량 복용하는 예가 허다하다. 유의해야 할 점은 이미 높은 수준의 철분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는 비타민 C 정제를 사용하면 조직에 쌓여있는 철분이 환원되어서 혈관으로 이동한다. 이런 경우에 혈관의 철분농도를 갑자기 높일 수 있다. 혈관에서 철분농도가 갑자기 변화하면 급성 심장고장을 초래할 수 있다.
통상 육식위주의 서양식 식생활에 기인하여 철분을 과잉하게 축적하는 사람들은 유전적 헤모크로모토시스 환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극단적으로 높은 철분 저장량을 가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과량도 암, 심장병, 감염증 등의 발병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왜냐면 철분은 암 세포나 병균에게도 필수 영양물질이기 때문이다. 헤모크로모토시스의 경우와 같이 철분의 저장량이 극히 높은 경우에는 조직에 쌓인 철분이 세포를 파괴한다. 결과적으로 그 영향을 받은 기관들은 심각한 병에 걸리게 마련이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기관의 하나가 간장이다. 따라서 간암은 철분 과잉으로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반투족들도 환자 중 반 이상이 간암에 걸리고 있었다. 높은 철분 농도에 의해서 사망한 환자들 중에는 심장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가장 많다. 혈관의 높은 콜레스터롤(cholesterol)에 심장병이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콜레스터롤보다도 철분농도가 심장병 유발에 더욱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헤모크로모토시스 유전자 보유자가 많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그 가치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민에게 이 주장이 동등하게 중요한지는 연구해 봐야 할 일이다.
또한 높은 수준의 철분농도로 인한 그 외의 이상으로써 홀몬 구조와 관절에 생기는 병을 들 수 있다. 뇌신경 질환 중에서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알츠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 등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들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뇌의 특수 부분에 정상적인 사람보다 더 많은 철분이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이 연구결과에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과잉 철분이 이 병들의 근원인지 아니면 부산물인지에 대해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철분이 몸에 과잉하게 축적될 수 있는 요인과 그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중요한 건강상의 문제점을 논의하였다. 다음에는 철분의 과잉 축적을 방지하기 위해서 개인들이 취할 수 있는 조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몇 가지 제안하고저 한다.
철분의 수준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식생활에 유의해서 섭취하는 철분의 질과 양, 그리고 철분흡수에 영향을 주는 촉진제, 억제제 등을 고려해서 음식물의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40세가 넘은 남자나 폐경기가 지난 여자는 정례 신체검사 때 최소한도 몇 년에 한번씩 피검사를 하여서 혈관의 철분상태가 어떤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피검사를 통해서 빈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신체에 철분의 상태를 알기도 전에 건강에 좋다는 신념만 가지고 철분정제나 철분이 다량 함유된 비타민을 마구 사용하는 것을 피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보신하는 데 좋다고 인기가 있는 염소탕 같은 것은 그 생산과정을 참작할 때 힘-철분이 고도로 농축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와같은 것은 신체 내의 철분 상태에 대한 검사를 받고 난 다음에 필요성이 확실해졌을 때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자신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는 동시에 남을 도울 수 있는 조처로써 일년에 한번씩 헌혈을 하는 것이다. 헌혈을 하면 적혈구 생산기능을 활성화할 기회를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적절한 철분 수준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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