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박사의 성경 바로 읽기] 창세기 '생령'은 잘못된 번역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生靈)이 된지라.”우리말 ‘개역 성경’에 등장하는 창세기 2:7에 대한 번역문은 성경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 오해란 앞서 창세기 1장에서 다른 동물들을 단순히 ‘생물’이라고 부른데 반하여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생령’이라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고 보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여기서 ‘생령’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문구는 인간을 다른 생물들과 전혀 구분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개역의 ‘생령’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할 뿐 아니라,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치가 않다.
‘생령’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문구는 ‘네페쉬 하야’인데, 이는 이미 창세기 1:20, 21, 24, 30에서도 나오는 표현으로서 개역 성경은 그곳들에서 ‘생물’이나(1:20, 21, 24) 또는 단순히 ‘생명’으로(1:30) 번역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경우 분명히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네페쉬 하야’는 또 창세기 2:19; 9:10, 12, 15, 16에도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 인간 외의 동물계를 가리킬 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일하게 창세기 2:7의 경우에만 이 표현이 인간을 가리키고 있는데, 오히려 ‘표준새번역’의 ‘생명체’라는 번역이 훨씬 더 원문에 가깝다. 왜냐하면 ‘생명체’라는 표현은 인간과 다른 동물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페쉬 하야’는 문자적으로 ‘살아있는 목숨’이라는 뜻이다.
창세기 2:7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그 안의 ‘생령’이라는 낱말을 버리고, ‘살아있는 존재’ 내지는 ‘생명체’라는 번역문을 가지고 읽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인간은 다른 존재와는 달리, ‘하나님의 생명의 숨’이 들어감으로써 비로소 ‘생명체’가 되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생명체’가 되기 위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생명의 호흡’이 필요한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조물주 하나님에 대하여 전적으로 의존적인 존재이다.
주전 3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구약 성경이 헬라어로 번역되었는데, 이를 가리켜 칠십인역이라고 한다. 칠십인역에서는 창세기 2:7의 ‘네페쉬 하야’를 다른 경우에서처럼, ‘프쉬케 소싸’로 번역하였다.
헬라어에서 이것은 인간 뿐 아니라 인간 외 모든 동물계까지 가리킬 수 있는 표현이다. 헬라어 ‘프쉬케’는 히브리어 ‘네페쉬’와 마찬가지로 ‘영’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목숨’을 뜻한다. 사도 바울은 이러한 번역을 적절히 활용하여 첫 사람 아담과 ‘마지막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를 대조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고린도전서 15:45).
개역 성경은 고린도전서 15:45에 “기록된 바 첫 사람 아담은 산 영이 되었다 함과 같이 마지막 아담은 살려 주는 영이 되었나니”라고 되어 있다. 이 경우 표준새번역 역시 개역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영(靈)’으로 동일하게 번역된 헬라어 낱말은 각각 ‘프쉬케’와 ‘프뉴마’라는 서로 다른 낱말이다. 이 인용 문구의 출처인 창세기 2:7에서 이미 ‘생령’이라고 번역한 바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결국 그 연속성을 어기지 못하고 ‘프쉬케’와 ‘프뉴마’의 분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 다 ‘영’으로 번역한 듯하다.
이 잘못된 번역으로 말미암아 아담과 예수님이 동일한 속성의 존재로 잘못 이해되곤 한다. 바울이 의도한 바를 살리려면 여기서도 창세기 2:7과 마찬가지로 ‘산 영’ 대신 ‘살아있는 존재’나 ‘생명체’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창세기 2:7의 ‘네페쉬’를 올바르게 번역할 경우, 성경 독자는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진리를 유추할 수 있다. 또 고린도전서 15:45의 ‘프쉬케’를 올바르게 번역할 경우, 첫 사람 아담의 후손인 인류는 오직 ‘살려주는 영’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통하여서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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