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풍향계]한국은 '영어의 봉'

이기준 <사카고 중앙일보 편집위원>

토익(TOEIC) 900점 이상, 토플(TOEFL) 550점 이상.

근래 한국의 유수한 대기업체 신입사원 모집요강에서 볼 수 있는 내용중 일부분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대기업 사원이라면 이 정도의 영어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대외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부에서는 영어 외에 일정한 수준의 제2외국어까지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TOEFL 550점 이상이라면 흔히 미국의 대학에서 비영어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입학자격 심사에 내거는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런 점수로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한다.

한국 교육부가 밝힌 지난 2월 대졸자 순수취업률(진학자 및 군 입대자 제외)은 23%를 밑돌고 있다. 이는 특히 일자리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특히 영어 조기교육에 매달린다. 초등학교부터는 전적으로 해외유학에 눈을 돌리는 부모가 급증하고 있다. 선진 외국의 유명대학에서 남보다 뛰어난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지만 영어만이라도 남보다 잘해야겠다는 뜻에서다.

얼마 전 고교생 자녀를 이 곳에 데려온 학부모중 한 사람은 “그래도 이 곳에 와서 학교를 다니면 세칭 일류대학에는 가지 못하는 수가 있더라도 영어 하나 만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보다 훨씬 잘 해 가지고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 입국 규제가 날로 까다로워지자 오죽하면 출산관련 비용이 한국보다 10배 이상 드는 미국에 와서 아기를 낳으려고까지 할까.

‘영어조기교육’ 연30억달러

한국에서 외국유학을 떠나는 학생 수가 어학연수생을 합해 연간 무려 25만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국 교육부는 밝힌 바 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무려 5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반증하듯 이미 중서부 지역의 한인 유학생 수만도 8천명을 넘었다.

최근 LA타임스는 한국 내 영어 조기교육 관련 시장규모가 해외연수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한해 무려 3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30억 달러라면 한국에서는 웬만한 화력발전소 한 곳을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미국의 사립고등학교와 웬만한 주립대학 1년 등록금만도 2만5,000 달러 이상이니까 한국 유학생들이 이 곳에서 쏟아 붓는 금액 또한 만만치 않은 액수일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서초동의 주민중 한 사람은 전화통화에서 “출신대학도 확인되지 않은 외국인이 ‘강남에서 영어과외로 하루 500~600 달러 버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해 왔다.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한 팀에 2시간 정도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지껄여주고 몇 마디 질문에 응해주기만 하면 시간당 100~200 달러 정도는 간단히 번다는 것이다. 세금도 없이 하루 500~600 달러의 수입이라면 한인 교민 봉급쟁이 중 대다수 계층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액수가 아니겠는가. 한국은 과연 영어의 봉이다.

미국대학 분교 허가도 방편

이러니 미국은 한국에 무기 강매로 돈 벌고 밑천이 전혀 들지 않는 영어도 팔아 돈을 벌고 있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꼭 미국인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반면 한국은 가뜩이나 무역적자국 신세면서도 또 엄청난 교육 무역 적자국인 셈이다.

따라서 영어만 할 줄 아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은 그야말로 엘도라도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서울의 강남을 비롯해서 신도시 대부분에서는 늘어나는 곳이 영어학원이라고 한다. 덕분에 한국을 봉으로 알고 미자격 외국인 영어강사도 판을 친다.

이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명 대학들의 분교를 아주 여럿 한국에 설치토록 한국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배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한국 내 기존 대학들 반발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러나 입학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한국의 대입문제, 교육무역 적자, 외국어 교육 문제 해결에도 크게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