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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처남이 보낸 편지

고동운/주공무원

안녕하세요, 매형.

'그리운 매형'이라는 말이 어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혼자 중얼거려보니 의외로 낯설지 않네요. 멀다=그리움, 그런 건가 봐요. 차일피일하다가 이제서야 편지를 쓰는 게으름을 용서하세요.

공항에서 배웅하던 날이 저는 아직도 어제처럼 느껴져요. 매형과의 짧은 만남이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고 죄송했어요. 제가 시간의 여유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아니, 제가 시간을 만들어서 결혼식이며 이것저것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달콤한 사탕이 입속에서 빨리 녹아버리는 것처럼 공항에서의 시간은 달게도 빠르게 지나버리더군요. 매형께서 편지에서 하신 말씀처럼 그날 제 마음 속에 많은 비가 내렸어요.

누나와 포옹인사를 하면서부터 전 그제서야 실감하기 시작했어요, 미국이 얼마나 먼지를….

얼마전 퇴근을 하니까 민서 엄마가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더군요. 민서랑 준이랑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어오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땀냄새 담배냄새가 뒤섞인 고약한 냄새가 나더래요. 민서가 하는 말, "앗, 아빠냄새야." 그 뒤에 하는 말, "아~ 냄새좋다." 제가 그 말을 듣고 웃다가 뒷 베란다에 가서 울컥 눈물을 쏟았어요. 저 어린 것이 내 새끼인가 보다, 가족인가 보다.

제가 철없는 아이의 말에 너무 과장된 의미를 부여했을 수도 있지만 누나와 저는 민서와 같은 마음입니다. 이젠 매형도 가족이니까 같은 마음입니다.(중략)

사실 전 매형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과 만나본 적도, 악수를 해본 적도 없어요. 그럴 기회가 없었죠. 누나가 매형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순간 당황하기도 했고 걱정과 염려가 되었었죠. 또 제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가까이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가까이 해야될까 고민도 했었고요. 전 모든 일에 편견이 거의 없는 편인데, 처음엔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그러나 누나와 함께 가족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어요. 하지만 저의 두 다리가 성한 이상 편견과 오만이 눈곱만큼도 없을 수 있을까요? 무의식 중에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편견과 오만, 그런 것이 있다면 지적하고 꼬집어주시길 바라요.(중략) 건강하세요. 서울에서 학이 드림.

7년전 내게 이 메일을 보냈던 처남이 얼마전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제 내가 서울에 가면 누가 나를 매형이라고 반가이 맞으며 업어 주겠는가.

지난 겨울 바쁜 중에 시간을 내어 아이들과 놀러오겠다는 것을 겨울에는 해도 짧고 궂은 날도 있으니 여름이 좋다며 미루게 했던 일이 마음에 걸린다. 설날이나 추석에 서울에 가서 명절을 함께 지내고 오자고 조르던 아내에게 매번 '내년에' 하며 미루던 일이 가슴 저리게 아프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던 나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가족들이 의논해서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비록 처남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처남 몸의 일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어 세상 어디에선가 살아간다는 사실에 위안을 찾으려 한다. 처남, 우리 걱정은 말고 부디 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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