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프리덤과 리버티의 차이
김학천/치과의사
잡힐 때마다 처벌은 더 무거워지고 견디기 힘든 데도 그는 계속한다. 결국 백발이 되어서는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악마의 섬에 갇힌다. 감시·감독하는 사람 없이 자연농작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 섬이었다.
그러나 파피용은 사면이 바다이고 파도도 높아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절해고도에서도 탈출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동료 드가의 만류도 뿌리치고 드디어 어느 날 바다로 뛰어들어 야자수 열매들을 넣은 망태기에 올라타고 망망대해를 헤치며 섬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그리고 외친다. "이 놈들아, 나는 아직 살아있어!" 그 뒤는 이 영화 관람객들의 상상이다. 인간으로서 고귀한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죽음까지 불사하고 탈출을 시도했던 그가 추구한 자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해방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불평등하게 주어진 '자유'의 해방이 아니라 동등하게 부여된 '자유'로의 해방이었다.
영어의 '자유'란 말에는 'Liberty'와 'Freedom'의 두 단어가 있다. 그러나 옛날 북유럽 국가에는 '리버티'란 말이 없었고 남유럽에는 '프리덤'이라는 말이 없었다. 리버티는 구속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일종의 특권적 자유다. 예를 들면 노예를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그런 것과 같다. 프리덤은 사랑과 우정이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로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하늘이 부여한 원초적 자유여서 누가 주거나 누가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다.
리버티와 프리덤이 신대륙 미국으로 넘어와 충돌한 것이 남북전쟁이다. 북부는 북유럽에서 건너온 프리덤이고 남부는 남유럽에서 이민 온 리버티였다. 결국 이 충돌은 북군이 승리함으로써 신대륙은 프리덤의 나라가 됐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신대륙의 관문이었던 뉴욕에 세워졌다. 원래는 '세계를 밝히는 자유의 상'이지만 보통 '자유의 여신상'이라 불린다.
그런데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Freedom)의 여신상'이 아니라 '자유(Liberty)의 여신상'으로 불린다. 그것은 프리덤이 없었던 남유럽 프랑스가 선물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뉴욕 항구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바로 횃불을 높게 치켜든 거대한 이 여신상이다. 여신상이 쇠사슬을 밟고 있는 것은 모든 탄압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의미다.
여신상은 이민의 나라, 자유의 나라 미국을 상징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상징물이었다. 그래서 자유와 행복을 찾아 이역만리 찾아온 사람들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위풍당당한 여인의 모습은 장밋빛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신상이 외치는 자유는 완전한 자유인 '프리덤'이 아닌 불평등한 특권적 자유인 '리버티'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아직도 불평등의 싸움 속에서 상처투성이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별이 없이 완전히 동등한 자유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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