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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칼럼]'루키즘'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

이원영 기획취재팀 부장

“진정 아름다워지고 싶거든 먼저 지성을 갖추어라. 외모는 첫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힘이 되어 주지는 못한다. 미모와는 상관없이 자주 만나다 보면 상대의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 사람의 가치관이 관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진실로 사랑받는 여성이 되고 싶거든, 지적인 여성이 되라. 지성은 당신의 삶을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준다.”

- 헬렌 G.브라운의 ‘성공하는 여성들의 7가지 비결’

매일 아침 책 속의 좋은 구절을 골라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이메일에서 본 글귀다.

이 짧은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요즘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에서 불고 있는 ‘외모 지상주의’가 오버랩된다.

한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두들 하는 얘기가 “한국에선 얼굴 뜯어 고치기가 장난이 아니다”고 한다. 외모지상주의, 일컬어 ‘루키즘’(lookism)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나.

이런 풍속을 ‘다들 그러니까…’하는 생각으로 쉽게 이해하고 맞춰사는 것이 편하게 된 세상이 됐다.

그런 세태이기 때문에 지성미를 얘기하는 글은 어디 메주 쉰 냄새 나는 듯한 말로 들리는 듯 하기도 하다.

예쁘고, 잘생기고, 세련된 사람에게만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것만으로도 많은 점수를 쳐주는 세상이 됐으니 예전에 흔히 모델로 삼았던 ‘된사람’이 되기 위해 내면의 아름다움과 지혜를 길렀던 노력들은 흐릿해지고 외향적으로 잘보이기 위한 노력에 더 기를 쓴다.

어느 여성에게 들은 얘기다.

“솔직히 요새 이쁘면 다잖아요, 뭐 사람들이 속에 뭐가 있는지, 사람이 괜찮은지 뭘로 평가해요, 그저 예쁘면 뭐 도덕적으로 잘못을 해도 용서해주는 분위기잖아요. 책 많이 읽어 머리에 든게 많은 사람보다 성형수술 잘해 외모를 성공적으로 바꾼 사람이 사회적으로 훨씬 좋은 결과를 얻잖아요. 지성미, 그런거 이젠 안통해요.”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사람이 생긴 게 다인가. 생긴 것만 추구하다 잃어버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무시당해도 좋을 정도로 가치가 없는 것인가.

사람들이 외향적인 것, 외모, 눈에 보이는 것, 남에게 즉각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에 관심을 쏟아붓고 정작 ‘든사람’이 되기 위한 아무런 고민도, 노력도 없는 그런 맹물 같은 삶에만 정력을 쏟는 것은 좀 아깝지 않나.

인간답기 위해선 적어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몇가지에는 충실하면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각양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 몇가지 인간이기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성’이지 않을까. 지성이란 참 모호한 말이지만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하는 요건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 깊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성의 깊이가 곧 인간 됨됨이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성적인 인간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 그런 노력이 존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속물적 외양 지상주의에 휩쓸려 어느샌가 잃어버린 것같은 인간 됨됨이의 잣대를 하나씩 다시 찾아와야 할 것같은 걱정이 배어드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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