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칼럼]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 강윤구
낚시에 대해 편견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할일없는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꼼지락거리는 살아 있는 벌레를 만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미끼가 가진 그 불편함을 ‘인조미끼’로 대신하기도 한다.인조미끼 낚시의 정점에 ‘플라이 낚시(Fly fishing)’가 있다. 플라이 낚시는 작은 인조 날파리를 낚시줄 끝에 달고, 굴리듯이 줄을 던짐으로 자연스러운 미끼의 낙하 효과를 기대하는 낚시다. 그러므로, 다른 인조미끼를 사용하는 낚시와는 그 사용하는 도구와 방식이 전혀 다르다. 플라이 낚시도구를 판매하는 낚시점에 가서 구경이라도 할라치면, 하루 해가 짧을 정도다. 그 종류와 이름이 하도 다양해서 지레 겁을 먹고는 플라이 낚시를 할 생각을 엄두조차 못내기도 한다. 설령 큰 마음을 먹고 싸지않은 낚시도구를 준비하였다고 해도, 쉽지 않는 사용법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무슨 미끼를 사용하여야 하는지 모를 때에는,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것이 바로 ‘플라이 낚시’이다.
실제로 먹이 활동양식을 추측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한 마리도 구경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과 시기에 따라 먹이활동 양식을 이해하면 그 어떤 낚시보다 효과적이다. 매우 친환경적인 낚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낚시 후 잡은 고기를 상처없이 방생할 수 있어서 레저 스포츠로 즐기기에 최고다.
플라이 낚시를 즐기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도 플라이 낚시 장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습을 통해 가장 효과적이면서 기본적인 케스팅 기술이라도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흐르는 물과 부는 바람에 얽히고 설킨 줄과 씨름하다가 하루를 다 보낼 수도 있다. 다른 낚시와는 달리 계속적인 활동을 통해 물고기를 탐색해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차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운전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한 날파리 미끼를 준비하는 요령을 습득해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미끼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물고기의 먹이활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수면 위의 벌레들을 먹이로 취하는지, 아니면, 수면 아래 머물러 있는지를 관찰한 후, 드라이 플라이(Dry Flies)를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웻 플라이(Wet Flies)를 사용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거의 바닥까지 가라앉는 님프(Nymphs) 종류를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셋째, 물고기가 모여있을만한 곳을 찾아야 하고, 효과적으로 ‘미끼’를 날려(presentation)야 한다. 물론 상당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물고기는 상당히 관용적이다. 초보자들에게도 종종 잡혀서 얼굴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 한번이 플라이 낚시대를 다시 잡게 한다.
플라이 낚시가 결코 쉽지 않지만, 일단 그 매력을 맛본 사람들은 다른 낚시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플라이 낚시 동호인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한다. 보통 10년 이상, 최고 25년 이상을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대단한 대화를 주고받지 않아도 같이 낚시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플라이 낚시가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람들의 입장이고, 물고기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운이 좋아서 방생되어 다시 살 기회를 얻는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끝’인 것이다. 어느집 저녁 식탁에서 가족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그렇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잡히는 것은 눈이 멀었기 때문이 아니다. 완전히 속았기 때문이다. 속으면 대책이 없는 것이다. 낚시 가게로 가서 그 ‘가짜 날파리’들을 살펴 보라. 얼마나 진짜같은지 속지않으면 이상할 정도이다. 게다가 때와 장소에 따라서 가장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창세기 3:6) 먹이를 보면 아니 먹고 어찌할 것인가! ‘바늘털이’를 하고 박힌 바늘로부터 빠져 나가려고 입이 찢어져라 몸부림쳐보지만, 때는 늦었고 기력도 떨어져, 죽은듯 물 위에 둥둥 떠서 음흉하다라는 표현으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기괴한 소리를 들으며, 수면 위로 들어올려지고 마는 것이다. 그야말로 식탁, 혹은 다시 물 속으로 갈지 그 운명이 찰라에 달렸다. 필자처럼 ‘잡고 놔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복음보다 더 복음적인 것처럼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가짜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먹으면 죽는 줄도, 끝인 줄도 모르고, 물고기처럼 불나방처럼 끊임없이 달려든다. 효과적인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신앙생활에도 중요한 원리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성경과 그 신앙을 지켜온 교회의 신학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배우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기독교는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비역사적이고 우연적인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한 개인의 경험에 기초하여, 기독교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말해서도 안된다. 그 개인의 경험을 절대시해서 교회의 신앙적, 신학적 전통과의 대화를 멈추어서도 안된다. 성경과 교회에서 어떻게 신앙을 지켜왔고 말하고 가르치는지, 어떠한 신학을 가르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고픈 배만 채우려는 태도는, 가짜 미끼를 구별하지 못하고 물어버리는 물고기처럼 방종과 영적인 파멸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교회는 교회대로 생명의 복음을 전해야 한다. 세상 풍조와 타협하지 않고 십자가 길에 홀로 선 예수처럼, 올곧게 복음을 복음으로 전할 때에 마귀의 일을 멸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와 사랑을 전할 수 있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미끼’로 ‘낚시질’은 그만해야 한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